영화 ‘마이웨이’서 장동건과 함께 주연
"나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구속 같은 걸 받고 싶지 않고 배우로서도 자유로운 연기를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는 16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이렇게 정리했다.
그는 지난 10월 부산영화제 당시 한 팬에게 사인해주면서 다른 사람의 이름을 써 구설에 오른 것과 관련해 "아마 그 문제도 나의 이런 자유로움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닐까 싶다"고 해명했다.
그는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마이웨이’에서 장동건의 상대역인 ‘타츠오’를 연기했다. 자신의 말마따나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해온 그는 그간 주로 예술영화나 저예산영화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제작비 300억 원 규모의 대작 영화에 출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셈.
이에 대해 그는 "사실 상업영화라는 것보다 강제규 감독한테 처음 제의를 받고 그분의 성품에 매료돼 출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단 스토리를 보고 촬영하는 게 너무 힘들겠다, 고생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에 안 들었는데, ‘타츠오’ 역할은 일본영화에서는 그리기 어려운 캐릭터라 매력을 느꼈습니다. 한국영화에서 비쳐지는 일본군의 역할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영화 속에서 그는 준식(장동건 분)에게 심한 경쟁심을 갖다가 참전한 뒤에는 전쟁광으로 날뛰고 준식과 생사를 함께 하면서 서서히 감화되는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타츠오가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인간이 갖는 약한 인간의 모습도 나오고 그렇기 때문에…. 신념이 붕괴하면서 어떤 혼돈을 느끼는 모습을 연기한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사실 연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는데, 해외촬영이 장기간 지속되고 너무 추웠고 영화 찍는 시스템이 일본과는 다른 점 등 그런 환경들이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이 영화가 일본에서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그런, 일본인들도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고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그런 상황이 거짓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고 타츠오 같은 군인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도 할 수 있으니까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흥행은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인들이 전쟁영화를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전쟁이 일본인들과 너무 거리가 먼 얘기가 돼버린 거죠."
장동건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짜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최근 3-4일 같이 무대인사를 다니는데, 장동건 씨는 인사말도 완성도 있게 하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말을 하더군요. 품위있고 적합한 용어를 쓰면서…. 나는 발언 순서를 기다리면서 준비를 안 하고 있는데, 내가 말하는 순서에 갑자기 초등학생 수준으로 떨어지는 느낌입니다(웃음). 정말 장동건은 인간성도 좋고 사람 됨됨이가 됐어요. 배우는 그런 인성이 연기에도 다 반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면에서 장동건은 완벽한 배우가 아닌가 싶네요."
그는 자신에 대해서는 겸손을 떠는 게 아니라 정말로 엄격한 평가를 했다.
"나는 좀 더 성장을 해야 합니다. 한국배우들이 워낙 다 됨됨이가 좋아서 그런 걸 더 많이 느껴요. 아마 한국이란 나라는 유교 문화도 아직 남아있고 촬영장에서도 연공서열이나 상하관계가 잘 지켜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올 때마다 그런 면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인간인가 많이 느껴요."
그는 조금 엉뚱하고 독특하다고 평가받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설정이 아니라 천성인 것 같다고 했다.
"특별히 한국에서 ‘어떻게 되고 싶다’ 그런 건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번 사인 사건은 그냥 농담을 하는 마음으로 했던 행동이 그런 결과가 나와서 ‘아, (일본과는) 이런 차이점이 있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됐죠. 그렇다고 한국 분들과 똑같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잣대와 일본의 잣대가 따로 있으니까요. 만약 한국인들이 그런 걸 싫어한다고 하면 나 같은 스타일은 안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 기준에 맞추려고) 일부러 무리하고 싶진 않습니다."
연기 공부를 시작한 지 15년이 됐다는 그는 경력이 쌓이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경력이 쌓일수록 기술적으론 연기가 성장하겠죠. 그런데 그런 기술이란 것이 오히려 연기를 방해하는 것 같아요. 진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기술로 메우려는 게 있어서 연기에 방해가 되는 거죠. 그래서 경력이 쌓일수록 배우로서 성장해 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빠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마이웨이’보다 하루 늦게 개봉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도 조연으로 나온다. 그는 배역의 비중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배역의 비중을 생각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주연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 영화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싫거든요. 주연보다 작은 역할이라도 배역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게 좋습니다."
한국의 다른 감독이나 배우와 함께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몽’(2008)을 함께 했던 김기덕 감독과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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