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으로 2년 만에 영화복귀
"영화보단 뮤지컬이 더 좋다"
"’퍼펙트 게임’이 야구영화의 기록을 깼으면 좋겠네요."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 ‘퍼펙트 게임’에 출연한 조승우는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뮤지컬 스타로 ‘조지킬’이라는 별명을 가진 조승우가 영화로 복귀했다. 2009년 김용균 감독의 ‘불꽃처럼 나비처럼’ 이후 2년 만이다.
’퍼펙트 게임’은 야구팬이라면 친숙한 최동원(롯데)·선동열(해태)의 마지막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양팀은 두 투수의 온 힘을 다한 역투에 힘입어 15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조승우는 롯데자이언트의 전설적인 투수 최동원 역을 소화했다. 천재적인 선동열(양동근)과는 달리 끊임없는 연습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집념의 투수다.
그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마음이 솔깃했다고 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유치하더라도 메시지가 분명한 걸 좋아해요. 그런데 ‘퍼펙트 게임’은 메시지가 분명한 영화였어요. 때묻은 시대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통쾌함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오랜 꿈도 그를 들쑤셨다. 중학교 때까지 그의 꿈은 다름 아닌 투수. 그래서 야구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단다. 사투리라는 장애물이 있었지만 ‘타짜’(2006)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윤석에게 배우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는 시대를 대변하는 투수였던 최동원 역할을 "영광스럽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선동열 역할에는 친구 양동근이 떠올랐다고 한다. 감독에게 "양동근을 캐스팅해 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한 번도 양동근과는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었다.
그는 연기대결은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연기는 호흡이고 앙상블이지 대결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양동근은 자연스런 연기의 대가라고 설명했다.
"수건으로 땀을 닦는 것, 모자를 만지는 것 등 자연스러운 연기를 양동근만큼 잘하는 배우도 없어요. (그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것 같죠. 연기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요. 25년 연기 경력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더군요. 저의 연기에는 텐션(긴장감)이 있죠. 반면, 동근이는 이완 연기의 달인입니다."
그는 영화를 시작하면서 박희곤 감독에게 6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건네 받았다고 한다. 인간 최동원에 대한 정보가 속속들이 들어가 있는 자료였다.
그는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정이 많은 분"이라며 "유니폼을 입었을 때랑 벗었을 때랑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나도 무대에 섰을 때와 벗어났을 때 다르다는 점에서 최동원 선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승우는 영화에서 투구자세에서부터 표정, 몸짓까지 최동원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그러나 생전에 단 한 차례도 그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최동원 전 한화이글스 코치는 지난 9월 타계했다.)
"시사회 때 초대해서 잘했다고 칭찬받아야지, 공 잡는 법을 꼭 배워야지 생각했는데, 못 보게 됐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박 감독님은 최동원 선수를 만나셨다고 하셨어요. 그분 말씀이 ‘할거면 제대로 해라. 영화 역사에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라. 허구를 넣어도 좋으니 허투루 만들지 마라. 그것만 약속해라"고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었다. 사실 조승우는 뮤지컬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꼽힌다. ‘지킬앤하이드’를 최고의 뮤지컬로 끌어올린 그의 별명은 다름 아닌 ‘조지킬’. 영화와 뮤지컬 중 어느 장르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명쾌한 답안이 돌아왔다.
"저는 무대가 더 좋아요. 중학교 때 뮤지컬을 본 후 제 꿈은 무대에서 예술을 하는 거였어요. 뮤지컬은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데, 영화를 찍을 때는 가끔 카메라 때문에 집중을 못 할 때가 있어요. 카메라에 맞춰서 인위적인 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죠. 순서가 뒤죽박죽인 것도 문제죠. 영화에서도 경남고 시절 장면을 제일 늦게 찍었어요. (연기의) 흐름을 역주행하는 건 참 힘든거죠."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을 전환하고 있다고 했다. "카메라 앞도 무대라고 생각해요. 최초의 관객이 스태프라고 생각하죠. ‘카메라 앞도 무대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도 뮤지컬이 더 좋긴 좋아요."(웃음)
벌써 13년차에 접어든 그에게 배우로서의 중요한 덕목을 물었다.
"’배우는 가장 먼저 연습실에 들어와서 불 끄고 가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어렸을 적부터 배웠어요. 전 늘 어릴 때부터 연습실에 빨리 갔습니다. 지금도 8시 공연이면 오후 2시에 가서 몸을 풀어요. 그게 습관이 됐죠."
뮤지컬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는 "연습하는 사람 이길 자 없다"며 연습만이 왕도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는 인생의 전환점에 대해 물어보자, 야구에 빗대서 이야기했다.
"첫 타석에서 일루 베이스는 중학교 때 뮤지컬을 본 거였죠. 이루 베이스는 예고에 가서 은사인 남경업 선생님을 만난 거예요. 삼루는 영화 임권택 감독님을 만나 ‘춘향전’에 출연한 거죠. 얼결에 영화에 데뷔했는데, 제 안에 많은 것을 깨어 부셨어야 했어요. 수많은 고통을 견디고 인내해야 했죠. 홈에 들어온 건 ‘지킬앤하이드’를 만난 겁니다. 부와 명성을 얻었어요. 그러나 인격적으로 굉장히 타락하기도 했습니다. 흑과 백이 동시에 있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는 한 바퀴를 돌아 인생의 두 번째 타석에 들어갔다고 했다.
"제가 뮤지컬은 다 성공했지만, 영화로는 ‘타짜’ ‘말아톤’ ‘클래식’이 좀 인기를 끌었죠.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타율로 치면 3할이에요. 저는 만족합니다. 하지만 ‘퍼펙트 게임’이 잘 돼 야구영화로써 기록을 깨고 싶어요. 덧붙여서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마이웨이’도 잘 돼 쌍끝이 흥행을 했으면 좋겠네요."
야구를 소재로 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이 든 작품은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약 190만명)다.
마지막으로 연기란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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