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9.11 테러는 미국인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0년 전 9.11 테러는 비단 미국인들뿐 아니라 미국 내 한인 이민자들에게도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본토에서 수천명의 무고한 인명이 희생된 미증유의 테러 경험은 미국에 전례없는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미국 내에서는 테러 방지를 위한 항공 보안 시스템 및 외국인 출입국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왔고 미국 밖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특히 항공 보안 및 이민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는 이민자 커뮤니티인 한인사회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 9.11 테러,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같은 변화와 영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본보는 9.11 10주년을 맞아 9.11 테러와 그 후 10년 간 변화와 영향에 대한 미주 한인들의 생각과 의식을 살펴보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내 한인 최대 밀집지인 LA와 9.11 테러 현장이었던 뉴욕 거주 한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LA에서 333명, 뉴욕에서 271명 등 총 604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미국 내에서 테러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테러 재발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 대상 한인의 10명 중 6명 꼴로 9.11 이후 강화된 보안정책 등으로 조금이나마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해 9.11으로 인한 미국의 변화가 여전히 한인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9.11 후 미국 떠날 생각했다” 33% 그쳐
뉴욕 20% “테러 재발 가능성 아주 높다”
LA 한인들의 15.3%보다 위협 크게 느껴
■ 테러 재발 가능성
‘9.11과 같은 테러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주 높다’라는 응답이 16.9%, ‘어느 정도 있다’라는 응답이 51.6%에 달해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전체의 68.5%에 달했다. 반면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응답은 24.0%, ‘전혀 없다’는 3.4%에 불과했다.
뉴욕 한인들의 경우 테러 재발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응답이 5명 중 1명 꼴인 19.9%로 LA 한인들의 15.3%보다 높게 나타났다. 어느 정도 있다는 응답은 LA 51.7%, 뉴욕 51.5%로 거의 차이가 없었고,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LA가 25.2%로 뉴욕의 21.6%에 비해 약간 높았다.
■ 테러 위협과 미국 거주
‘9.11 이후 테러 위협으로 미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러나 응답자의 과반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는 상당수의 한인들이 테러의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지만 이 때문에 이민생활 정착을 이룬 삶의 터전인 미국을 떠날 것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는 응답은 전체의 7.1%에 불과했고 ‘가끔씩 했다’라는 응답도 26.6%로, 테러 때문에 미국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한 적이 있는 비율은 33% 정도였다. 반면 미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3%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뉴욕 지역 응답자 가운데 ‘많이 했다’가 8.8%, ‘가끔씩 했다’는 36.8%, 그리고 ‘전혀 안 했다’가 50.3%로 긍정적 응답과 부정적 응답이 대체로 반반 정도였다. 반면 LA 지역 응답자들의 경우 ‘전혀 안 했다’가 64%에 달해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했고 ‘많이 했다’와 ‘가끔씩 했다’는 응답은 각각 6.3%와 21.3%로 뉴욕 지역 응답자들보다 적었다.
■ 테러 재발 때 미국 거주
실제 미국 내에서 테러가 재발했을 경우 미국 거주를 포기할 지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답한 응답자들이 약간 늘어났다.
‘또 다시 미국 내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미국을 떠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반드시 떠나겠다’는 응답은 4.8%,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는 응답이 31.9%로 전체의 36.7%가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반면 ‘안 떠나겠다’는 응답도 여전히 전체의 절반 이상인 52.4%로 집계됐다. ‘모르겠다’라는 응답도 10.9%에 달했다.
뉴욕 거주자들과 LA 거주자들은 테러 재발 때 미국 거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약간의 시각차를 보였다. 뉴욕 지역 응답자들 가운데 ‘반드시 떠나겠다’와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응답은 각각 8.2%와 34.5%로 긍정 반응이 42.7%에 달해 ‘안 떠나겠다’는 응답 45.6%와 상당히 근접한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LA 거주자들은 ‘반드시 떠나겠다’와 ‘심각하게 고려해 보겠다’는 응답이 각각 3.0%와 30.6%였고 ‘안 떠나겠다’는 응답은 과반을 넘는 55.9%로 나타났다.
■ 거주 지역 테러 재발 가능성
‘미국 내 테러가 다시 발생한다면 현재 거주 지역에 발생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높다’라는 응답이 11.3%, ‘높다’라는 응답이 35.3%로 전체의 46.6%가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가능성이 ‘별로 없다’라는 응답은 31.2%, ‘전혀 없다’라는 응답은 15.1%로 그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46.3%를 차지했다.
이렇게 테러 재발 가능성에 대해 거주 지역으로 한정시킨 질문에 대해서는 LA 거주자와 뉴욕 거주자의 응답 편차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보안검색 강화로 불편 느껴” 61.3%
“공항 검색 현재 수준으로 충분하다” 52.4%
“항공여행 꺼려” 27.8% “영향없어” 63.3%
“이민정책 강화해야” 20% “완화해야” 37%
테러가 다시 발생할 경우 LA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LA 거주 응답자들은 ‘매우 높다’가 7.8%, ‘높다’가 30.0%인 반면 ‘별로 없다’는 35.7%, ‘전혀 없다’는 18.9%로,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 대 가능성에 부정적인 응답의 비율이 37.8% 대 54.6%로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뉴욕 거주 응답자들의 경우 ‘매우 높다’가 18.1%, ‘높다’가 45.6%로 전체의 63.7%가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보인 반면 ‘별로 없다’는 22.2%, ‘전혀 없다’는 7.6%로 29.8%만이 가능성에 부정적인 응답을 내놓았다.
즉, 10년 전 테러 피해를 직접 겪어야 했던 뉴욕 지역 응답자들이 다시 뉴욕에 테러가 재발할 가능성을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보안 정책 강화의 영향
‘9.11 이후 공항 검색 강화 등 미국의 보안 정책으로 생활이 불편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불편하다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불편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4.6%에 달해 가장 많았고 ‘아주 불편하다’는 항목을 택한 응답자는 16.7%로, 불편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1.3%나 됐다. 반면 ‘보통’이라는 응답은 전체의 23.0%였고 ‘불편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11.1%에 불과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4.6%였다.
지역별로는 ‘아주 불편하다’는 항목을 택한 응답자가 뉴욕이 24.0%인 반면 LA는 12.9%에 머물러 뉴욕이 LA보다 2배 정도 많게 나타났다. ‘조금 불편하다’는 응답은 뉴욕이 45.0%, LA가 44.4%로 비슷했고 ‘보통이다’와 ‘아니다’는 응답은 LA가 각각 24.6%와 13.2%, 뉴욕이 각각 19.9%와 7.0%로 모두 LA가 더 많았다.
■ 공항 보안검색 선호도
‘항공 테러 대비를 위한 공항 보안검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현재 수준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9.11 이후 한층 강화된 공항 보안검색이 한인들의 피부에 실제 많이 와닿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공항 보안검색이 ‘지금으로 충분하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 52.4%를 차지, 가장 많았고 이어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22.4%로 뒤를 이었다. 반면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5명 중 1명 꼴인 19.4%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5.8%였다.
공항 보안검색 강화에 대한 지역별 응답은 LA가 ‘더 강화해야 한다’ 22.5%, ‘지금으로 충분하다’가 51.4%, ‘완화해야 한다’가 18.9%였고 뉴욕은 ‘더 강화해야 한다’ 22.2%, ‘지금으로 충분하다’가 54.4%, ‘완화해야 한다’가 20.5%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9.11 이후 항공 보안 강화는 특정 지역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동등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이민 정책 강화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이민문호 축소 등 이민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공항 보안검색 문제와는 달리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아 이민자로서의 한인들의 정서를 드러냈다.
이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19.8%에 그친 반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3.3%였고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이보다 약간 더 많은 36.9%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9.9%였다.
LA 응답자들의 경우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37.2%로 가장 많았고 이어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가 30.0%로 뒤를 이었다.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21.3%였다. 반면 뉴욕 응답자들은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9.2%를 차지, 가장 많이 나타났으며 ‘완화해야 한다’는 36.3%, 그리고 ‘강화해야 한다’는 17.0%를 보였다.
■ 항공기 여행에 대한 우려
‘9.11 이후 항공기 여행을 꺼리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9.11 이후 테러 위협으로 미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십니까?’라는 질문과 같이 응답자들 중 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테러에 대한 잠재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여행을 꺼릴 정도로 이를 우려하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9.11 이후 항공기 여행을 ‘매우 꺼린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고 ‘다소 꺼린다’는 응답도 24.0%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전체의 63.3%에 달했고,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8.9%였다.
항공기 여행에 대한 우려는 그러나 약간의 지역 편차는 존재했다. LA 응답자들 중 ‘매우 꺼린다’는 3.3%, ‘다소 꺼린다’는 19.2%에 머물렀고 ‘그렇지 않다’가 67.0%를 차지한 반면, 뉴욕 응답자들은 ‘그렇지 않다’가 56.1%로 LA 응답자들보다 낮은 대신 ‘매우 꺼린다’가 4.7%, ‘다소 꺼린다’가 33.3%로 LA 응답자들에 비해 눈에 띄게 높은 비율을 보였다.
■ 테러 우려가 생활에 미치는 정도
테러 우려가 생활에 미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테러에 대한 걱정으로 여행이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는 것을 취소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응답의 비율이 전체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행이나 모임을 취소한 적이 ‘자주 있다’는 응답은 3.2%, ‘가끔 있다’는 응답도 13.7%에 불과했고 ‘그런 적이 없다’는 응답이 무려 77.6%에 달했다. ‘모르겠다’는 응답은 5.6%였다.
여기서도 LA와 뉴욕 응답자들의 편차는 약간 존재했다. LA 응답자들의 경우 여행이나 모임을 취소한 적이 없다는 응답이 81.4%인 반면 뉴욕의 경우는 70.2%로 차이를 보였다. ‘가끔씩 있다’는 응답의 경우 뉴욕은 22.2%인데 반해 LA는 9.3%에 불과했고, ‘자주 있다’는 응답도 뉴욕 4.7%, LA 2.4%로 간격이 있었다.
■ 테러 vs. 지진
‘현재 테러에 대한 우려와 지진에 대한 우려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크게 느껴지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LA와 뉴욕 응답자들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LA 응답자들의 경우 지진에 대한 우려가 64.9%, 테러에 대한 우려가 12.3%로 지진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뉴욕 응답자들은 반대로 테러에 대한 우려가 43.9%로 지진에 대한 우려 26.9%를 앞섰다.
<허준ㆍ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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