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은 죽었지만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이 9.11 이후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데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에 대해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지난 5월1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고 발표하자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와 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테러와의 전쟁이 국가와 개인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진단한다.
10년간 미군 포함 최소 22만명 사망
엄청난 대가 치렀지만 ‘초라한 전과’
재정적자 눈덩이, 미국인 삶도 희생
■ 전비 10년간 4조달러
지난 6월 브라운 대학의 왓슨 국제관계연구소가 발표한 ‘전쟁 비용’(Costs of War) 보고서에 따르면 9.11 이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간, 파키스탄 등에서 테러집단들과 전쟁을 벌이는데 지출한 비용은 무려 3.2조~4조 달러(3.2~4 trillion dollars)에 달한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계획을 밝히면서 언급한 전비 1조달러보다 4배나 많은 수치이다.
인명피해 또한 막대하다. 10년 동안 미군 병사와 군 계약자, 미국에 우호적인 이라크·아프간의 안전 보장군 3만1,000명과 민간인 13만7,000명을 합쳐 최소 22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라크·아프간·파키스탄 등 3개국에서 780만명에 달하는 전쟁난민이 생겨났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많은 전비를 지출하고 과연 얻은 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담 후세인과 빈 라덴을 제거하는데 성공했지만 이라크와 아프간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실패했고 양국 국민들은 아직도 자유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모든 화력을 이라크와 아프간에 쏟아 붓는 동안 또 다른 적대국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 가계부담 상승
전비 지출로 미국의 연간국내총생산(GDP)이 0.5% 가량 상승하는 등 경제가 성장하긴 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등 부정적 효과에 의해 상쇄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쟁에 따른 막대한 군비지출과 금융위기 대처 과정에서 미국의 지출 규모는 지난 10년 간 배가 늘어난 반면, 부채상환에 필요한 수입은 10% 증가에 그쳐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자금을 빚으로 조달했고, 이에 따라 미국 정부의 부채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미국 정부의 부채규모는 이라크 전 개시 당시인 2003년 3월 6조4,000억 달러였으나 현재는 14조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9.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추산 결과, 알-카에다가 9.11 테러를 자행할 때 소요된 비용이 40만~5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은 9.11 이후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부가 전비 조달을 위해 빌려 쓴 돈에 대해 지불한 이자만 1,850억달러에 달하며 2,020년까지 1조달러의 추가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2008년 모기지 위기로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부분적으로 막대한 이라크, 아프간 전비와도 관련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이다.
전비조달을 위해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빌리면서 이자율이 상승해 25만달러짜리 주택을 10% 다운하고 5%의 이자율에 구입한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지난해 600달러를 추가 모기지 페이먼트로 지출해야만 했다.
■ 군수업체 전쟁특수 돈방석
테러와의 전쟁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9.11 이후 미 국방부가 대기업들과 체결한 군사장비 계약 액수는 무려 4,000억달러가 넘는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드롭 그루맨, 레이테온, 제네럴 다이내믹스 등 5개 기업이 국방부와의 계약 체결로 재미를 본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2008년 한해동안 록히드 마틴이 국방부와 맺은 계약 액수만 29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할리버튼이 이라크 내 정유시설 파괴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석유와 관련된 기반시설을 재건한다는 내용의 계약 체결은 정경유착의 표본이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할리버튼이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아무런 경쟁 없이 국방부와 이 같은 계약을 맺었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용 과다청구 등의 방법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정보 및 방위 산업, 서베일런스 등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에서 민간 업체들의 활발한 진출 허용은 정경유착을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공포의 문화’미국인에 확산
장기화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사회 전체에 ‘공포의 문화’(Culture of Fear)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포의 문화는 병 속에 오래 갇혀 있다 탈출한 ‘정령’(genie)처럼 자체적 생명을 얻으며 시민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오늘의 미국은 세계 제2차 대전 당시 일본으로부터 진주만 폭력을 받고 강력하게 대응한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그 당시 빛났던 국가적 자신감과 단호함은 지금의 미국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인들은 분열돼 있고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9.11 같은 초대형 테러가 재발할 경우 공황상태에 빠져들 확률이 높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수많은 아랍계에 대한 대중의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작용도 낳았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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