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탄생이 기원전(BC)와 기원후(AD)를 나누는 역사의 분수령 역할을 하듯 20세기 들어 미국의 역사를 확연히 나누는 역사의 분수령이 된 사건을 꼽으라면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다.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했던 1941년 12월 7일 이전과 이후의 미국은 전혀 다른 것이다. 21세기 들어서자마자 미국의 역사를 변화시킨 사건은 바로 911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시 이후의 미국은 더 이상 이전의 미국이 아니다.
미국인들에게 9.11은 그 이전(Before 9.11)과 그 이후(After 9ㆍ11)의 세계를 확연히 나누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분수령이 됐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9시 이후의 미국도 더 이상 그 이전의 미국이 아니다.
9.11을 전환점으로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이 따로 있다고 할 정도로 911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았다. 미 본토에 대한 사상 첫 외부 공격이었던 911은 미국을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는 상시 전쟁국가를 만들었고, 미국을 통째로 송두리 채 변화시켜 놓았다.
9.11로 달라진 미국의 모습을 출입국 및 이민정책과 국내 안보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감시와 의심의 일상화, 애국법 (Patriot Act)
의심대상 무차별 감시·수색
사법당국에 무소불위 권한 부여
9ㆍ11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애국법이다.
지난 2002년 911에 대한 복수의 광풍 속에 상원에서는 98대1, 하원에서 356대 66 등 민주와 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 속에 압도적 표차로 통과된 이 법은 수사기관에 엄청난 권한을 부여해 미국민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일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법은 테러가 의심되는 상황에 한해 사법당국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나 테러예방을 앞세울 경우 사방당국에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테러 ‘의심자’의 집이나 컴퓨터는 사법당국이 몰래 수색할 수 있고, 증거 없이도 도서관, 서점, 병원, 은행 등에서 이용 기록을 빼 볼 수 있도록 했다.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면 무기한 구금이 가능하고 전화와 전자우편 감청도 광범위하게 허용했다.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국가 안전을 위해서는 기본권 침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사법당국은 범죄행위의 증거가 없어도 종교단체와 정치단체를 감시할 수 있고 기소되지 않은 단계에서도, 혹은 불리한 증언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전에라도 구치당할 수 있다.
또, 정부는 테러관련 수사인 경우에는 상당한 근거 없이도 서류나 소유물을 수색·압수할 수 있다. 정부는 도서관 직원이나 전기통신회사의 종업원 등 테러리즘 수사와 관련된 기록의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받은 자가 이를 받은 사실을 누설한 경우 그 자를 기소할 수 있다.
지난 5월 26일 오바마 대통령은 시효 만료 하루를 앞두고 애국법 연장법안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찬성 250대 반대 153으로 미 하원을 통과했으며 수 시간 뒤 상원에서도 찬성 72대 반대 23으로 가결됐다. 애국법의 민권 침해 조항 수정 요구도 있었지만 만료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에 쫓긴 의회 양당 지도
부는 애국법을 오는 2015년까지 4년 더 연장한다는데 합의했다.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탄생
이민업무 총괄 공룡기구 탄생
22개 조직 통합, 직원 20만명
이민업무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의 탄생은 911이후 달라진 미국인들의 이민자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민업무를 책임졌던 이전 INS(이민귀화서비스국)의 기능을 이민 및 귀화 서비스와 이민단속으로 분리, 확대해 종전 INS의 기능은 USCIS(이민서비스국)이 맡게 됐고, 이민단속만을 전담하는 ICE(이민세관단속국)와 출입국 및 세관 업무를 전담하는 CBP(세관국경보호국)가 국토안보부 산하에 신설됐다.
국토안보부는 911 이듬해인 2002년 11월 25일 직원 20여만명을 거느린 거대 공룡기구로 탄생했다.
미국 사회의 과거 50년 동안 없던 대규모의 통합 및 합병에 따라 미국 국방부에 버금가는 거대 연방 정부 중앙 행정 기관이 나타난 것이다. 평시와 전시를 가리지 않고 24시간 기능하며 대통령의 지휘에 속한다.
911은 사전에 무수한 정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테러 공격을 받음에 따라 미국 사회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까지 미국 국내의 안전 정보에 관한 정보기관이 여러 곳에 분립되어 있었던 것을 의회의 주도에 따라 22개의 조직을 통합했다.
현재 연간 5,200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국토안보부는 USCIS, ICE, CBP, 연방 재난관리청(FEMA), 해안경비대(Coast Guard), 연방 보호 경찰(FPS), 연방 사법연수원(FLETC)과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교통보안청(TSA) 등 22개 기관을 거느리고 있고 각주에는 국토안보보장국(United States Office of Homeland Security, OHS)이 설치되어 있다.
테로 공격과 테러 위협을 사전에 방지하고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된 국토안보부가 이민서비스와 이민단속 업무를 관장하는 USCIS와 ICE 등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국경보안 및 입국심사 대폭 강화
허술했던 국경에 ‘철의 장막’
공항입국 땐 ‘열 손가락 지문’
911 이전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역은 거의 무사통과였다. 국경초소는 한적하기 짝이 없었고 여권 없이 국경을 통과하는 것이 상례였고, 멕시코 국경지역 역시 국경담장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캐나다 국경은 콘크리트 건물로 강화되고 긴 자동차 행렬이 수속을 기다리게 됐고 멕시코 국경지역은 무장병력의 삼엄한 경계와 검문이 크게 강화됐고, 부시 행정부 시절 국경지역 일부에 새로운 담장이 건설되었다.
국내선 여객기 청사는 완전 개방 상태였다. 버스 터미널처럼 항공기 입구 바로 앞에서 이별의 포옹을 나눴다. 모두 꿈같은 이야기다.
9·11테러 이후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는 공항 검색의 강화다. 검색요원과 검색대가 증설됐고 엑스레이 투시와 온몸을 들여다보는 전신 스캐너가 등장했다.
테러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소한 일로 공항 전체가 폐쇄되는 일도 드물지 않게
됐다. LA 국제공항에서는 한 여행객 짐에서 배터리가 터졌다는 이유만으로 공항 전체가 폐쇄돼 수 천여명의 승객들이 오지도 가지도 못한 채 발이 묶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승객 1명이 장난삼아 하강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올라가자 항공기 17대의 운항이 지연되고 탑승터미널 세 곳이 폐쇄되는 등 테러 노이로제 현상마저 나타나 출발 지연되거나 공항이 일시 폐쇄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입국심사도 대폭 강화돼 911이후 미 전국 공항과 항국에서 외국인 입국자에 지문 채취와 얼굴 사진 촬영하고 있고, 미국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한 한국, 일본, 유럽 등 29개국 출신 여행객들은 생체 정보를 넣은 전자여권을 소지해야만 무비자로 입국이 허용된다.
‘열 손가락 지문 채취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돼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이제 더욱 까다로운 입국심사 절차를 받아야만 입국이 가능하다. 14세 이상 79세 미만의 모든 외국인 방문자들은 미 입국시 의무적으로 열 손가락 지문을 찍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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