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나는 가수다’ 공연장에서 청중 평가단은 말없이 ‘듣는 사람들’(聽衆)이었다.
그러나 녹화 현장은 달랐다. 그들은 가수와 함께 무대를 만들고 MC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었다.
지난 4일 저녁 일산 MBC드림센터 2층 공연장은 약 1천명의 관객들로 꽉 들어찼다. ‘나는 가수다’ 4라운드 1차 경연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청중 평가단은 500명으로 구성되지만 제작진은 불참자를 감안해 700~800명을 현장에 초대한 후 선착순으로 500명에게 투표권을 부여한다. 청중 평가단 외에 내부 직원과 관계자 등 평균 100~150명이 함께 공연을 관람한다.
이날 녹화는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에 시작됐다. 전날 다른 프로그램 녹화가 늦게 끝나면서 세트장 설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신정수 PD가 녹화 직전 무대에 올라 녹화가 지연된 점을 사과하고 "지난 3월 방송 시작하고 처음으로 1명만 새로 소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간 자진 하차하는 가수들이 생기면서 매번 2명이 동시에 투입됐던 터라 ‘정상적으로 1명이 탈락하고 1명이 새로 들어오는 꿈에 그리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는 신 PD의 말이 과언으로 들리지 않았다.
신 PD는 "가수들이 노래를 시작하기 전 5~6초간 감정잡는 시간에 청중 여러분도 함께 집중해주시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스포일러 자제를 당부하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곧이어 MC 윤도현이 뜨거운 박수 속에 무대에 등장하며 본 녹화가 시작됐다.
이날 경연 주제는 ‘나는 가수다’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은 노래.
가수들은 예상을 벗어나는 선곡과 무대 매너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장혜진은 카라의 ‘미스터’를 강렬한 록버전으로 탈바꿈시켰고 박정현은 박미경의 ‘이브의 경고’를 경쾌한 댄스와 함께 들려줬다. 박정현이 노래하는 내내 노래에 맞춘 청중의 박수가 공연장을 채웠다.
옥주현은 이효리의 ‘유고걸’을 열창했다. 재즈와 록이 결합한 빠른 비트의 편곡과 화려한 의상, 역동적인 안무는 청중의 귀와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흥에 겨운 일부 관객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었고 객석 한가운데 제어판 뒤에서 무대를 지켜보던 음악감독 정지찬도 어깨를 들썩였다.
깜짝 게스트의 등장은 무대의 열기를 더했고 옥주현의 무대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범수는 씨엔블루의 ‘외톨이야’를 펑키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보컬로 소화했다. 그는 숨겨뒀던 랩실력까지 뽐내며 다방면에 뛰어난 가수임을 입증했다.
앞서 그가 무대에 등장하자 ‘잘생겼다’는 말이 객석 여기저기서 들렸다. 한 관객은 그의 매니저인 박명수를 향해 ‘박명수 파이팅’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새로 합류한 김조한은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를 선보였다. 조용히 시작하는 듯했던 노래는 이내 빠르고 경쾌한 비트로 바뀌었고 김조한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들이 밝고 경쾌한 무대를 선보였다면 조관우는 김수희의 ‘남행열차’를 오케스트라 선율 속에 애절하게 들려줬고 윤도현이 속한 록그룹 YB는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잔잔하면서 파워풀한 편곡으로 선사했다.
공연 직후 마이크를 쥔 윤도현이 숨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자 매니저 김제동이 ‘쉬게 합시다’라며 마이크를 넘겨 받고는 막간 진행 솜씨를 발휘했다.
녹화장의 음향은 여타 음악 프로그램은 상상도 못할 제작비를 투여한다는 신 PD의 말처럼 수준급의 라이브 공연장에 뒤지지 않았다.
바이올린과 기타 선율 하나하나까지 청중의 귀를 파고 들었고 가수들의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와닿았다.
청중 평가단은 녹화가 진행되는 1시간 10분동안 가수와 함께 호흡했고 무대가 끝날 때마다 응원의 구호를 잊지 않았다. MC의 멘트에 재치 있게 받아치는 센스도 발휘했다.
첫번째 무대가 끝나고 ‘식사는 하셨습니까’라는 MC 윤도현의 질문에 ‘끝나고 밥줘요’라고 한 남성 관객이 큰 소리로 외치자 ‘와하하~’ 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범수의 무대가 끝난 뒤 한 여성 관객은 ‘저랑 사귀어요’라고 당돌하게 외쳤고 윤도현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직접 영상 프러포즈를 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녹화 내내 청중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를 담기 위해 적어도 4대 이상의 카메라가 객석 구석구석을 비췄다.
김승호(55)씨는 "가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며 "지난주에는 발라드가 많았는데 이번주에는 밝고 경쾌한 노래들이 많아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청중평가단을 신청했다는 안지혁(16.중3) 군은 "처음에 평가단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꿈만 같았다"며 "현장에 와서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으니 생생하게 피부에 와닿는 것 같다"면서 만족했다.
신정수 PD는 이날 공연에 대해 "상대적으로 밝은 노래로 쏠리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나왔다"며 "1차 경연이다 보니 가수들의 부담감이 적어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편곡들이 많았다"고 평했다.
이날 녹화분은 오는 10일 오후 방송된다.
(고양=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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