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이 지난해 극심한 홍수 피해를 겪은 파키스탄을 찾아 피해 어린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
‘한 달에 지구 한 바퀴’
21일 연임이 확정된 반기문(67) 유엔 사무총장의 ‘발로 뛰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한 마디다. 반 총장의 연임 가도는 한 마디로 일사천리였다. 재선을 위한 공식 출사표를 던진 후 불과 2주 만에 유엔 총회 승인절차까지 마무리한 초고속 행보는 역대 사무총장 인선과정에서도 가장 빠른 케이스에 속한다고 유엔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달에 지구 한 바퀴’누벼
임기 초 자질론 비난 재워
재해·분쟁지역 빛난 역할
“재선” 2주만에 초고속 승인
▲기록적인 연임
이날 총회에 제출된 연임 추천 결의는 이례적으로 안보리 이사국 15개 국과 유엔 전 회원국을 대표하는 5개 지역그룹 의장 등 20명의 공동 제안으로 이뤄졌다. 유엔 관계자는 “안보리 이사국과 지역그룹 의장이 전원 서명한 추천 결의는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반 총장은 사실상 192개 회원국 전체의 추천으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 총장이 이같은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특유의 성실성과 부지런함, 그리고 취임 이후 보여준 발로 뛰는 외교가 있었다는 평가다. 그는 취임 이후 한 달에 평균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게 유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3일 67번째 생일도 남미를 순방 중이던 버스 안에서 보냈을 정도다.
▲4년6개월의 가시밭길
임기 초반 문화적 차이에 따른 오해로 리더십에 대한 비난을 받았던 반 총장의 연임은 발로 뛰는 근면과 성실, 설득과 중재를 바탕으로 강약을 조절하는 외교, 조용한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4년6개월의 가시밭길을 통해 가능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사실 반 총장의 연임 전망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장밋빛 일색은 아니었다. 그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서방 언론들의 질책과 유엔 내부 반개혁 세력의 뒷담화, 그리고 반미 정서를 지닌 국가들의 반 총장에 대한 은근한 질시 등으로 인해 연임 행보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았다.
▲강력한 지도력
그러나 반 총장의 리더십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빛을 발하고 재평가를 받았다.
그는 2008년 5월 최악의 사이클론 재해 이후 미얀마가 외국의 구호활동을 봉쇄해 50만명의 이재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미얀마 군부를 설득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특히 올해 코트디부아르 내전 해결에 큰 기여를 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때 적극적으로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사회 여론을 선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여성과 아동 인권문제 등을 유엔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올렸고, 유엔 개혁을 통한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아울러 받고 있다.
최근 미국 명문 존스 홉킨스 대학원 졸업식 축사에서 “봉사하는 삶이 가장 위대한 삶”이라고 역설했던 그가 향후 5년 동안 ‘인류애’를 바탕으로 어려운 지구촌 구석구석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반기문은 누구
지치지 않는 성실 ‘세계 대통령’ 5년 더
“성실과 노력이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임을 알게 해준 분입니다”
‘4년반 동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좌했던 유엔 외교관들은 이구동성으로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tireless effort)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해방 직전인 1944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6.25의 참화를 겪었고, 충주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62년 영어웅변대회 부상으로 미국을 방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만난 뒤 ‘외교관’의 꿈을 키웠던 소년은 한국 외교수장을 거쳐 2006년 10월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됐고 5년 후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재선에 당당히 성공했다. 세계의 대통령을 2016년까지 더 하게 된 것이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0년 외시에 합격한 뒤 ‘일벌레’라는 별칭을 얻은 반 총장은 미주국장, 외교정책실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외교부 차관으로 동기생 가운데 최선두로 승승장구했고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4년반 동안 반 총장은 식사자리에서의 와인 한두 잔 외에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때 폭탄주 10잔 가까이 마신 술 실력이었지만 다음날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극도의 자기 절제를 발휘하는 것이다. 반 총장의 성실함은 인간 관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매년 정초면 2,000명 가까운 국내외 지인들에게 직접 연하장을 쓴다.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그의 편지 쓰기는 대부분 기내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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