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리더십은 끝나지 않았다”
영국을 국빈 방문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국, 인도 등 신흥 초강대국의 등장을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리더십을 유난히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 시간) 영국 의사당이 있는 웨스트민스터홀에서 35분간 상·하 양원 의원들이 합동으로 참석한 가운데 미국의 외교정책 등을 주제로 연설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상·하 양원 의원들을 상대로 연설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이다.
상·하원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면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과 인도 같은 초강대국의 부상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세계에서의 영향력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국가들이 미래를 대표하고 우리의 리더십은 지나갔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바로 지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국가들이 나타나고 개인들이 번영할 수 있는 세계의 틀을 만든 것은 바로 미국과 영국, 우리의 동맹국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세계무대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도력은 경제와 안보, 더 많은 도전들을 반영할 수 있도록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양국 관계에 대해 "세계에서 일어나는 민주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보다 가열차게 싸우고, 목소리를 높이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표현했다.
이날 발언을 놓고 현지 언론들은 금융위기 이후 국제 사회, 특히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유럽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인도, 중국과 신흥경제국의 급격한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일각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도미니크 스토로스-칸 총재의 사퇴로 공석이 된 후임 총재 인선을 높고 신흥경제국과 유럽국가들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유럽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해석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보수적이고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영국의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한 연설이라는 점에서 유럽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취지의 의례적 발언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한 웨스트민스터홀은 11세기 웨스트민스터궁의 일부였으나 이후 법정으로 사용돼 청교도 혁명 당시 올리버 크롬웰이 왕당파를 제압하고 국왕 찰스 1세를 포로로 잡아 의회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한 곳이다.
이날 연설에는 상·하원 의원은 물론 총리를 지낸 존 메이저,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등도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부터 사흘간의 영국 국빈 방문을 마친 뒤 26일 파리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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