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진출
명(命) 팔아서 작품 하나 만든다고 생각해요. 영화 한 편을 만드는 게 아이 하나 낳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만큼 영화에 대해 애착을 두고 살아갑니다.
두 번째 영화 ‘황해’로 칸 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나홍진 감독의 말이다.
그가 만든 영화 두 편은 모두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2008년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의 ‘추격자’에 이어 ‘황해’로 두 번째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이다. 더구나 ‘황해’는 작년 연말에 개봉했는데도 경쟁부문에 버금가는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했다.
개봉한 영화를 잘 초청하지 않는 칸 영화제의 관례상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나홍진 감독은 17일(이하 현지시간) 칸 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휴양도시 칸의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칸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은 것과 관련해 "상영을 하니까 좋다"고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그 영화를 만들어서 관객들과 함께하는 순간이잖아요. 스크리닝하면 기분이야 좋죠. 그 외에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에 대한 재능이 있는 것 같으냐고 에둘러 물으니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으면 이 힘든 일을 견딜 수 없다. ‘그런 장점 정도는 있어’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마음은 굉장히 중요해요. 전 항상 그래요. ‘이번에 가능성이 보였어. 하지만, 제대로 보인 적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해요. 근데 그런 게 계속 되면 안 되잖아요. 이번 경우는 가능성을 보고 상영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여요. 그런데 10번이나 ‘가능성이 보여’로 (영화제가 나를) 부르진 않지 않을까요? 지금은 딱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황해’는 그로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13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해 228만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첫 영화 ‘추격자’로 500만명 대박을 터뜨린 것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을만한 성적이다.
그는 ‘황해’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 나름대로 원인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영화가 특정한 방향으로 치우친 영화일까? 계속 고민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했어요.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죠. 답변할 만큼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급박한 개봉일정 때문에 후반작업에 전력투구할 시간이 없었다.
영화 개봉 후 인터뷰와 무대 인사 등의 행사를 끝낸 후 다시 한 번 후반작업을 했다. 지난 3월 중순까지 색 보정, 음악, 사운드 등 편집을 새롭게 했다. 새로운 작품은 작년 개봉한 ‘황해’(2시간36분)에 비해 16분이 줄어들었다.
‘추격자’는 여성들을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했고, ‘황해’는 조선족의 청부살해를 소재로 한 영화다. 두 작품 모두 음울하고 어둡다. 좀 더 밝은 이야기는 그에게서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일까.
"행복하거나 달콤하다거나 밝은 소재들에 흥미를 느낄 때도 있죠. 하지만 부정적이고 어두운 내용에 좀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부정적인 뉴스가 저를 더 자극하는 것 같고요. 사실 세상에는 밝은 것은 많고 어두운 것은 적잖아요. 아이가 생기면 달라질까요? 이대로 시간이 흘러간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네요."
사실 그도 10여년간 무명 생활을 버티며 ‘어두운’ 생활을 견뎌야 했다. 사발면 하나로 하루를 견딘 적도 있었다. 연이은 실패와 좌절은 자살 충동까지 일으켰다. 두 번 만든 영화가 모두 칸에 진출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영화 만들기는 그를 한때 절망의 심연 속으로 끌어내리기도 했다.
"너무 깜깜했어요. 그 깜깜한 시간 안에서 계속 무언가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루는 사발면 하나 먹고 견뎠어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하루에 밥 한 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시기였죠.
생명을 저버리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그때 저를 지탱해준 힘이 바로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죠. 왜 살아야 하는가로 고민하던 시간이 많아요. 왜 나는 이렇게 살고자 할까가 제가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영화에 대한 애착이죠. 그때 다짐했어요. 그래서 힘들지만 영화를 절실한 마음으로 찍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아직 미성숙하다고 말한다. 자신보다 훨씬 경험 많은 관객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러온다는 생각을 하고서 살아간다고 한다. "정말 저는 아이라고 생각해요. 철 좀 들었으면 좋겠어요."
"여러 면에서 계속 변화해 나가겠죠. 저는 이제 겨우 걸음마 두 걸음 뗀 사람일 뿐입니다."
(칸<프랑스>=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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