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실수에도 아름다운 구성과 연기에 박수갈채
2011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모스크바 메가스포르트 아레나에는 30일 한 폭의 큰 동양화가 펼쳐지는 듯 했다.
한국 전통 민요인 ‘아리랑’을 비롯해 민요 구음(口音)과 가야금 선율이 은은하게 흘렀다.
그 속에서 연기를 한 ‘피겨 여왕’ 김연아(21·고려대)의 의상은 수묵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었다.
김연아는 화폭을 움직이는 한 필의 붓이 돼 링크 위를 우아하게 미끄러졌다.
김연아는 ‘오마주 투 코리아’를 공개하면서 "후반 스파이럴 연기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김연아가 언급한 청량감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고 솟아오르는 감동도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마주 투 코리아’의 배경 음악은 ‘아리랑’의 메인 선율이 한국 전통음악과 어울려 재탄생한 곡이다. 지평권 음악 감독과 미국 영화 음악의 거장 로버트 버넷이 함께 편곡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구슬픈 선율이 흘러나오면서 김연아의 안무가 시작됐다. ‘피겨 여왕’의 우아한 동작과 유려한 선율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
김연아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점프에서 실수했지만, 박진감 넘치는 선율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지평권 감독이 "한국의 발전상을 반영했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김연아는 레이백 스핀 등에서 한국 전통 춤에서 힌트를 얻은 춤사위를 선보였다.
가야금 선율 등이 이어지면서 관중은 김연아의 연기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됐다.
한(恨) 어린 선율이 흐르고 김연아는 천천히 빙판을 돌면서 링크를 수놓아갔다.
그러다가 구음(口音)이 흐르는 가운데 속도감 있는 플라잉 싯 스핀과 스텝 시퀀스가 펼쳐지면서 다시 분위기는 고조됐다.
이어 김연아가 ‘하이라이트’로 지적한 코레오 스파이럴 부분이 선보였다.
‘아리랑’ 테마가 다시 링크를 가득 메웠고 김연아가 두 팔을 벌리고 한쪽 다리를 올린 채 우아하게 링크를 활주했다. 6초가량 이어진 스파이럴에서는 당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김연아의 자태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아리랑’의 선율에 익숙하지 않은 현장의 외국인 관중도 이 대목에서는 탄성을 내뱉으며 환호했다.
감동에 젖은 교민 응원단은 태극기를 흔들며 뜨겁게 여왕의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점프 실수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김연아도 환한 얼굴로 팬의 환호에 화답했다.
안도 미키(일본)에 이어 은메달에 머무른 김연아는 시상식 단상에서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펼친 아름다운 연기만큼은 팬의 머릿속에서 한동안 떠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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