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동남부 폴비나 거리에 있는 ‘28번 기술전문대’. 이 대학 조리 전문 강의실 밖으로 우리 코에 익숙한 고소하고 매콤한 음식 냄새가 흘러나왔다.
실내로 들어서자 흰색 모자와 요리복을 갖춰 입은 현지 남녀 학생 20여 명이 조리대에 둘러서서 프라이팬 위에 놓인 야채를 뒤집으며 양념을 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눈과 귀는 하나의 설명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통역을 통해 조리법을 설명하는 한국인 강사 쪽을 수시로 향하고 있었다.
러시아 주재 한국문화원(원장 양민종)의 지원으로 이 학교에 처음 개설된 한식 요리 강좌에서 학생들이 궁중 떡볶이를 만드는 모습이었다.
모스크바의 5개 대학에서 처음으로 한식 강좌가 정식 과목으로 개설돼 관심을 끌고 있다.
요리학과나 식품영향학과가 있는 28번 기술전문대와 14번 기술 전문대, 모스크바 식품기술 전문대, 모스크바 식품공업대, 모스크바 국립 플레하노프 경제대 등에서 일주일에 약 3시간씩 한식을 가르치고 있는 것. 4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12주 과정으로 학교별로 15~30명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강사로는 한국의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이사장과 연구원 3명이 초빙됐다. 한국 푸드코디네이터 협회장과 농림부 한식세계화 추진위원도 맡고 있는 양 이사장은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도 한식 강좌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요리사다.
양 이사장과 연구원들은 돌아가며 러시아를 방문해 미래의 요리사를 꿈꾸는 러시아 학생들을 상대로 비빔밥, 제육볶음, 잡채, 궁중 떡볶이, 불고기, 비빔 국수, 호박죽 등 다양한 한국 요리를 가르치고 있다.
이날 한식 요리 강좌에 참가한 ‘28번 기술전문대’ 토마라 부토로바 교수는 "2
학년 학생 30명이 한국 요리 강좌를 듣고 있다"며 "학생들이 수업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 러시아 전통 요리와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외국 요리 강좌가 개설돼 있지만 한식 강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계속 한식 강좌가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 나피사 카리모바도 "강의가 아주 재밌고 마음에 들어 학생들 모두가 한식 강좌 시간을 기다릴 정도"라며 "앞으로 계속 한식 강의가 이어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밝혔다.
주러 한국문화원 측은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일부 요리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특별 한식 강좌가 개설된 경우는 있지만 대학의 정식 과목으로 운영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강좌가 러시아 내의 한식 보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향자 이사장은 "이번엔 한 학기 과정으로 강좌를 운영했지만 러시아 대학들에서 장기적으로 강의를 해줄 것을 요청해와 4년 과정을 개설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며 "한식 강좌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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