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오락 벗어나 교육·의료 등에 응용
기능성 게임 시장 확대
인도양에 있는 가상의 섬 셰일란. 갑작스런 가뭄과 내전으로 주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인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대원들이 급파돼 주민 구조에 나섰다. 주어진 예산을 고려해 주민들에게 공급할 ‘식량 대포’를 쏘고, 헬리콥터로 굶주린 주민의 위치와 인원수를 파악해 최대한 빨리 구출해야 한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이 시나리오는 게임 ‘푸드 포스’의 내용이다. WFP가 2005년에 청소년들에게 유엔 식량 원조 및 긴급구호 활동을 교육하기 위해 제작했다. 이 게임은 한국,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세계 16개국 언어로 제작, 배포돼 전세계에서 1,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게임이 단순 오락에서 벗어나 교육, 의료, 국방 분야까지 화려한 외출을 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이나 의료, 군 작전용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된 기능성 게임이 뜨고 있다.
NHN은 전세계 어린이들에게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게임 ‘에코프렌즈’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를 빨리 심어야 하는 내용의 이 게임은 세계 최초로 유엔환경기구(UNEP)의 인증을 받은’착한 게임’이다. 올 상반기에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도 출시된다.
게임이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들은 체육 수업 시간에 게임기를 이용한다. 아이들은 체육 수업 시간에 일본 닌텐도가 개발한 동작인식 게임기 ‘위’(wii)에서 작동하는 무용 게임 ‘댄스 댄스 레볼루션’을 신나게 따라 한다. 미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소아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평소 체육 수업 시간을 지겨워 하던 아이들도 게임기를 수업에 도입한 이후 열심히 참여해 성과가 좋다.
국내에도 닌텐도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위 핏 플러스’가 다이어트 운동용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에서 2,260만 개 이상 팔린 이 게임은 몸의 균형, 체중 등을 측정할 수 있고 근력 운동, 유산소 운동도 가능해 활용도가 높다.
NHN의 온라인 한자교육 게임’한자마루’는 주부들의 호응이 뜨겁다. NHN에 따르면 2만6,000여명의 어린이들이 매일 한 시간씩’한자마루’게임을 한 뒤 측정한 결과 한자능력 5급 수준(600자)을 40일 만에 달성했다. NHN 관계자는"이 게임을 이용하면 아이들이 한자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며 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도 게임을 활용한 치료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아산병원은 구체적 게임 내용과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았으나 국내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와 공동으로 지적발달장애아동의 인지력을 높여주는 게임을 개발 중이다.
군사 분야에서 모의훈련 게임이 사용된 지는 오래됐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와 ‘팔콘’ 등은 전세계 공군이 조종사 훈련용으로 애용한다. 두 게임 모두 실제 위성 촬영한 항공 지도가 들어 있으며 조종석을 정밀하게 재현해 이륙부터 비행, 착륙까지 실제 항공기 조종을 방불케 한다.
미 육군도 ‘아메리칸 아미’라는 게임을 개발해 병사들에게 모의 지상전 개념을 가르치고 있다. 유명한 1인칭 사격 게임’오퍼레이션 플래시포인트’는 미 육군의 야전훈련교범을 토대로 만들었다.
전세계적인 기능성 게임 붐을 타고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기능성 게임 시장 규모는 내년에 4,476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교육용 게임이 42.7%, 군사용 13%, 의료 헬스 용 10.9%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지만 기능성 게임으로 게임의 역할을 확대하면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희선 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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