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에서 평화유지를 위해 활동한 최영진 유엔 사무총장 특별대표는 이 나라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위험한 순간도 많이 맞았다.
처음에는 2천명 수준, 나중에는 1만명까지 불어난 평화유지군을 통솔하면서 친위병력만 5만5천명을 가진 그바그보 전 대통령 측과 대치해야 했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뻔한 일도 여러차례 겪었다.
그가 현지에서 머문 유엔본부는 대통령궁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이었다.
내전이 심화되자 그바그보 측은 주변 건물 망루에 저격수들을 배치, 유엔본부에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최 대표의 사무실은 방탄유리가 돼 있지만 수시로 회의가 열리는 회의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 번은 저격수가 쏜 총탄이 창의 섀시부분을 뚫고 들어와 여기저기에 튕긴 뒤 벽에 박히기도 했다.
결국 저격수들이 아침 인사처럼 퍼붓는 총탄에 유엔 직원 4명이 부상했다.
최 대표는 "이 와중에 직원들이 모아놓은 다양한 종류의 총탄들이 꽤 된다"고 밝혔다.
최 대표가 스스로가 위기에 처했던 순간도 있었다.
지난 1월10일 수도 아비장 북부의 아보보라는 곳에서 내전이 치열하게 전개돼 그바그보군이 크게 패했다. 이를 바드득 간 그바그보군의 복수가 예상됐다.
역시 정부는 오후 8시부터 통행금지를 내리더니 특수부대와 용병을 이 지역에 투입했다. 민간인 대량학살이 불을 보듯 뻔했다. 최 대표가 즉시 순찰군을 보냈으나 역시 자기네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최 대표는 오후 8시 30분 직접 이 지역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날 그대로 두었다가는 그야말로 참혹한 민간인 살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가 죽더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변의 평화유지군 병력을 다 끌어모아봐야 장갑차 8대 병력 밖에 안됐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푸른색 유엔 헬멧에 방탄조끼를 껴입고 장병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갔다. 가는 동안 바리케이드만 12개를 부숴야 했다.
평화유지군은 이날 그바그보 측 특수부대와 3번 조우하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대치했다.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는 유엔군은 악명 높은 용병들이 공격을 할 경우 몰살 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교전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밤 12시 30분에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해 민간인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
위기는 내전 종식이 얼마 남지 않은 4월 6일에도 찾아왔다.
이날 오후 4시께 대선 당선자인 와타라 측이 플래투 지역의 방송국을 점령했으니 유엔 측에서 외곽경비를 서 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최 대표 측은 마땅히 보낼만한 장교가 없어 직접 출동했다. 장갑차 3대와 방탄차 3대가 준비됐다.
장갑차 2대는 외곽경비를 위해 현장에 배치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니 와타라군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뭔가 낌새가 이상해 급히 유턴을 해 돌아오려는데 바로 앞에 가던 장갑차에서 불똥이 엄청나게 튀었다. 그바그보군의 기관총 공격을 받은 것이었다.
최 대표가 탄 차는 일반 지프를 개조한 방탄차였다. 일행은 급히 멈춰 전투태세를 갖췄다. 마침 그때 와타라군도 도착해 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최 대표는 "나중에 들어보니 그 정도의 중기관총탄은 내가 탄 방탄차 정도는 쉽게 뚫는다고 하더라. 내차가 앞에 갔으면 우린 다 죽었을 상황이었다. 내 옆의 경호원이 상황을 간파하고 땀을 철철 흘렸다. 나는 방탄차라서 안전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고.."라고 말했다.
그바그보 측은 이외에도 최 대표를 암살할 계획을 많이 세워놓았다.
최 대표가 골프와 테니스를 즐기는 것을 알고 골프장, 테니스장 주변에 저격수를 배치했으며 여자를 시켜 독살하려는 음모도 꾸몄다고 한다.
최 대표는 "그바그보 측 부하들이 ‘최영진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며 제거작전을 세웠다는 걸 모 인사로부터 전해들었다"면서 "이후에는 골프장, 테니스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여성을 각별히 조심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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