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과 케이트 등 로열패밀리의 사진을 담은 ‘왕실결혼’ 기념 트럼프 카드.
다음 주 윌리엄 왕자와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열리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1,900명의 ‘엄선된’ 하객들이 제각기의 자리에 앉았을 때, 13세기에 지어진 이 고딕스타일의 웅장한 실내에선 가장 불편한 좌석의 주인공에게 많은 시선이 쏠릴 것이다.
콘월 공작부인 - 찰스 왕세자의 오랜 연인, 그리고 2005년 찰스와의 결혼으로 윌리엄의 계모가 된 카밀라다. 4월29일 결혼식의 가장 관심 끄는 화제의 하나는 이제 두 명으로 늘어나는 ‘예비 왕비님들’일 것이다 : 케이트와 카밀라.
왼쪽부터 새어머니 카밀라, 윌리엄 왕자, 아버지 찰스 왕세자.
찰스의 왕위 양보? 가능성 희박
카밀라 향한 여론 반감도 줄어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둘 다 왕자님과의 결혼으로 평민에서 영국의 가장 높은 신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여성들이다. 남편들이 왕위에 오르는 순서에 따라 카밀라가 먼저, 그리고 케이트가 나중에 ‘왕비님’이 될 테니까.
두 사람의 공통점은 거기까지다.
젊고 아름다운 케이트(29세로 윌리엄보다 5개월 연상이다)는 미래의 남편과 함께 과거 30년간 상처투성이가 된 왕실의 영광을 되살려줄 구세주로 영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다.
내년에 즉위 60년을 맞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은 여전하지만 다른 왕족들은 이혼과 무분별, 국민세금의 낭비, 수상한 재정거래 등 온갖 스캔들로 영국 타블로이드판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해왔다.
한때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생활을 파괴한 장본인으로 영국민이 가장 증오하는 여성으로 묘사되었던 카밀라는 반감이 눈에 뜨이게 줄어든 여론조사결과로 보면 최근 ‘속죄’의 길에 꽤 깊숙이 들어선듯하다.
무엇보다 그녀는 다이애나의 두 아들 윌리엄과 해리가 공개적으로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 같은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인정은 금년 초 카밀라가 케이트와 런던의 한 식당에서 이야기하며 친밀하게 점심을 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히면서 더욱 공식화되었다. 결혼식 들러리들의 의상에 관해 의논하는 대화내용까지 전해졌다.
그러나 ‘재활’의 과정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설사 찰스(62)가 왕이 된다 해도 카밀라(63)가 공식적으로 왕비가 되는 것은 반대한다는 여론을 극복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난 몇 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50~60%의 응답자가 왕위계승에서 찰스와 카밀라를 건너뛰고 윌리엄과 케이트가 아직 젊을 때 왕위에 오르는 것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왔다.
이유 중 하나는 나이다. 이번 주로 85세가 되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2002년 101세로 타계한 자신의 어머니 퀸 마더처럼 장수한다면 80세가 다 되어 차례가 올 찰스는 왕이 되기엔 너무 늙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찰스는 캐주얼한 장소에서 더블브레스트 자켓을 입거나 거드름을 피우는 부자연스런 매너로 나이든 태가 역력하다는 입방아에 올라있다.
찰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설사 찰스가 왕위에 오르더라도 카밀라가 공식적으로 왕비가 되는 걸 반대하는 여론이 아직 대다수다.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의 경우 찬성은 14%에 불과했다.
이런 배경으로 볼 때 다음 주의 결혼식은 왕족들이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며 서로를 받아들이는 화해의 자리라고도 할 수 있다.
카밀라의 위치가 특히 눈길을 끌 것이다. 찰스와 다이애나의 파경 당시 파밀라를 “저 사악한 여자”라며 진노했던 여왕으로부터 바로 몇 자리 떨어진 곳에 앉을 테니까.
왕위계승 서열 1위 웨일스 공(Prince of Wales)의 부인에게 주어지는 ‘웨일스 빈’(Princess of Wales)보다 낮은 콘월 공작부인(duchess of Cornwall)의 칭호를 받은 카밀라는 처음부터 여론의 인정을 받는 것이 긴 기다림이라는 것을 각오했었다. 2005년 결혼 때도 버킹엄궁은 카밀라는 찰스가 즉위해도 ‘퀸’이 아닌 ‘프린세스’ 타이틀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카밀라의 힘은 초연함이라고 친구들은 말한다. 다이애나에 대한 무조건적 열광에 비례해 그녀에게 쏟아진 무자비한 험담에 그녀는 무표정한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술을 좋아한다는 걸 숨긴 적도 없었다. 1998년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전처 아들’ 윌리엄 왕자와의 첫 대면을 하고 온 날 카밀라는 친구에게 말했다 : “아, 오늘은 정말 진 앤 토닉이 필요해!” 그러나 하루 30개 이상으로 피워대던 줄담배는 찰스의 강권으로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비하도 서슴없는 활달한 유머와 조용한 결단력을 지닌 카밀라는 “일관된 현명한 자세로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것”이라고 작자이며 저널리스트인 윌리엄 쇼크로스는 말한다.
실제로도 찰스가 왕위를 아들에게 양보하거나 카밀라를 ‘왕비’로 봉하지 않은채 찰스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정치적, 헌법적 현실과 상충된다.
1936년 이혼녀 심슨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왕위를 포기한 에드워드8세의 결정은 지금까지도 왕가의 어두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킹스 칼리지의 역사학자 리처드 드레이턴은 찰스를 건너뛰는 것은 의회의 반대 등 상당한 장애에 부딪칠 것이라고 말한다. 헌법학자들도 영국의 어떤 헌법전통이나 현행법에서도 왕의 아내가 왕비가 되는 걸 막는 조항은 없다고 해석한다.
카밀라 자신이 이 문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어떤 친구들은 그녀의 관심은 오직 찰스뿐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언젠가는 카밀라가 이 성당에 왕관을 쓰고 찰스와 나란히 앉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한다. 찰스 또한 왕이 되는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확신하고 그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 자신의 어머니인 여왕을 포함 왕족 중 그 누구보다도 많은 공무를 충실히 수행해 왔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최근 이들 부부는 여론이 ‘카밀라 왕비’에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비친 일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찰스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카밀라가 왕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글쎄, 내 말은, 음, 두고 봐야하지만”하면서 말을 더듬다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했다.
금년 2월 카밀라도 한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을 때 어린소녀가 “언젠가는 왕비가 되실거예요?”라고 묻자 “어쩌면”이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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