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경외과학회 최우수 논문상
뇌종양치료 권위자 아이작 양 교수
이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UCLA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미 신경외과학 분야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각광을 받고 있는 한인 의사가 있다. UCLA 데이빗 게펜 의대 조교수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아이작 양(33) 박사가 주인공이다. 양 박사는 최근 미 신경외과학회가 수여하는 로널드 L. 비트너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신경외과학회가 젊은 교수진 혹은 레지던트에 의해 제출된 뇌종양에 관한 최우수 논문요약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으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양 박사는 지난 11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개최된 미 신경외과학회 연례회의에서 3,000여명의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명적인 뇌종양 ‘교모세포종’(glioblastoma)을 치료하는 백신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 맞춤형 치료 백신으로 뇌종양을 치료하는 임상실험의 성공으로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아이작 양 박사를 UCLA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만났다. <하은선 기자>
월 20여건 뇌종양 수술 집도 ‘가장 행복한 시간’
비즈니스맨 꿈 접고 4대째 의사집안 ‘가업’
하루 13~16시간 ‘고된 노동’치료백신 연구 심혈
■수술을 좋아하는 훈남 의사
“4월 첫째 수요일에는 36시간에 걸쳐 환자 5명을 수술했습니다. 새벽 2~3시쯤 잠깐 잠들었다가 새벽 5시에 다시 수술준비에 들어갔죠. 그래도 전 수술하는 시간이 가장 좋습니다. 그 다음이 골프와 아내랑 함께 하는 시간이구요”
아이작 양 신경외과 전문의는 한 달에 20회 가량 뇌종양 수술을 집도한다. 지난해 7월 UCLA 의과대학 조교수로 임명된 이후 인터뷰 당일까지 총 수술 횟수는 174회. 주중에는 다른 곳도 아닌 뇌를 여는 수술을 밥 먹듯이 하는 셈이다.
뇌수술을 할 때 레이디 가가나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을 틀어놓는 의사. 그러나 일단 뇌를 연 상태에서 수술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음악소리는 귓가에서 사라진다. 한번 시작하면 6시간이 넘는 수술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방편일 뿐이다.
“내 자신은 수술하기를 좋아하지만 환자에게는 가장 마지막으로 권하는 옵션이 ‘수술’입니다. 신경내과의 의뢰가 들어오면 일단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법을 강구합니다.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감마나이프 같은 방사선 수술, 혹은 최소 절개만으로 종양제거가 가능하다면 두개골을 절개하는 수술은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기가 매우 작고 크기가 자라지 않는 양성 종양인 경우 정기적으로 MRI를 찍어 환자의 상태를 관찰함으로써 수술을 피하기도 합니다”
최근 그는 50대 후반 한인의 뇌종양 제거수술을 집도했다. 테니스공 크기만 한 뇌종양 때문에 시력을 상실해 가던 이 환자는 수술이 끝난 후 ‘천사를 만났다’고 표현했을 만큼 수술과 수술 후 생활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4대째 의사 집안
그는 UC버클리에서 사회복지학과 분자세포 생물학을 복수 전공했다. 증조부, 조부, 아버지가 모두 의사였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보다는 비즈니스맨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 피는 속일 수 없었나 보다.
UCLA 의대에 진학했고 최상위 성적(AOA Honor)으로 졸업한 후 뇌종양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C샌프란시스코 메디칼 센터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의대에 진학할 당시에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소아과 의사가 되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러나 수술실에 들어간 이후 그는 수술이 좋아졌다.
6년에 걸친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흔히들 현존하는 직업 중 노동 강도가 최강이라는 신경외과 레지던트는 깨어 있는 시간에는 늘 일을 하고 욕먹는 것조차 이력이 날 정도가 되어야 하는 직업. 그 역시 서너 번 정도 그만두고 싶었다고 한다.
“레지던트 시절 교통사고를 당한 뇌출혈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왔죠. 수술을 집도할 교수를 기다리며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메스를 처음 잡았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서 신경외과의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 허고은(30)씨 역시 UC데이비스 메디칼 센터 방사선과 의사여서 주말에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하루 13~16시간을 병원과 연구실에서 보내는 그이기에 주말은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꼭 아내와 함께 한국 드라마도 보고 골프장에 나가기도 한다고.
■맞춤형 치료백신 연구 인정
미 신경외과학회 로널드 L. 비트너상을 수상한 그의 연구 논문은 ‘교모세포종 치료 백신’에 관한 것이다. 논문의 골자는 교모세포종 환자 자신의 종양세포와 면역세포를 섞어서 만든 맞춤형 치료 백신이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
교모세포종은 뇌에 존재하는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한 신경교종 중 가장 악성으로 분류되는 뇌종양으로, 그 성장이 매우 빠르고 주변 조직으로 전이가 빨라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모두 제거해 낸 후에도 재발되는 경우가 흔하다.
양 박사팀의 연구를 통해 현재까지 이 백신을 맞은 환자들의 90%가 수술 1년 후 생존했고, 55%가 수술 후 2년, 44%가 수술 후 3년간 생존했으며 3명의 환자들은 수술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형질이 변하는 종양의 특성상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세포가 종양세포를 선별해 공격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이 백신이 교모세포종의 완치에 대한 해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 백신이 교모세포종의 성장속도를 억제하고 재발을 지연시킴으로써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 뇌종양을 만성 질환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양 박사팀은 확신하고 있다.
양 박사의 연구는 이처럼 첨단을 달리고 있지만, 그는 환자들이 친근감을 느끼는 의사로 유명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유쾌하게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서 권위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면서 환자를 가족처럼 돌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상투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신경외과의사로서 연구가 중요하고 수술도 중요하지만 환자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고 힘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뇌종양 분야 전문가인 아이작 양 신경외과 전문의가 UCLA 데이빗 게펜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자신의 연구 및 임상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아이작 양 박사가 미 신경외과학회 로널드 L. 비트너상을 수상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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