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 안팎의 논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식량 지원론자들은 북한 정권의 책임 여부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은 순수한 인도적 차원으로 많은 북한인들을 아사 위협에 놓이게 할 수 없다면서 즉각적인 지원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지원 반대론자들은 북한 체제의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면서 식량 지원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원론자인 모튼 아브라모위츠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19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 정부는 기아에 직면한 많은 북한인에 대한 미국의 식량지원을 막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한국이 북한인들이 굶어 죽기를 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미국은 이런 정책을 변화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이를 거부한다면, 미국은 이 문제에 관해 한국을 지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한국을 따라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죽거나 영양실조로 불구가 되도록 허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보.연구담당 차관보를 지낸 그는 최근 거의 매년 북한을 방문한 미국 내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지난해 11월에도 방북한 바 있다.
미국 내 식량지원 찬성론자들은 한미공조를 강화해 온 오바마 정부가 이번 만큼은 미국의 주도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식량지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전날 재단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북한은 스스로를 습관적인 거지로 만들어 주민들을 먹여살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북식량 지원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때까지는 올해 국제사회의 지원이 있다 해도 내년과 내후년에도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북한의 행동변화가 있기까지는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은 다른 곳을 향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지금까지 (한.미) 양국의 정책적 차이를 극대화하려 했었다"면서 식량지원 문제와 관련한 긴밀한 공조 필요성도 제기했다.
의회에서는 이미 상.하원 외교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등 분명한 시각 차이를 노출한 바 있다.
대북 강경파인 일리애나 로스-레티넌(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하원의 북한 청문회에서 김정일을 폭군이자 미치광이로 비판받았던 로마의 황제 `칼리굴라’에 비유하면서 대북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지원 식량이 내년 김일성 탄생 100주년 행사용으로 전용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대화론자인 존 케리(민주)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난달 말 성명을 통해 "미국은 오랫동안 정치와 인도적인 사안을 현명하게 분리해 왔다"면서 지원식량의 엄격한 분배 모니터링 실시를 전제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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