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정적자 논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방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연차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장기 플랜을 13일 조지 워싱턴대 연설을 통해 표명하면서이다.
향후 12년내 재정적자를 4조달러 감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 4분의 3은 국방예산.사회보장예산 등 각종 비용 삭감을 통해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부유층 세금감면혜택 중단을 통해 세수를 늘림으로써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재정적자 문제는 공화당의 선점이슈였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의 민주당 패배도 보수 시민단체 ‘티파티’로 대변되는 보수세력이 행정부의 방만한 재정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킨데서 비롯됐다.
취임후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보다는 건보개혁을 최우선 개혁과제로 파고들었고, 일자리 창출.미래 경쟁력 확보를 경제 회복의 화두로 삼았다.
물론 지난해초부터 백악관 주도로 초당적 재정적자 대책위를 가동하긴 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극복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던 터였다.
이런 흐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장기 재정적자 해결 청사진을 발표한 것은 수세적 이슈였던 재정적자 문제를 공세적으로 반전시키려는 의지로 보인다.
국가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이슈인 이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2012년 재선의 길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정치적 판단도 곁들여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4일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지 열흘만에 재정적자 대책을 발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2011 회계연도 예산을 놓고 연방정부 폐쇄직전까지 가는 벼랑끝 협상으로 공화당과 일전을 겨뤘고, 최근 공화당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이 향후 10년동안 4조달러가 넘는 적자를 줄이겠다는 공화당안을 내놓은 시점에서 백악관 주도로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1 회계연도 예산투쟁을 거울삼아 또 다시 반복될 2012 회계연도 예산안 투쟁의 준거틀을 일찌감치 만들 필요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적자 감축을 위해서는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고 적극적 의지를 피력했고, "모든 것이 다 테이블위에 올려져야 한다"며 민주당이나 리버럴 지지자들이 지키려는 사회보장 프로그램까지도 예외를 둘 수 없음을 강조했다.
오는 2023년까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사회보장 예산을 4천8백억달러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지지층의 반발을 낳을 수 있는 정치적 위험을 감수한 조치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민주.공화 양측의 반발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중도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사회보장 프로그램 예산을 깎는 것과 더불어 공화당이 반발하는 최상위 부유층 세금감면 혜택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진보.보수 진영의 반발을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의 방안은 지난해 활동한 초당적 재정적자 대책위의 권고안을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안은 일방의 주장만을 담은게 아니라 초당적 사회적 합의를 반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를 중도 노선을 제시하며 초당적 중재자로서 자리매김하려 했지만, ‘이데올로기’ 적으로는 공화당의 비전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을 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산.재정적자 논쟁은 단지 서류상의 숫자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며, 바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 우리가 믿는 국가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건강보험 관련 예산을 전면적으로 줄이는 공화당의 적자 감축안에 대해서 "5천만명의 국민에게 건강보험을 포기하라는 것이며, 이는 적자감축안이 아니라 미국의 사회적 계약 근본을 뒤흔드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공화당안은 부유층을 살찌게 하는 방안이며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비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사회보장 프로그램까지 손을 대는 재정적자 감축방안이 민주당 지지층을 이반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 공화당의 급진적 사회보장예산 감축안과 선명히 대비시키려는 의도로 읽혀졌다.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나름 중도적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번 감축안 발표는 오는 2012년 대선까지 치열한 정치투쟁의 그라운드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진보진영은 증세를 동반하지 않은 일방적 사회보장 예산 축소에 반발하고 있고, 공화당은 "너무 협소하고, 너무 때늦은 조치"라고 비판하며 부유층 세금감면 종료조치에 반발하고 있어 정치.사회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치 평론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표를 ‘정치적 위험을 동반한 플랜’(politically risky pla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가까스로 연방정부 폐쇄를 피한 2011 회계연도 예산 투쟁에서 벌어졌던 백악관과 공화당의 예산.재정적자 전쟁은 수주내로 정부부채 상한선 조정 격돌로 재연될 조짐이다.
백악관은 정부 부채 상한선(14조3천억달러)를 올려주지 않으면 ‘미국 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며 혐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건강보험, 낙태, 환경예산 등 대폭적인 정부 지출 삭감없이는 합의해줄 수 없다고 호언하고 있는 상태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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