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일부 건물이 불법 카지노 시설로 이용돼 왔다고 일간지 ‘이즈베스티야’ 등이 14일 보도했다.
2009년 7월 러시아 내 주요 도시에서의 카지노 영업을 금지한 연방법이 시행되면서 지하로 숨어든 카지노 업자들이 치외 법권 지역인 외국 공관을 불법 영업 장소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북한 대사관도 그 중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대사관은 이 같은 보도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보도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 서쪽 ‘모스필르모프스카야’ 거리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지난해 9월 대사관에 속한 2천㎡ 크기의 행정용 건물을 식당으로 쓰겠다는 ‘인테르’라는 현지 회사에 임대했다. 하지만 수사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 건물에서 카지노 영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카지노장이 들어선 건물은 대사관 건물과 철제 담장으로 분리돼 있으며 사전에 전화로 예약하거나 기존 고객들이 추천한 사람들만 철저한 보안검사 과정을 거쳐 출입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건물 안에는 2층과 3층에 각각 도박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층은 주로 러시아 남부 캅카스 출신을 포함한 범죄조직 관계자들이 드나들고, 3층은 큰 사업가나 쇼 비즈니스 업자 등 제한된 VIP 고객들만이 출입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2층 도박장에는 룰렛 게임용 테이블 4개와 포커.블랙잭 게임용 테이블 5개, 약 30개의 전자 게임기 등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장에서 현금은 통용되지 않는다. 게임용 칩을 구매하거나 일정 금액을 게임에 걸고 싶은 고객은 딜러에게 원하는 금액만을 얘기한 뒤 도박을 즐긴다. 게임이 끝나고 따거나 잃은 돈 액수가 정해지면 며칠 안에 외부 장소에서 정산하거나 사전에 알려진 은행 계좌로 입금한다는 것이다.
현지 인터넷 매체들은 카지노 출입증 값만 1만 달러며 하루 저녁에 10만 달러 이상을 뿌리는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카지노 업주들은 게임장이 치외 법권 지역인 대사관 건물 안에 있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며 고객들을 유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북한 대사관이 임대한 건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언론 보도 후 주러 북한 대사관은 즉각 "우리 대사관 역내에는 어떠한 카지노도 없으며 그 전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일간지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가 전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대사관에 속한 건물이 카지노로 운영된다는 사실을 북한 외교관들이 몰랐을 리 없으며 오히려 도박장을 외화 벌이 수단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즈베스티야는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 ‘아르미얀스키 페레울록’ 거리에 있는 벨라루스 대사관 구내에서도 비슷한 카지노가 운영돼 왔다고 폭로했다.
신문은 또 일부 카지노 업자들이 모스크바의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들과도 카지노 개설 협상을 벌여왔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주로 경제 사정이 어려운 국가 대사관들에 상당한 임대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카지노 운영 허가를 받아냈다는 설명이었다. 벨라루스 대사관도 언론 보도 후 역시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현재 주요 도시들에서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카지노장 적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리 차이카 검찰총장과의 면담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엄청난 수의 불법 카지노장 정보를 보고 놀랐다며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카지노 업자들이 검찰.경찰 등 수사 당국과 복잡한 연계를 맺고 있어 도박장 근절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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