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교육구 ‘학교 프로젝트’디자인 선정 건축가 글로리아 이씨
LA통합교육구가 실시한 ‘학교 건축 프로젝트’ 디자인 원형 공모전에서 건축가 글로리아 이(44·한국명 이동은)씨의 디자인이 채택됐다. LA교육구가 신축 혹은 개보수할 예정인 수많은 교실 가건물들이 그녀의 디자인을 원형으로 건축된다는 의미다. 그 첫 단계로 2013년 완공을 목표로 한 4~5개의 공립학교 건축 프로젝트가 조만간 시작된다. 미래의 학교 청사진이 바로 자신의 손에 좌우된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글로리아 이씨와 그녀의 남편 네이든 스위프트씨를 만났다.
24개 교실이 도서관으로 다목적 공간 활용
소음방지·에너지 절약 등 독창적 아이디어
■ 교육 열정, 사회 변혁 의지를 담다
“커뮤니티를 위한 건축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남편은 차터스쿨과 시니어센터 프로젝트라면 얼른 달려갔죠. ‘변화’와 ‘혁신’은 항상 우리 주위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거든요”
교실이 좋으면 학습 능력이 향상된다는 지론에서 출발한 LA교육구의 야심찬 프로젝트다. 이번 공모전에서 채택된 이들 부부의 디자인 원형은 2만5,000~3만스퀘어피트의 대형 학교 건물에 적용된다. 도서관, 레크리에이션 센터로도 확대 적용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학교마다 그들의 교육방식에 맞게 공간이 개조되는 교육시설을 지향하는 건축 디자인이다.
천편일률적이고 성냥갑 같은 교실에서 탈피해 수업 방식에 맞게 공간이 변경되고 주변 환경에 따라 외관이 달라지는 학교. 바로 하버드대 동문 건축가 글로리아·네이든 스위프트 부부가 꿈꾸는 미래의 학교 건물이다. 이들 부부가 디자인한 미래의 학교 건물에는 예지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는 물론 사회 변혁의 의지가 뚜렷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친환경적인 건축을 모토로 한다. 24개 교실이 있는 2층짜리 건물은 도서관으로도 변경 가능하다. 다양한 소재의 패널로 덮어지는 철제구조, 모듈러 건축물은 플로어플랜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시끄러운 도로변에 위치한 학교는 소음방지가 되도록 철제구조에 방음 패널을 덮으면 되고 아름다운 학교를 원하면 철제구조 위를 넝쿨 식물로 덮어 쾌적한 미관을 가꾸면 된다. 그야말로 LA교육구가 내세운 이상적인 건축물 컨셉을 그대로 현실에 옮겨놓는 디자인. 유연성, 친환경, 수월한 관리를 충족시키면서 적절한 비용으로 빠르게 대량 건축이 가능한 디자인이다.
■ 교육에서 미래의 희망을 찾다
작지만 사려 깊은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미래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담은 스터드 시리즈처럼 LA교육구 학교 건축 프로젝트도 재활용 철제를 주재료로 외관을 바꿀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더 많은 공기와 빛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에너지 절약이 되고 환경 파괴를 하지 않는 건축물을 원했다. 이렇게 지어진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과학, 기술,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공모전 출품을 준비할 때부터 지난 6월 1차 관문을 통과하고 크리스마스 직전 당선 통보를 받기까지 정말 즐겁고 만족스러운 과정이었습니다. 교육이 변화를 이끌어내는 동력이듯이 우리가 건축한 학교를 통해 사회변혁을 이룬다는 기쁨이 늘 존재했거든요”
학교, 상업 혹은 산업 공간, 주거 공간 할 것 없이 이들 부부가 건축했고 건축 중인 프로젝트는 수없이 많다. 레익뷰 테러스 교육 콤플렉스를 비롯해 윈체스터 레익 스키너 클로라인 워터시설, 10개의 차터스쿨, 시니어 센터, 링컨 하이츠 보이즈 앤 걸즈 클럽 등을 건축했고, 남가주 메트로폴리탄 워터 디스트릭의 에이전시로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재미를 찾는 건축, 펀 라이프
글로리아 이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 이민을 왔다. UC버클리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의대에 진학할까 고민했지만 일 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자신이 걸어갈 길은 ‘건축가’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이왕 건축가가 되려면 최고가 되고 싶다는 결심으로 하버드 건축대학원에 들어갔고 일리노이 주립대 건축학과 출신으로 같은 꿈을 꾸고 있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졸업 후 남편은 하버드 건축학과 조교 및 건축회사 ‘마몰 래지너 앤 어소시에이츠’를 다녔고, 이씨는 ‘맥 건축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00년 건축회사 SLO를 공동 설립했다. SLO는 건축디자인 스튜디오와 핸즈-온 프로토타이핑 웍샵, LA지역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갤러리라는 3가지 목적을 갖고 이들 부부가 창립한 다기능 디자인 랩이었다.
특히 이씨가 미 건축가협회 LA지부(AIA/LA) 디자인상을 수상한 후 미시간 주립대 건축대학 오버딕 교육연구 펠로우십에 선정되면서 SLO는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건축회사라는 명성을 갖게 됐다. 이씨는 한인 사회봉사에도 적극적이어서 한미장학재단 부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영리단체 ‘건축과 도시 디자인을 위한 LA포럼’ 이사를 겸하고 있다.
LA교육구의 교실 가건물을 개조할 건축 디자이너 글로리아 이씨가 자신이 디자인한 ‘스터드 시리즈’ 철제 의자에 앉아 있다.
건축회사 ‘SLO’가 앞으로 짓게 될 학교 건물 디자인 원형.
■ 80개 업체 누르고 당선 비결은
지난해 12월 LA교육구가 발표한 공모전 당선자는 이들 부부의 건축회사 ‘SLO’(Swift Lee Office)와 ‘곤잘레스 구데일 건축’(Gonzales Goodale Architects) 2개 업체이다. 앰배서더 호텔 부지에 신설된 로버트 F. 케네디 스쿨을 건축한 30년 전통의 대형 회사 ‘곤잘레스 구데일’에 비하면 ‘SLO’는 설립 11년째 접어든 소규모 건축회사다.
그럼에도 80개의 쟁쟁한 건축회사들을 누르고 공모전에 당선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SLO가 그 동안 진행했던 10개의 차터 스쿨 건축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가산점을 받은 것은 친환경 건축물이라는 점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쓰레기 중에 가장 많은 게 ‘철’입니다. 플래스틱, 종이보다 더 처치 곤란한 쓰레기인거죠. 그래서 학교 건축에 철제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재활용 철제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는 거죠”
SLO 설립초기 이들 부부가 재미 삼아 만들었던 철제가구 라인 ‘스터드 시리즈’(Stud Series)가 그라함 재단의 보조를 받으며 두각을 나타낸 경험이 있다. 재활용 철제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 ‘환경보호’에 좀 더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한 가구 디자인이었다.
<글 하은선 기자·사진 이은호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