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英언론 "멀리가지 않았을 것"…지하벙커 주목
WSJ "공격할수록 더 잘 숨을 것"
"그는 내 가슴 속에 있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머무는 트리폴리 남부 관저 밥 알-아지지아에 있던 한 리비아 관리는 카다피의 소재를 궁금해하는 한 서방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방 연합군의 세 차례 공습이 단행되면서 일주일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카다피의 소재를 놓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 사태가 진행되는 와중에 고비 때마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열광하는 지지자들 사이에 깜짝 등장해 연설하곤 했다.
그는 지지자가 집결한 트리폴리의 녹색광장 등에 불현듯 등장했고 예고 없이 외신기자들이 머물고 있던 시내의 한 호텔을 찾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 연합군의 군사 작전이 시작된 뒤인 지난 16일 레바논 TV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종적을 감췄다.
국영 TV를 통해 전화 목소리만이 전달됐을 뿐 그의 소재는 안갯 속이다.
그는 지난 1986년 미군의 폭격을 받았던 높은 담이 쳐진 밥 알-아지지아 군사 단지 안에 거주해왔다.
이 관저는 여러 채의 건물과 녹지로 이뤄져 있으며 지하 벙커의 규모와 현황을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20일 폭격 때 파괴된 행정동 인근에만 3개의 건물과 텐트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카다피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1986년 폭격당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관저 한 쪽에는 군인들의 숙소로 쓰이는 콘크리트 건물 몇 개 동이 인접해있다.
그러나 카다피는 지난 주말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인간방패를 형성하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을 때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리비아 정부 대변인 무사 이브라힘은 그의 소재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를 거절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카터 햄 사령관은 "카다피의 위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의 소재를 알기위해 군사적 노력을 허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방 언론매체들은 그가 노출을 꺼리고 있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공통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카다피가 리비아의 거대한 사막으로 퇴로를 열어두는 경향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사막으로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풀이했다.
무엇보다 카다피는 자신이 트리폴리를 비우면 쿠데타가 일어날 것을 불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움직이면 미군 등이 운용하는 첨단 정찰기에 노출되고 통신도 감청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이용하기도 힘들어 차량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더 타임스는 "카다피는 지지자들 앞으로 깜짝 등장해 서방을 향한 결사항전을 선언하기 위한 시점을 재면서 여전히 밥 알-아지지아의 벙커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카다피가 서방의 공격을 받을수록 항전의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군에 의해 폭격당한 밥 알-아지지아 군사단지를 최근까지 ‘인내의 집’이라고 명명하면서 수리하지 않은 채 자신의 관저로 써올 정도로 서방세계에 대한 저항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을 노린 공격이 이루어지더라도 포기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숨어지내면서 버틸 것이란 것이다.
이 신문은 따라서 카다피의 과거 행적을 감안한다면 서방세계의 리비아에 대한 공격은 어디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적과 맞서 싸우는 쪽으로 카다피가 결론내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런던.뉴욕=연합뉴스) 이성한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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