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 움직임이 군부로까지 확대되면서 예멘 시위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살레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살레 정권을 지탱하던 마지막 보루였던 군 내부에서도 살레 대통령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살레 대통령은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자신을 지지한다며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군 간부 이탈 속출 = 예멘 육군 제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은 21일 살레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가 전했다.
아흐마르는 "대화의 부족,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억압이 현재 위기를 초래했다"며 "우리는 젊은이들의 혁명을 지지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우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가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나대학 인근 광장에는 아흐마르의 이날 선언 이후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한 탱크와 장갑차들이 배치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대통령궁, 중앙은행, 국방부 등 주요 시설에도 탱크들이 배치됐는데 이는 아흐마르 병력에 맞서기 위한 정부군의 대응책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흐마르는 1994년 내전에서 남예멘의 공격을 제압하고 살레 정권을 연장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군인이면서 살레의 최측근 장성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시위사태 의 향배에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이미 준장 계급의 장성 2명이 아흐마르와 함께 시위대 지지 의사를 밝혔고, 하드라마우트 주에서도 장교 60명과 경찰 50명이 시위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군 내부에서 시위 동조 세력이 확대되고 있다.
현지 일간지 예멘 포스트의 하킴 알-마스마리 편집국장은 "우리 정보로는 군 내부의 60%가 시위대와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살레 정권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며 살레는 지금 퇴진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살레, 국내.외 전방위 압박 직면 = 전날 유엔 주재 대사와 인권장관이 당국의 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며 사임한 데 이어 이날도 시리아 주재 대사와 제2도시 아덴의 주지사가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집권층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살레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는 지난 18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52명이 숨진 이후 사회 각계각층으로 급격하게 확산됐다.
살레 대통령이 속한 부족인 하셰드 부족조차도 살레의 퇴진을 촉구했고 이슬람 종교지도자들도 상부 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군과 경찰에 촉구했다.
국제사회도 예멘 당국의 시위 유혈 진압을 강도 높게 비난하며 살레 정권을 압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카이로 기자회견에서 "예멘 수도 사나에서 보안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사용한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예멘 정부는 최대한의 자제를 보여주고 폭력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이 미국의 알-카에다 억제를 위한 대(對) 테러리즘 작전에 적극 협조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켜 온 점을 감안할 때 살레 정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한 서방의 대응이 주목된다.
◇"평화적 권력이양 방안 논의 중" = 이런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의원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 방안을 놓고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접촉 중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그는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고 정부 군사위원회가 권력을 이양받아 대선과 총선을 치를 때까지 국정을 책임지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현재 양측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 측에 48시간을 협상 시한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아랍권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를 통해 "대다수 국민은 나를 지지하고 있다. 혼란과 폭력, 증오, 공공시설 파괴행위를 원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권좌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예멘 국가안보위원회도 "예멘 군은 쿠데타적 음모에 맞서기 위해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 20일 내각 해산 방침을 밝히는 등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한 각종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자신의 현재 7년 임기가 종료되는 2013년 이전에는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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