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연합군은 20일 밤부터 21일 새벽 사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관저와 동부 지역의 정부군 주둔지 등에 대해 2차 공습을 단행했다.
지난 19∼20일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된 이번 공습으로 카다피 관저에 있는 지휘통제본부가 무력화되는 등 정부군의 대공방어망은 큰 타격을 입었고, 서방의 잇따른 폭격을 받은 카다피의 지상군도 반군의 거점 도시 벵가지에서 남쪽으로 150㎞ 이상 떨어진 지역으로 후퇴했다.
서방의 공습에 위축된 카다피 측은 새로운 정전을 선언했으나 서부의 주요 도시 미스라타에 민간인 복장의 병사들을 진입시켜 무차별 저격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 반군 측에서 제기됐다.
서방의 공습이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은 리비아에 대한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고, 영국과 미국 등 연합군 내에서도 작전 목표를 둘러싼 견해차를 노출하고 있어 이번 사태의 결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카다피 관저 폭격 = 서방 연합군이 20일 밤 발사한 크루즈 미사일은 트리폴리에 있는 카다피의 관저 단지 내 `행정동’을 타격했다.
카다피가 손님을 맞이하는 베두인 텐트로부터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있는 3층짜리 이 건물의 절반은 폭격에 폭삭 주저앉았다.
미사일 공격 당시 카다피가 이 건물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연합군 측은 이번 공격이 행정동 내에 있는 지휘통제본부를 목표로 한 것일 뿐 카다피를 직접 노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인 윌리엄 고트니 해군 중장은 "나는 그(카다피)가 공격 목표 명단에 있지 않다고 보장한다"며 "우리는 그의 거처를 타격한 게 아니라 지휘통제본부를 파괴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트니 중장은 또 "우리는 공습작전이 매우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카다피 체제의 대공방어력이 현저하게 약화됐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리는 B-2 스텔스 전폭기들이 미국 중서부 미주리 주의 휘트먼 공군기지에서 발진해 왕복 25시간 비행하며 2천 파운드(907㎏)짜리 폭탄 45개를 리비아에 투하했다고 AP 통신에 전했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외신 기자들을 카다피 관저로 데려가 피폭 현장을 공개한 뒤 "카다피 국가원수를 보호하려고 수백 명의 시민이 모여 있는 곳으로부터 불과 400m 떨어진 관저에 폭탄이 떨어졌다"며 "이것은 야만적인 폭격"이라고 비난했다.
영국군은 이날 지중해에 있는 트라팔가급 잠수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며 리비아에 대한 2차 공습에 참여했다고 영국 국방부 대변인 존 로리머 소장이 밝혔다.
로리머 소장은 또 지난밤에 토네이도 전투기가 리비아 대공방어시스템을 공격하려고 이륙했다가 민간인이 다칠 수 있다는 판단에 폭격을 포기하고 귀환했다고 언급, 이번 공습작전이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카다피 지지자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이 시작된 이후 서방 전투기가 공습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시설물에 모여 인간방패를 자처하고 있다.
◇카다피 지상군 후퇴 = 서방 연합군은 또 이번 2차 공습 때 동부 지역의 정부군 주둔지도 폭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전투기들은 1차 공습 때 반군의 거점 도시인 벵가지로 진격하던 카다피 부대를 폭격해 수십 대의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동부의 교통 요충지 아즈다비야 외곽까지 후퇴한 카다피 부대에 추가로 폭탄을 투하했다고 반군 측은 밝혔다.
반군 전사인 아흐메드 알-티르와 그의 동료는 카다피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아즈다비야 외곽 지역에 대한 서방 전투기들의 폭격이 전날 밤부터 이날 이른 아침까지 이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이틀 전 리비아 제2의 도시인 벵가지에서 불과 20∼30㎞ 떨어진 곳까지 밀고 들어왔던 카다피 부대는 서방 연합군의 폭격 속에 후퇴를 거듭해 남쪽으로 150㎞ 떨어진 도시 아즈다비야와 석유수출항 도시 브레가 사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퇴하는 카다피 부대를 추격해온 반군 수백 명은 아즈다비야에서 3∼4㎞ 떨어진 외곽 지역에 집결해 있으며, 카다피 부대와 국지적인 교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군 전사 알-티르는 "반군은 (오늘) 오전 3시께 공격에 들어갔고, 카다피 부대는 반격을 해왔다"며 "그들은 아즈다비야 동쪽 입구 쪽에 포진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윌리엄 고트니 해군 중장은 반군 쪽으로 진격하는 카다피의 지상군은 공개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트니 중장은 "만약 그들이 반군 쪽으로 기동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 부대원들은 리비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서부의 미스라타에 민간인 복장 차림으로 진입해 지붕 위에서 사거리 내에 있는 사람들을 겨냥해 총을 쏘고 있다고 반군 측은 주장했다.
반군 측은 또 카다피 부대가 민간인을 강제로 연행해 카다피 초상화와 리비아 국기를 주고 카다피에 대한 지지 구호를 외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리비아 정부는 전날 밤 9시부터 즉각적인 정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으나 이번에도 정전 선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리비아 정부군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을 승인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에도 정전을 발표했으나 이튿날 새벽 정전 약속을 깨고 반군의 거점인 벵가지 외곽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 바 있다.
◇공습 반대 속 서방 진영 견해차 =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이날 리비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적 개입을 승인한 유엔 안보리의 결의가 중세의 십자군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며 비난했다.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안보리 표결에서 러시아와 함께 기권했던 중국도 외교부 성명을 통해 "리비아에 대한 군사 공격에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고, 인도의 S.M. 크리슈나 외무장관도 무고한 민간인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공습 중단을 촉구했다.
리비아 공습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은 `작전 목표’를 둘러싼 견해차를 노출했다.
미국은 이번 군사작전의 목적이 카다피의 축출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으나 영국의 리엄 폭스 국방장관은 이날 "카다피는 합법적인 공격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이번 작전의 목표가 단순히 리비아 국민을 카다피 정부로부터 보호하는 데 있는 것인지, 아니면 카다피의 축출에 있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