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류 부티크, 선물점에 눈독 들이는 출판사들
의류 부티크 킷슨의 매장. 킷슨은 지난해 10만권의 책을 팔았다. 전년도에 비해 두배로 늘어난 것이다.
출판사들이 새로운 판로 모색에 나섰다. 지난달 보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면서 200개 서점을 문 닫고, 반스 & 노블은 전자책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다. 출판업계로 보면 우울한 소식들이다. 이런 와중에 서점과는 전혀 상관이 없던 소매업체들이 책을 새로운 품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최신유행 옷이나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부티크, 선물점, 낚시용품 전문점 등이 책을 팔면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출판사, 소매업체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전략이다.
서점 매출 줄자 일반 소매업체 통해 판로 개척
고객 반응 의외로 좋아 소매점·출판사 모두 환호
LA에 근거를 둔 부티크 그룹, 킷슨(Kitson)은 타블로이드에 종종 등장하는 의류점이다. 취급하는 옷들이 멋쟁이들이 찾는 최신 유행스타일이고 할리웃 유명인사들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리웃의 번쩍거리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품목이 수익을 올려주고 있어 킷슨 측은 놀라고 있다. 바로 책이다. 키슨의 소유주 프레이저 로스의 추정에 의하면 지난 2010년 킷슨에서 팔린 책은 10만권으로 그 전해에 비해 두배로 늘었다.
그래서 전통적 서점들이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아예 문을 닫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은 킷슨에 책을 팔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로스 사장은 말한다. 그는 책 판매 재미가 짭짤하다며 “좋은 책이 있으면 깊이 관여해볼 생각”이라고 말한다.
뭔가 색다른 상품들을 취급하는 이런 소매업체들이 책을 판매하는 데 득이 된다
는 것을 출판사들이 깨닫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출판사들이 서점 아닌 다른 소매업체들에 책을 공급해온 지는 오래 되었다. 주거용품 판매업체에 커피 테이블용 책을 팔고, 어번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같은 가게에는 진기한 책들을 공급해왔다. 그런데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두곳이 진로를 바꾸면서 출판사들은 지난해부터 이런 시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스 & 노블(Barnes & Noble)은 매장을 전자책과 게임, 교육용 장난감 등에 점점 더 할애하고 있고, 보더스는 지난 2월 파산보호 신청 후 200개 매장을 문 닫기 시작했다. 전국 규모 서점체인들이 출판사들의 주된 판로로 번창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매장이 아닌 건물 갖춘 소매업체들이 모두 위축된다는 말은 아니다.
광범위한 분야의 상점들, 의류나, 식품, 혹은 낚시용품 등으로 잘 알려진 상점들이 책을 판매품목으로 추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지난 가을 맨해턴에 자체 서점 북마크(Bookmarc)를 열었다. 여성의류와 액세서리, 장식품들을 주로 취급하는 앤트로팔러지(Anthropologie)도 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3년 이곳에서 팔던 책의 제목은 25개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25개로 늘었다.
콜드워터 크릭(Coldwater Creek), 로우스(Lowe’s), 배스 프로 샵스(Bass Pro Shops) 그리고 식당이자 선물용품 체인인 크랙커 배럴(Cracker Barrel)도 새로 나온 책들을 상품으로 추가하고 있다. 타겟(Target) 같은 대형체인 역시 취급하는 책을 다양화하면서 남성 독자 중심 베스트셀러에서 여성과 어린이 독자용 책들을 추가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책을 실제로 판매대에 진열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출판사측은 말한다. 온라인 판매와 전자책 판매가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와중에서 덜 알려진 책들은 독자들 눈앞에 진열돼 관심을 끌지 않는 한 그대로 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상점에서 소비자들의 눈을 끄는 것 같은 일은 온라인 상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출판사들은 진열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접근을 하고 있다. 퍼시어스(Perseus) 출판사의 경우 2010년 서점이 아닌 곳에서의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보더스에서의 판매를 능가했다. 보더스를 통한 판매는 7% 정도였다.
미술서적과 그림책을 출판하는 에이브람스(Abrams)도 보더스의 파산으로 잃어버린 매출 보완책으로 비전통적 소매업체들을 보고 있다. 이들 비전통적 판로가 꾸준히 성장해 지난 2010년 에이브람스 총 매출의 15% 이상을 차지했다. 에이브람스의 마이클 제이콥스 사장은 앞으로 2~3년 후면 이 분야 매출이 25%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랜덤 하우스(Random House) 같은 대형 출판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판사들의 이런 관심에 대해 일반 상점들은 두 손 들고 환영하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의 서적 구매담당인 제니퍼 베이커는 “반응이 굉장하다”고 말한다. 책 견본과 캐털로그가 매일 산더미같이 쏟아져 들어온다는 것이다.
서점이 아닌 다양한 분야 상점들에 책을 비치하면 독자층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반스 & 노블에서 별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소비자가 옷을 사러갔다가 책을 집어 들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독자층 확보를 넘어서 책 판매는 출판사와 소매업체 양쪽에 모두 득이 된다. 출판사 측으로 볼 때 전통적 서점이 아닌 소매점에 책을 파는 것은 과정이 복잡하고 일손이 많이 드는 일일 수가 있다. 하지만 책은 일반적으로 반환이 안 되는 조건으로 판매된다. 반면 일반 서점에서는 팔리지 않은 책들을 모두 출판사로 되돌려 보낼 수가 있다.
출판사로 볼 때 일반 소매업체들과의 거래는 한번 팔고 나면 깨끗하게 끝나는 거래이다.
소매업체들에게도 책은 이윤을 높이는 상품이다. 책을 조심스럽게 선별해 구입한 후 대개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이 다른 상품 구매를 촉진할 수가 있는 사실이다.
로우스의 경우 매장 전면에 요리나 주택 개선 프로젝트 관련 책들을 잔뜩 쌓아둔다. 그러면 이에 흥미를 느낀 고객들이 실제로 이런 프로젝트들을 해보고 싶어지면서 그에 필요한 상품들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샘스 클럽(Sam’s Club)은 오랜 동안 베스트셀러들을 주로 판매하다가 최근 들어 어린이 책과 요리책들을 추가했다. 이런 책들은 전자책과는 잘 맞지가 않는 분야이다. 아울러 샘스 클럽은 건물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지역 작가들의 책을 판매대에 추가하기도 하고 저자들을 초청해 책 사인회를 열기도 한다.
진기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은 좀 괴상한 제목의 책들을 판매하는 중요한 판로가 된다. 아마존(Amazon) 홈페이지에는 좀처럼 오를 수 없는 제목들이다. 예를 들면 ‘어색한 가족사진’ ‘헬로, 컵 케익’ ‘ 유대계 개를 기르는 법’ 등이다. 예를 들어 ‘유태계 개 ~”는 킷슨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소매업체들이 자기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책들을 선정해 판매하면 소매업체에도 좋고 출판사에도 득이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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