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옥시콘틴(OxyContin)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쳇 히바드 약사가 운영하는 메인주 빙엄의 한 약국 입구에는 이같은 내용의 오렌지색 경고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히바드가 강력한 처방 진통제인 옥시콘틴을 매장에서 몰아내기로 결정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마약성 진통·신경안정 약품
무장괴한·갱단들의 표적
보안 카메라·방탄유리 설치
마약성분을 지닌 이 약품이 강도들의 ‘표적’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그는 스키안경을 착용한 두 명의 무장괴한들에게 약국에 보관 중이던 옥시콘틴을 몽땅 털렸다. 이들 2인조는 다른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칼로 히바드와 종업원들을 위협한 후 옥시콘틴을 챙겨 도주했다. 혼비백산한 히바드는 사건 후 즉각 경비원을 고용했지만, 메인주 전역에서 옥시콘틴을 겨냥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소식에 이 말썽 많은 진통제를 아예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옥시콘틴을 노린 특수절도 행위가 메인주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지난 3년간 전국에서 보고된 약국털이 사건은 1,800여건으로 주로 마약성분의 진통제를 구하려는 젊은 남성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들의 가장 흔한 표적은 옥시코돈(oxycodone)이 주성분인 옥시콘틴과 히드로코돈(hydrocodone)이 함유된 만성 통증치료제 바이코딘(Vicodin), 그리고 신경안정제인 자낙스(Xanax) 등이다.
마약성분의 진통제나 신경안정제를 찾아다니는 ‘약국 강도’들은 필사적이고, 그만큼 대담하다. 작두날 비슷한 머셰티를 휘두르며 메인주 록랜드의 한 약국에 침입한 한 강도는 중국 영화 속의 무림 고수처럼 카운터를 뛰어넘어 옥시코돈을 강탈해 갔다. 그는 도주하기에 앞서 한 웅큼의 약을 입안에 털어 넣는 여유를 보였다. 플로리다주 새털라이트 비치에서 최근 한 도둑이 약사를 위협하는데 사용한 흉기는 무선 못박이 드릴이었다. 할리웃 액션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무식한’ 범행도구에 약사가 얼마나 질렸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가 하면 캘리포니아주 노스하일랜즈에서는 지난 여름 약국 안에서 총격전이 발생, 한 명의 종업원이 숨졌다. 진통제 털이 범죄가 갈수록 대담하고 흉폭 해지자 은행과 리커점의 보안시스템을 도입하는 약국도 늘어났다. 보안시스템에서 감시카메라는 기본이다. 히바드의 경우 약국 안팎에 무려 9대의 감시 카메라를 달아놓았다. 일부는 범인이 뛰어넘지 못하게끔 카운터를 높였고, 우범지역의 리커상들이 사용하는 방탄유리까지 설치했다. 지난해 약국 절도사건이 급증한 오클라호마의 툴사의 한 약사는 매점 철문을 닫아놓고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부저를 눌러줄 것을 요구했다.
약국 강도사건이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히바드처럼 옥시콘틴을 취급하지 않으려는 약사들이 늘어나자 이 약품의 제조사인 퍼듀 파마도 바빠졌다. 퍼듀 파마는 약사들을 대상으로 범죄방지책을 교육하고 실제로 범행을 당할 경우의 대처방법을 숙지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일부 옥시콘틴 병 속에는 소형 위치추적 장치도 집어넣었다. 이 추적 장치는 범행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작동시킬 수 있다.
퍼듀 측은 일단 범행을 당했을 때는 딴 생각하지 말고 범인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조한다. ‘약’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어선 안 된다는 것. 이는 강도 피해자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철칙이다. 지난 3년간 100여곳의 약국이 털린 워싱턴주의 일선 법집행관들은 흉기를 사용하지 않은 2급 강도에게 언도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주 킹카운티의 댄 새터버그 검사는 “약국을 털기가 얼마나 쉬운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지, 설사 붙잡혔다 해도 형량이 얼마나 ‘겸손’한지에 대한 정보가 바람처럼 골목골목을 휩쓸고 다닌다”며 2급 강도범에 대한 최저 형량을 징역형 3개월에서 3년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주의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새터버그 검사에 따르면 옥시콘틴은 ‘거리’에서 1밀리그램당 1달러에 판매되는데 80밀리그램짜리 정제가 가장 인기가 있다. 그는 약국 강도 증가로 워싱턴주의 소매체인들은 약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처방약품으로 카운터 뒤에 보관하는 옥시콘틴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넣으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약사들은 주눅이 들게 된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지난 2008년 1월을 기점으로 플로리다와 인디애나, 캘리포니아, 오하이오와 워싱턴 등지에서 무장 약국 강도 건수가 가파르게 늘어났고, 메인과 오클라호마, 오리건주에서 지난해 최고의 증가율이 기록됐다고 전했다.
특히 메인에서 발생한 사건 가운데 대부분이 라이트 에이드(Rite Aid)와 CVS 스토어에서 일어났는데, 이들 중 몇 개 매장들은 수차례 되풀이해 강도를 당했다. 2010년 오클라호마 툴사의 약국 강도사건은 발생빈도에서 은행 강도사건을 앞질렀고 범인도 이전처럼 마약중독자가 아니라 갱 단원이 대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털이가 ‘조직범죄’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약사들의 불안감을 키우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인구 1000명의 외지인 빙엄에서 히바드의 약국 ‘E.W. 무어 & 선’을 턴 2인조 강도는 체포돼 현재 형을 살고 있다. 그러나 히바드와 종업원들의 놀란 가슴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9개의 감시 카메라와 상시 경비원으로 철통 경비태세를 갖추었지만 이들은 주위가 갑자기 조용해진다거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털어놓았다.
강도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후유증은 신경안정제를 필요로 할 정도로 강력하다. 그 날 범인의 칼끝에 목줄이 노출됐던 약국 테크니션은 전기충격기 테이저로 자체 무장을 갖추었으나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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