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양상으로 불거진 리비아 유혈사태의 핏빛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리비아 동부지역에는 리비아 정부의 영향력이 사실상 미치지 않게 됐지만 산발적인 폭력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고, 수도 트리폴리를 비롯한 서부지역에서는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추종하는 세력에 의해 무차별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리비아에 남은 자국민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일부는 리비아의 허가가 없어도 군용기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다소 과격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며, 국제사회의 리비아에 대한 대응도 점점 강경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동부지역 반정부세력 손에…트리폴리는 ‘피바다’ = 24일 AP와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반정부세력은 현재 이집트 인접 국경에서부터 토브루크와 2대 도시 벵가지 등 동부 해안의 키레나이카 지방을 장악했으며, 튀니지 국경 근처 즈와라 역시 반정부 시위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리비아 3대 도시 미스라타도 이날 시위대의 수중에 들어갔다.
이들 지역에서는 군도 시위대 지지를 선언하며 카다피에게 등을 돌렸으며 반정부 세력은 자체적으로 지방정부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다피는 사실상 동부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한 셈이 됐지만, 이 지역에서의 폭력사태와 혼란 양상은 여전하다.
일부 목격자들은 카다피 추종자들이 미스라타에서 시위대를 향해 로켓탄을 발사해 민간인 여러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알-아라비야 TV 등은 관타나모 수감자 출신이 이끄는 테러조직 알-카에다 세력이 키레나이카 지방 안에 이슬람주의 토후국을 설립했다고 밝혔지만, 현지 주민들은 카다피 정권이 서방을 자극하기 위해 꾸며낸 말이라는 주장을 폈다.
수도 트리폴리 일대의 폭력 수위는 극에 달했다.
22일부터 전날까지 수도 트리폴리를 빠져나온 이들은 외신들을 통해 트리폴리 부근에서 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무차별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격자들은 주민들이 사라진 트리폴리 거리에서 친 카다피 세력과 용병들이 ‘카다피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허공에 경고 사격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고, 한 트리폴리 주민은 무장한 용병들 때문에 창문이나 문을 열 수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카다피의 의전 비서관으로 일했던 누리 엘-미스마리는 "리비아 전역의 사망자가 1천명을 넘는다"고 주장했고, 프랑코 프라티니 이탈리아 외무장관도 희생자 수를 1천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동부를 장악한 반정부 세력이 "트리폴리를 해방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민간인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 자국민 구출에 안간힘 = 리비아의 상황이 악화 일로를 치닫자 세계 각국은 리비아에 머물던 자국민들을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터키는 전날 선박 두 척을 급파해 자국민 3천명을 귀국시켰고, 미국도 600명 정원의 전세 페리를 동원해 리비아 인근 몰타로 미국인들을 피신시켰다.
프랑스는 공군기 3대를 트리폴리로 급파했으며, 영국은 전세기와 함께 해상 소개에 대비해 프리깃함 컴벌랜드호를 리비아 해역에 배치했다.
독일은 루프트한자 여객기와 군용기 2대로 자국민 400명을 철수시킬 계획이며, 네덜란드에서는 이날 150명 정원의 공군 수송기와 해군 프리깃함이 리비아로 출발했다.
튀니지인 3만여명은 리비아 서쪽 국경을 넘어 튀니지로 탈출했고 이집트인 5천명도 육로를 통해 리비아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1만명 가량의 이집트인이 리비아 국경 근처에서 출국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도 전세기 투입를 결정했으며 러시아와 중국, 우크라이나,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도 특별기 또는 공군기를 동원해 리비아에 체류 중인 주민들을 소개하고 있다.
◇국제사회, 리비아 문제 ‘강경’ 기울어 = 리비아 사태 초기 다소 미온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주요 국가들의 대응이 점차 강경 쪽으로 선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23일 BBC와의 회견에서 리비아에 고립된 자국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설정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헤이그 장관은 영국인 구조를 위해 리비아 당국의 허가가 없어도 군용기를 리비아에 보내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리비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이며, 리비아의 유혈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를 위해 오는 28일 클린턴 국무장관을 스위스 제네바로 급파하겠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잔혹행위의 책임자는 반드시 처벌돼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고, 유럽연합(EU)는 리비아와의 무기 거래를 중단했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주례 각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럽 각국에 리비아와의 모든 경제관계를 중단하고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폭력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독일은 제재를 포함해 리비아에 대한 모든 방법의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EU에)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페루 정부는 리비아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고 밝혔다.
리비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이후 외교 관계를 끊은 나라는 페루가 처음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홍제성 하채림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