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의 정직원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정확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입소문으로는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경합하는 유엔 신규 직원 공개채용 시험 경쟁률은 70대 1이 넘는다고 한다. 서류 전형에서 최종 면접을 통해 합격이 결정되기 까지는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
이 어려운 관문을 뚫고 `세계의 정부’로 불리는 유엔에 한국인 부부가 처음으로 동시에 근무하게 돼 화제다.
유엔 법률국 소속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재성(37)씨와 지난해 말 유엔 공채에 최종 합격해 이달 초 뉴욕 유엔본부의 평화유지활동 총괄 지원부서(DFS)에 발령받은 김미선(33)씨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는 재성씨는 한국 외교부에서 1년 가량 재직하다 유엔 공채 시험을 통과해 지난 2007년 4월부터 법률국에서 국제거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미선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한 뒤 삼일 회계법인과 미국 시티그룹 증권에서 근무한 회계분야 베테랑이다.
부인 미선씨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 두고 남편을 따라 빈과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유엔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유엔에서 내 전공을 활용해 보고 싶은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맡게 된 업무인 평화유지활동 지원에 대해 "가령 어느 지역에 탱크가 몇대 필요하다는 신청을 받으면 예산 검토 등를 통해 이를 파이낸싱 하는 일"이라면서 "생각보다 액티브하고 매일 일어나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휴가를 받아 부인이 살고 있는 뉴욕을 찾은 재성씨는 "함께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아내가 유엔 공채 시험을 보게 된 것인데 결국 `별거’를 하게 됐다"며 "서로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부서에 근무할 수 있게 돼 헤어짐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6시간의 시차와 각종 회의 참석 등 바쁜 업무 때문에 자주 연락을 못하는 것이 아쉽다는 두 사람은 유엔 근무의 매력에 대해 "급여를 놓고 보면 뉴욕같이 물가가 비싼 도시에서는 간신히 먹고 살 정도지만 서로의 경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일종의 사명감도 갖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포부에 대해 재성씨는 "국제 거래 관련 규정을 통일하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고, 미선씨는 "유엔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사회봉사 기구 같은 비영리 목적의 펀드에서 직접 펀드 매니지먼트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엔에서 일하면서 모국인 한국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재성씨는 "과거엔 스스로 자화자찬 하거나, 또는 지나치게 과소평가 받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한국이 국제기구속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아 자긍심을 느낀다"며 "반기문 총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 존재감 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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