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의 슈바이처라 불리던 의사 신부님의 생전 아프리카 사역을 다룬 KBS 휴먼 다큐멘터리 스페셜 ‘울지마 톤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었던 고 이태석 신부님이 작년 연말 KBS감동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작년 가을 영화화 되어 상영되었다.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이 신부님은 물질적 풍요와 안락한 삶이 보장된 의사의 길을 버리고, 2001년 사제서품을 받자마자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인 수단의 톤즈라는 작은 마을에 정착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긴 세월의 내전과 가난, 질병으로 지쳐있는 주민들을 사랑으로 돌보셨다. 그분이 떠나신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베풀며 실천하는 삶이 무엇인지 보여줬던 신부님의 짧은 생애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긴 울림과 여운을 남기고 있다.
작년 이맘때 보았던 그 다큐멘터리는 아직도 나의 마음에 생생히 남아있다. 하루에 3-400백명의 환자들을 돌보고, 전쟁과 가난, 무관심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가르쳤던 신부님은 기댈 곳 없는 그들에게 아버지, 병을 고쳐주는 의사, 아이들을 가르쳤던 선생님,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다.
처음 그 곳에 갔던 신부님은 그들을 보고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하는 것이 나에게 하는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그들을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사람이 저렇게도 가난할 수 있구나, 저렇게 죽음 가까이서도 살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한다. 하지만 신부님은 그들에게 해 준 것 보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순박하고 때묻지 않은 그들이 자기에게 돌려주는 가르침이 더 크다 했다.
신부님의 선종소식을 듣고 아프리카 남수단 작은 마을에서 하나 뿐인 브라스 밴드의 아이들이 ‘사랑해 당신을’ 연주하며 행진하던 모습,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들의 아버지라며 온 마을 사람들이 눈물로 그를 보냈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 장면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그 분이 세심하게 보살폈던 한센병 환자들은 손가락이 없어진 뭉툭한 손으로 사진 속 신부님의 얼굴을 쓰다듬고 입을 맞추고, 흙집 창가에 사진을 올려 놓은 후, 경건한 기도를 올렸다. 발가락이 닳아 없어진 나환자 들을 위해 손수 만든 신발을 신겨주던 생전의 신부님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하고 낮은 사람들에게 오셨던 이 천년전 예수님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책 겉표지에 아프리카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웃고 있는 이태석 신부님의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와, 신부님과 함께 남수단을 체험했던 이재현님의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 이 두 권을 읽으면서 가슴이 미어지다가, 마음 깊은 곳에 일렁거림이 느껴졌다. 사랑으로 하는 일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단단하게 언 것들을 녹이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열게 만들기 때문이다.
50여도를 웃도는 폭염과 한 동이의 물을 얻기 위해 수십리의 길을 맨발로 걸어가는 사람들, 하루 한끼의 멀건 수수죽으로 연명하는 절대 가난과 헐벗음, 오랜 전쟁으로 가장이 없고 항생제 한 알이 없어 죽어가는 그 초라한 곳에서, 하느님을 만나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글을 읽던 나의 눈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맺히게 했다. 온갖 넘치는 문명의 혜택을 받는 삶 속에 조금의 불편함에도 얼굴을 찡그렸던 이기심과 자꾸만 채우려 했던 못난 욕심들이 한없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플까? 고 이태석 신부님으로 인해 아프리카 수단을 후원하는 단체들이 생겨나서, 신부님이 떠나셨어도 관심과 지원이 이어진다니 그 분의 삶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떠나간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빈 자리는 그가 남기고 간 사랑의 무게만큼 크게 느껴지고, 이제 그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지상에 남겨진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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