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서 통일 시나리오 놓고 中-日 전문가 격론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한반도 통일 이후의 시나리오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29일 오후(현지시각) 열린 토론에서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전문가들은 통일한국의 핵무기 보유와 미군의 주둔 여부를 놓고 극명한 이견을 드러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중국의 현실주의 외교정책론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통일한국의 핵무기 보유가 중국 등 주변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옌쉐퉁 학장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 중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뒤,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한국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옌쉐퉁 학장은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인도, 파키스탄 등 핵 보유 국가에 둘러싸여 있는데 핵 보유국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며 "중요한 것은 국가간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설사 남한 주도로 통일이 된다 해도 통일한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으며,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한국은 7천만 명을 넘는 인구와 경제력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일본에는 위협이 되겠지만, 중국에는 위협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전 일본 외상은 일본의 입장에서 남북한 통일에는 2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핵 없는 통일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을 주장했다.
요리코 전 외상은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반도 통일은 일본으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한반도가 공산주의 체제로 통일돼서는 안 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미국 신안보연구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아태안보프로그램 선임고문은 "1950년대처럼 남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을 치르는 일은 피해야 한다"며 주한미군의 위치와 역할의 문제가 통일 과정에서 사전에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로닌 선임고문은 "통일 후 미군은 전투부대가 아닌 병참이나 공병대 등이 주둔하면서 중국에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도 지역안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통일을 제로섬 게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통일한국이 시장경제를 하면 민주주의가 뒤따르게 되고, 결국 일본, 미국 등과의 경제공동체와 다자안보체제에 참여하게 될텐데 무슨 위협이 되겠느냐"며 통일은 모두가 승자인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통일방안에는 단일민족국가로서의 통일, 북한이 주장하는 연방제 통일, 김대중ㆍ노무현 정부가 제안한 남북연합제통일, 노태우 정부 때 나온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 여러 가지가 있으므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삼환 명성교회 담임목사는 "통일된 한국을 위협으로 생각하지 말아달라"며 "하나님의 섭리로 축복을 받으며 재결합한 한 쌍이 주변에 위협이 되겠느냐"며 축복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통일세 논의와 대북협력 사업의 전망에 관한 청중의 질문에 "교회 차원에서 북한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 최근 어려움이 있었다가 다시 구름이 걷히고 있다"며 "교회에서도 그런데 정부도 곧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답변했다.
또 통일 후 북한주민들의 대거 이주 등이 있을 경우의 대책과 통일 과정에 대한 통제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제기되자, 토론자들은 통제된 통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보스=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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