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데리고 다니는 데 이보다 편할 수가 …
미니밴이 되돌아오고 있다. 미니밴은 한때 자녀들이 여럿 있는 부부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던 인기 차종이었다. 자녀들을 등하교 시키고 축구, 풋볼, 수영 등 과외활동에 데리고 다니기에 미니밴처럼 편리한 교통수단도 없었다. 교육열 높은 교외지역 엄마를 의미하는 ‘사커 맘’의 상징적 자동차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지가 자녀나 가정, 사커 맘과 너무 결부된 것이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내면서 미니밴은 퇴조했다. 그 미니밴이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우며 재기를 꾀하고 있다.
과거의 ‘사커 맘 자동차’이미지 벗고
멋쟁이 ‘아빠 자동차’로 재도약 시도
교외지역 가족 자동차의 상징인 미니밴을 운전하면서 ‘쿨’하게 보일 수는 없을까? 자동차 회사들이 요즘 대단히 애를 쓰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광고에 헤비메탈 주제가, 랩을 노래하는 부모, 고양이 마스크를 쓴 비밀요원 등이 등장하는 파격적 마케팅 전략들이다. ‘엄마 자동차’라고 놀림 받던 미니밴을 운전하면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어떤 것, 아니면 최소한 창피하지는 않은 어떤 것으로 이미지 쇄신하기 위해 미니밴 제조사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두주자는 도요타였다. 도요타는 지난해 초봄, 자사 미니밴 시에나를 선전하면서 자유분방한 부모가 아이들을 떼로 태우고 랩을 부르면서 주택가를 휙 돌아나서는 광고를 내보냈다.
미니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도요타 측도 많이 들어왔다. “미니밴 탄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사커 맘 조크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도 않고, 부모가 된 것 외에는 ‘나’를 다 포기해버린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싶지도 않다”는 말들이었다고 도요타 트럭·미니밴 담당 전국 마케팅 매니저인 리처드 베임은 말한다.
미니밴을 새로 선보이려는 시도는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혼다는 지난 가을 2011년 오디세이를 선전하는 일련의 광고를 내보내면서 ‘전에 없던 밴’이라는 주장을 했다. 한 광고에서는 헤비메탈 가수가 아빠로 등장했고, 다른 광고에서는 낭만적 밤을 보내려던 한 커플이 오디세이와 마주치는 장면이 나온다. 오디세이 문으로부터 장미꽃잎들이 넘쳐 나오고 차내 냉장박스에는 초컬릿 씌운 딸기가 담겨 있으며 뒷좌석 비디오 스크린에서는 불꽃놀이 장면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지난 1983년 미니밴을 처음 발명했던 크라이슬러는 이번에 2011 닷지 그랜드 캐러밴을 출시하면서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엄마 자동차’가 아닌 ‘아빠 자동차’로 변신을 추구하느라 별명도 ‘남자 밴’이라고 붙였다.
2006년부터 미니밴 제작을 중단했던 포드는 차체를 작게 만든 C-맥스로 미니밴 시장에 뛰어들었다. 7인승의 포드 미니밴은 혼다의 오디세이나 도요타의 시에나보다 길이가 2피트 정도 짧고 하이텍 장치들을 더했다. 범퍼 밑으로 다리를 흔들면 밴의 뒷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센서 장치 같은 것이다.
포드는 C-맥스를 컴팩트 형 ‘사람 이동장치’라고 부르며 유럽식 디자인으로 인해 멋없는 ‘미니밴’ 이미지를 벗고 가족들에게 편리한 자동차로만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미니밴은 지난 몇 년 어린이 친화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어린이들이 게임이나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나 좌석을 재배열할 수 있는 장치 등이 갖춰졌다. 이제 자동차회사들은 미니밴이 어린이 보다 어른, 특히 남성들의 마음을 끌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제까지 남성들은 미니밴 모는 것을 좀 부끄러워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팔린 거의 모든 밴은 2010년 새로 디자인 되었다. 외양이 보다 번드르르하고 보다 하이텍이며 보다 스포티한 승차감을 주고 있다.
미니밴이 쿨한 느낌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마케팅 덕분에 전혀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 시에나 광고는 온라인에서 상당한 인기를 모았다. 오리지널 광고가 유튜브에서 780만번 이상 시청되었다. 그런 광고 덕분에 도요타 시에나는 지난 11월 매출이 18.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체 미니밴의 평균 매출증가의 배가 되는 수치로 도요타로서는 드물게 밝은 부분이다. 지난해 리콜 사태 이후 인상이 나빠지면서 도요타의 매출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이다.
혼다의 오디세이는 2011년 모델이 나오고 새 광고가 나가면서 매출이 지난 10월 이후 42% 증가했다.
콜로라도, 캐슬 락의 소프트웨어 컨설턴트인 콜린 맥그로는 이번에 2011년 형 오디세이를 장만했다. 어린 딸이 셋이고 3월에 넷째 아기가 태어날 예정인 그는 “가족 많은 집에는 미니밴이 제일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이들을 태우고 내리게 하기에 미니밴만큼 편한게 없다는 것이다.
신형 오디세이의 과감한 외형은 일각에서 보기 싫다는 평도 있지만 급속히 팬들이 늘고 있다. 보스턴 인근 웨이머스 혼다 딜러에서는 오디세이가 도착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4만 달러 이상을 호가하는 최고급 수준 모델은 대기 명단이 생길 정도이다.
미니밴이 10년 전의 인기를 되찾으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모든 새 자동차 중 미니밴이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지난해 팔린 미니밴은 45만대 정도로 2009년에 비해 9.3%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137만대가 팔리던 절정기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미니밴의 판매 증가는 전반적 미국산 자동차 산업을 뒤따르는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11월 11.1% 성장했다.
미니밴이 이전의 인기를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아이들이 여럿인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데 미니밴이 편리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지이다. 운전자들은 자기 자동차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싶은 법인데 미니밴은 그 점에서 약하다. 미니밴을 몰면서 운전자가 최소한 창피한 느낌은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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