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정계 전망
6일 개원되는 제112회 연방 의회가 신년 벽두부터 무거운 분위기 속에 각종 이슈를 놓고 양당의 격돌이 예상된다. 이번 회기는 지난해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을 밀어내고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하면서 양당의 치열한 격돌이 예고되기는 했으나 공화당이 초강수의 대여 투쟁방침을 대내외에 공표한 시점이어서 정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4일 하와이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귀환하면서 올해의 최대 과제를 정쟁보다는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지만 그의 의지만큼 공화당이 따라 줄 지는 의문이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제112대 의회는 5일 출범식을 갖는데 이어 하원에서 221년 만에 처음으로 의원들이 30분 간에 걸쳐 헌법 전문을 낭독하는 장중한 분위기로 개원을 알리게 된다.
여야의 첫 격돌은 12일 하원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이 상정한 건강보험
개혁법 무효법안에서 시작된다. 이 법안은 하원에서의 통과가 확실시 되지만 민주당이 아직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원을 통과하기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공화당으로서는 지난 선거공약을 실행에 옮기고 오바마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의미에 무게를 두고 있어 건강보험 개혁법 폐지에 대한 논란은 회기 내내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3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건보개혁법은 오바마 정권의 최대 `야심작’ 중 하나로, 공화당이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작년 말 한시적 감세연장 등 일부 타협으로 승리를 챙긴 오바마 대통령과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건강보험법 이외에도 공화당은 이번 회계연도 정부 지출 예산안의 대폭 삭감을 들고 나온데다가 민주당의 이민 개혁 법안을 비켜가는 국경 감시 강화와 불체자 단속 강화를 내세워 이민개혁안에 제동을 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교육개혁 등 곳곳에 형성된 오바마-공화당 전선 어느 것 하나 타협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2012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 문단속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월스트릿 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매체의 최근 보도를 참고로 워싱턴에 감도는 전운을 정리해 본다.
-‘건보개혁 무효’새해 격돌
부결 확실불구 시행 제동
◇건보개혁법 폐지 = 공화당은 12일 하원에서 건보개혁법을 전면 무효화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공화당은 보험가입 의무화 및 미가입자 벌금 부과 조항이 자유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기업의 의료보험비 부담 증가가 일자리 창출을 제한한다고 주장해 왔다. 향후 10년 간 약 1조달러의 예산 소요도 재정적자 감축기조와는 동떨어졌다는 게 공화당 지적이다.
공화당은 242석의 하원 의석(과반 218석)을 차지하고 있어 하원 통과는 무난하다. 하지만 상원은 민주당이 51석(친민주당 2석 포함하면 53석)으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설령 민주당 상원의원 일부가 공화당에 동조해 통과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veto)을 행사하면 이를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 상·하원에서 각각 3분의2 이상 지지를 얻어야 거부권을 번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무효화를 강행하려는 것은 중간선거 공약을 실천하고 오바마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부각시키는 정치적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폐지가 무산될 경우 보건부와 다른 기관의 돈줄을 죄어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의무가입(2014년부터 시행)이나 빈곤층 의료보험(메디케이드) 확대, 저소득층 가입때 보조금 등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기후변화대책 논란 =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개스 배출을 2005년 수준에 비해 2020년까지 17% 줄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환경보호청(EPA)은 발전소와 대규모 산업시설 등의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폐기물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현재 상원에 계류돼 있다.
국제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반대해 온 공화당은 청문회를 통해 정부가 환경규제안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넣을 계획인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 통과가 좌절될 경우 행정명령으로 EPA 규제안을 시행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건보개혁 무효’새해 격돌
부결 확실불구 시행 제동
◇정부지출 삭감 =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정부 부처와 기관들에 예산의 5%를 절감하도록 지시했다. 비록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지시는 비국방 기관 및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공화당은 수천억달러 규모의 예산삭감과 함께 교육부·상무부 등 규제 중심 부처의 폐지까지 호언하고 있다. 2011회계연도 정부지출 예산안이 지난달 의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에 임시지출 예산 집행시한인 오는 3월4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지난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예산낭비가 심한)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부패한 정부 가운데 하나”라며 향후 2년 간 자신이 계획한 부패 조사로 약 2,000억달러의 감세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심지어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5일 하원의장 취임식 후 파티나 음악회 등 축하행사를 일절 열지 않기로 하는 등 벌써 예산긴축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교육개혁 =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그나마 타협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베이너 하원의장 내정자는 2001년 `낙제방지법’의 공동발의자로 학교개혁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양측은 교육재정 문제를 놓고 충돌해 왔다.
교육개혁을 위해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과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더 이상의 증액은 불가하다는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 더욱이 보수적 유권자 단체 `티파티’의 지원을 받은 공화당 의원들의 유입으로 정부의 교육 프로그램 확대계획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강경 보수파들은 유치원·초중등(K-12) 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 최소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의 원내대표로 활약할 에릭 캔토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오른쪽)이 4일 의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AP)
하원의장 자리에서 물러나 민주당 원내대표로 활동할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원(가운데)이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들과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올 의회 활동에 대해 밝히고 있다. (AP)
-오바마 “드림법안 재추진”
공화 “국경수비 강화” 맞서
◇이민개혁법 재추진 =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 연말휴가를 가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체류자 자녀 수십만명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민개혁법안(DREAM Act)의 의회 통과를 새 의회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토론종결(의사진행방해 중단)에 필요한 60표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30세 미만의 불법체류자들이 대학에 입학하거나 군에 입대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영주권 신청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법안의 골자다.
공화당은 라티노 표를 의식해 법 폐지보다는 멕시코 국경수비를 강화하고, 기업에 대해 피고용인의 합법체류 여부를 반드시 온라인 시스템으로 확인토록 하는 등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남미 국가들의 반발을 우려해 단속 강화조치를 꺼리고 있다.
◇연방법관 인준 = 지난 2년 간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연방법관 후보자 62명이 상원 인준을 받았으나 아직도 92명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진보주의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해 인준절차를 서둘러 사법부가 일신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민주당의 우선순위에서 인준은 밀려 있다. 법관 인준은 상원의 고유권한으로 다수당인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수적으로 열세(47석)인 공화당은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통해 최대한 인준을 늦추거나 차단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공화당의 연경화 = 5일 출범하는 제112대 의회에서 선서를 하는 신참 의원은 하원 94명과 상원 16명을 합쳐 110명이다. 이 가운데 공화당 하원의원만 87명이다.
WSJ는 새 얼굴의 대거 진출로 공화당 하원의원의 평균 나이가 54.9세로 제111대 의회 때보다 1.6세가 젊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민주당은 중간선거 때 중도온건 지역에서의 신진후보들 패배로 하원의원 평균 연령이 58세에서 60.2세로 높아지고 정치색도 진보쪽으로 더 기울었다. 상원 평균 연령은 민주 61.4세, 공화 63.1세로 민주당의 경우 63.4세에서 2세 가량 낮아졌다.
베이너 차기 하원의장이 61세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보다 9세 적으며,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내정자는 47세로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보다 24세 젊다.
공화당의 연경화와 민주당의 진보화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타협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4일 연말 장기 휴가를 마치고 가족들과 함께 워싱턴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향하면서 기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큰딸 말리아(12) 오른쪽은 작은딸 사샤(9). (AP)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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