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신년호(1/2월호)에서 표지기사를 통해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국의 일국 지배체제 몰락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 잡지는 미국이 과거에도 소련과 일본으로부터 유일 헤게모니 체제를 위협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 중국의 위협은 과거와 다른 실질적인 것이며 미국이 그동안 누렸던 일국 지배체제는 다시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미국의 쇠락 우려는 과거에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것과 다르다.
FP는 1960년대와 70년대 각각 소련과 일본이 미국의 유일 지배체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는 하나의 망상이 됐지만 중국의 위협은 이전의 두 가지 사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소련의 폐쇄 경제체제와는 달리 대외개방을 통해 30년간 꾸준히 성장해온 경제체제가 있고, 인구 면에서도 미국 인구의 절반에 못 미치는 일본과는 다르게 미국의 4배가 넘는 인구가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중국은 조만간 파멸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FP는 중국이 1970년대 말부터 갖가지 난관이 있을 것이라는 서방 분석가들의 관측과는 달리 꾸준히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자산가치 거품과 인플레이션, 인구 팽창, 환경문제 등 정치, 경제적인 혼란이 예상되지만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단순히 도전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일단 경제성장하는 법을 아는 국가들은 성장 궤도에서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면서 독일의 예를 들어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설명했다.
19세기 중반부터 성장 경험을 축적한 독일은 두 차례 세계대전 패배와 대공황, 민주주의 붕괴, 높은 인플레이션 등을 겪었지만 1950년대 말 또다시 세계 주요 강대국이 됐다는 것이다.
중국은 특히 핵무기 시대에 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경제 규모와 성장동력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계속 성장 가도를 달릴 것이라고 FP는 강조했다.
▲ 미국이 여전히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FP는 미국 대학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넘치지만 미국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다면 스탠퍼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공학과 컴퓨터과학을 공부한 아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고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분야도 마찬가지.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정부를 몇 주 만에 전복시켰지만, 그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점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증명됐다.
이 잡지는 "미국의 군사예산은 새로운 긴축 시대를 맞고 있는 반면 중국의 군사 지출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예산 문제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사력을 축소하면 이 지역 미국 동맹국들은 부상하는 중국과 관계개선을 꾀하게 되고 결국 아시아 태평양은 중국의 `뒷마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세계화는 지구촌에 서구의 가치를 확산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FP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 국가는 당연히 민주주의로 이어진다는 가정과 새롭게 민주화된 국가들은 반드시 미국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가정은 모두 틀렸다고 지적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났을 때만 해도 중국의 일당지배 체제가 그 후 20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생각한 서방 분석가는 거의 없었고 앞으로 중국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되더라도 공산당 일당체제가 계속될 것으로 FP는 내다봤다.
또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는 도하 라운드협상이나 기후변화 문제에 미국과 입장을 달리했고, 브라질 역시 베네수엘라와 이란 문제에서 미국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으며 터키는 민주화될수록 이스라엘이나 이란에 대해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 세계화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
미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부상을 두고 "다른 국가의 성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해왔지만 좀 더 넓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의 세계는 훨씬 더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라고 FP는 전망했다.
이 잡지는 "정치, 경제적 힘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옮겨감에 따라 국제적으로 새로운 경쟁체제가 불가피하게 생긴 것"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이 1991년 소련 붕괴에서부터 2008년 금융위기 때까지 누렸던 17년간의 유일 지배체제를 다시 경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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