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해의 첫 아침이 밝았다. 뒤돌아보면 지난 한해 정말 어려운 고비와 굴곡을 넘어 이 자리까지 왔다. 혹독한 경기침체 속에서 터득한 교훈을 나침반 삼아 1년의 세월을 헤쳐 나와 또 다시 새해의 출발선에 섰다.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희망의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이다. 좋은 시절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듯이 힘든 시절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을 삶의 변두리로 몰아내면서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해 온 경제는 바닥을 치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직 장밋빛까지는 아니지만 올 한해 경제에 대해 낙관론이 우세한 것은 고무적이다.
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을 웃돌아 3%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이 현실화 되려면 정부의 경제정책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균형감을 잃지 않는 자세가 뒷받침돼야 한다.
미국 경제는 민간소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사람들은 그동안 소비를 억제해 왔다. 그 결과 저축률이 늘면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근검절약은 동시에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더디게 해 온 것이 사실이다.
가계부채가 계속 줄어들고 소득은 늘어난다면 저축과 소비를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다. 2011년은 바로 이런 패턴이 자리 잡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낙관론의 근거다. 경제는 상당부분 심리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면에서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분명 좋은 조짐이다.
그렇지만 실업문제는 여전히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활력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도 먼 길을 가야함을 뜻한다. 하지만 금년 하반기쯤이면 회복의 온기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니 어려움이 한동안 지속되더라도 너무 조급해 하지는 말아야겠다.
풍성한 한해를 만들어가는 데 나아진 살림살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경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력뿐이 아니다. 여기에는 가족과 친구, 종교, 취미, 봉사 등 계량화 할 수 없는 여러 정서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특히 2년 이상 지속된 세계적 경제위기는 더욱 이런 인식에 눈을 뜨게 했다.
그러나 형편이 나아지면 고통의 시기를 통해 얻은 뼈저린 교훈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것이 보통의 모습들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경제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한편으로 균형 잡힌 삶에 대해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마침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이다. 지구의 피폐화와 이상 기후를 막고 자손만대까지 물려줄 이 행성의 건강을 위해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예정이다. 이 캠페인에 맞춰 자연의 나무뿐 아니라 우리의 삶속에도 정서의 나무들을 심는 한해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자연과 삶의 이치는 똑같다. 뿌리 깊은 나무들이 무성한 자연일수록 비바람이 불어도 끄떡없듯이 마음속에 많은 나무를 심은 사람은 위기가 닥쳐와도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지켜낸다. 정서는 삶의 뿌리이고 성취는 열매이다. 비바람에 열매가 떨어져도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이 없다. 이것이 경제위기 속에서 많은 이들이 깨달은 진리다. 이런 깨달음은 성장과 경쟁 우선주의를 부르짖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각성과도 맞닿아 있다.
정서와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경제적 삶은 얼마를 성취했느냐와 관계없이 근원적으로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해진다. 정서와의 균형을 잡아가는 일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재정계획, 그리고 비즈니스 플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어떤 나무를 어떤 방법으로 마음속에 심어 나갈지를 고민하고 계획하는 일이다. 건강한 삶이란 모든 영역에서 균형이 잡힌 삶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한해가 되어야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