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 국정 운영에서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의 변화를 외치며 2008년 대선에서 압승을 거뒀던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원을 완전 장악한 민주당의 지지를 얻어 개혁의 기치를 높였지만 결과는 국가 부채 증가와 실직률 완화 실패등의 경제 정책 실패로 나타나 지난 중간선거에서 민심의 이반을 심각하게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게 물려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로서는 지난 2년간 해오던 독단적 정책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고 공화당으로서는 여세를 몰아 내년 대선까지를 목표로 민주당이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압박해 나가며 기득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 분명하다.
공화당은 지난해 통과된 역사적인 전국민 의료개혁법이 국가 도산사태까지 몰고 올수 있다며 이에 대한 백지화를 공언하는 등 그동안 실시해 왔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형국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의회 권력의 한 축을 잃은 만큼 어떤 식으로든 국정기조가 바뀔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공화당으로서도 무조건 반대 입장으로 받아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하
원에서는 다수당이 됐지만 상원은 아직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여서 공화당의 정책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막아버린다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상원의석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1월부터 시작되는 임기 2년의 제112차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새내기 의원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연방 의회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AP)
힘얻은 공화당, 개혁플랜에 거센 반대
백악관, 의회관계 재설정 인적쇄신 주목
아프간 철군·중동문제 등도 진통 예상
달라진 의회권력은 오바마 행정부의 여러 대내외 정책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올 여름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나리오가 달라질 수 있다. 조기철군에 대한 공화당의 반발 때문이다.
중동문제엔 큰 진통이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전향적인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유대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공화당은 이스라엘에 편향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아랍국가들과 전반적인 관계개선을 꾀하는 대 이슬람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서명 등 대 러시아 관계를 ‘리셋(재설정)’하는데 주력했지만, 공화당은 미국이 ‘힘의 우위’를 포기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가장 큰 고비는 역시 건강보험 개혁, 금융개혁, 추가 경기부양 등 국내 개혁 조치가 될 전망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가장 첨예하게 부닥치는 의제들이기 때문이다. 차기 하원의장이 유력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개혁입법을 “좌초시킬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공화당은 개혁입법의 돈줄을 죌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과 내각의 인적 쇄신도 주목된다. 백악관 참모진은 이미 차기 대선을 겨냥해 이합집산하고 있고 내각에서도 일부 경제 각료의 물갈이 필요성이 제기돼 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
◇무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의견을 같이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무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현안을 타결짓고 수정된 협정안을 1월 의회에 상정하기를 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5년 동안 수출을 50% 늘린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각국과의 FTA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회의적인 입장인 민주당은 이를 가로막고 있다.
티파티가 주도하는 공화당은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국방
국방 관련부처나 군수산업계에서는 근심 가득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재정지출에 반대의견이 강한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재정적자 감소를 명분으로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상·하원 모두 공화당 의원들이 국방예산의 안정적인 증가를 지지하는 계층이었다. 하지만 티파티가 지원하는 새로운 후보들이 의회에 입성하면서 양상은 달라질 전망이다.
◇에너지·환경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오바마 정부의 야심찬 에너지 및 환경정책에 중대한 도전이 될 전망이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바마의 환경보호 정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필요할 경우 관련기금의 사용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가 뜸을 들이는 멕시코만 인근 심해 유전에 대한 원유시추 허가도 공화당은 빨리 내주라는 입장이다.
◇헬스케어
건강보험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공화당의 압승이 건강보험 개혁을 저지할 좋은 기회라고 인식하고 있다.
보험사나 제약업체, 의료기관 등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한 건보개혁안으로 인해 관련업계가 새로 내야 하는 세금을 공화당 의원들이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공화당이 전국민 건강보험 법안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명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건강보험 수요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업계에서도 반기는 상황이었지만 발효가 어려워졌다.
◇월가
오바마 정부의 금융개혁 움직임에 대해 공화당의 반대가 심했던 만큼 월가의 표정은 많이 밝아질 전망이다.
공화당은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금융규제 법안인 도드 프랭크 법안이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공화당은 정부가 운용하는 모기지 대출업체 패니매와 프레딕맥도 단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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