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로 퇴임하는 브라질의 루이즈 아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지지율 87%” 8년 임기 마치고 퇴임
북동부 오지에서 온 이주자, 땅콩팔이·구두닦이 소년, 도시의 그늘을 전전했던 금속공장 노동자, 강력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노동운동 지도자…
선진국 진입에 실패한 국가로 낙인 찍혔던 브라질을 경제 강국의 대열에 합류시킨 브라질의 룰라 실바 대통령에게 붙어 있는 수식어다. 룰라는 브라질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의 하나라는 찬사 속에 31일을 끝으로 8년 임기를 마치게 된다.
퇴임을 코앞에 두고 나온 성적표는 경이롭고 화려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의 개인 지지율은 87%, 룰라 정부에 대한 긍정평가는 80~ 83%였다. 지난 2003년 1월 1일 취임식에서 했던 “과거와는 다른 브라질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룰라에게 전 국민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룰라가 집권한 2003~2010년 사이 브라질은 말 그대로 몰라보게 달라졌고, 그것은 브라질 역사에서 하나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다.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잡다 = 브라질 경제는 지난 8년간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룰라 이전 정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7.5~8% 성장이 기대되면서 중국이나 인도 못지않은 고성장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와 빈민들에게 식량을 무상공급하는 ‘포미 제로’(Fome Zero, 기아 제로),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등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2,800만명을 빈곤에서 구제했고 3,600만명을 중산층에 편입시켰다. 그 결과 중산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브라질은 ‘중산층 국가’가 됐다.
◇소통과 통합의 정치 = 룰라는 스스로를 ‘변신의 귀재’라고 말한다. 아마도 오랜 노동운동과 정치활동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의 결과일 것으로 보이는 이 말은 브라질의 정치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좌-우파의 대립보다는 양측을 아우르는 새로운 정치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화합의 정치는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중도실용 노선을 낳았다. 과거 3번의 대권 도전 실패 요인이 됐던 은행 국유화, 외채 동결, 토지 개혁, 거대 언론에 대한 통제 등 급진적이고 과격한 내용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룰라의 이런 모습에 대해 좌파 진영에서는 적지않은 불만을 터뜨렸다. 룰라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한 빈농단체 토지 없는 농민운동(MST)이 “룰라는 분명 우리의 친구이지만 우리의 적의 친구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남은 과제는 다음 정부의 몫 = 룰라 시대가 저물어가면서 브라질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룰라 정부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있다. 대체적인 평가는 경제·사회 분야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보건위생 및 치안, 교육 등 민생 분야에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브라질에서는 연간 100만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반적인 교육수준은 주요 65개국 가운데 50위권에 머물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비롯한 대도시 범죄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다.
정치권의 부패·비리도 룰라의 성공신화를 퇴색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집권 노동자당(PT)과 정부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터져나온 지난 2005년 룰라의 지지율은 30%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박수 칠 때 떠난다”= 룰라는 지난 23일 TV와 라디오를 통한 고별방송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 ‘시민 룰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대선을 포함해 어떠한 선출직 공직에도 나설 계획이 없으며, 이제부터는 호세프의 재선을 위한 지원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헌법은 대통령의 3선 연임을 금지하고 있으나 대선을 한 차례 이상 건너뛴 뒤 출마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어 재도전설이 제기돼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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