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아이들이 있는 자녀가 부모와 다시 함께 사는 ‘더부살이족’이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지난 9월 미국 인구조사국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다세대가 한 가정을 이룬 이른바 ‘다세대 가정’(multifamily)의 숫자는 올해 2008년에 비해 11.7% 증가했다.
미국 인구 전체로 따지면 5천400만명인 셈으로 미국인 4명 중 1명이 다세대 가정에 속해 있는 것이다. 전체 가구 숫자로 따지면 다세대 가정은 13.2%를 차지한다.
이 통계는 독신인 형제.자매가 함께 사는 것과 자녀가 없는 성인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어서 사실상의 다세대 가정은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혼한 자녀가 부모와 다시 합치는 경우는 생활고를 겪는 미국인들이 무주택자 수용시설에 가거나 자동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처지가 되기 직전에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다.
2009년 처음 수용시설에 들어온 미국인 중 절반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더부살이족의 증가는 각종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뉴욕타임스가 미네소타 주립대학의 인구센터가 제공한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올해 다세대 가정의 전체 평균 수입은 작년보다 5% 이상 줄어든 데 반해 식구는 두배로 늘어나 이들 가정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신문은 약혼자와 사이에 21개월된 딸을 둔 홀리 매기(26.여)씨가 친정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예로 들며 이같은 상황을 전했다.
홀리는 최근 1년간 약혼자인 제임스와 자신 모두 실업자 신세가 되자 처음에는 무주택자 수용시설을 알아봤지만 가족이 함께 살 수 없다는 걸 알고 용기를 내어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있는 친정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홀리의 부모 역시 실업수당과 저축해 둔 돈을 꺼내쓰며 근근이 생활해 가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18세부터 독립했던 홀리는 실직자인 약혼자에다 딸까지 데리고 부모의 집에 들어간 처지여서 눈치가 보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작은 방 한칸에서 화장실도 편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데다 돈도 못 버는 처지에 날아오는 각종 청구서를 친정 부모에게 부담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예비 사위인 제임스 역시 "이곳에 오기 전에는 처가 식구들을 좋아했는데 같이 살고 보니 그렇지 않게 됐다"고 고백한 뒤 "이는 그들이 자초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3대가 함께 살다 보니 아이 양육을 놓고 견해차가 생기기도 했다.
홀리는 친정에 들어온 뒤 일자리를 구해 낮에는 일을 나갔지만 제임스는 계속 집에 있게 되면서 장모와 사위 사이에 의견차가 종종 발생하곤 했던 것이다. 하는 것이다.
눈치보며 더부살이를 하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도 잦아지고 부부관계도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사이가 소원해졌다.
이들은 홀리가 회사에서 승진해 월급이 좀 오르자 독립해 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새로운 딜레마에서 고민하고 있다.
아버지의 실업수당도 곧 끝나가고 저축해둔 돈도 없어져 가는 마당에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부모를 버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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