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교육 학생선발 과정과 실제 수업광경 취재
3가 초등학교 4학년 영재반 영어수업 도중 낸시 폴라첵 교사가 학생들에게 에세이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영재교육(Gifted and Talented Education)은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항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일반 클래스에 비해 무엇인가 다를 것이라는 점, 그리고 반드시 여기에 들어가야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경쟁심이 존재한다. 매년 봄이 되면 각 초등학교에서는 영재반을 모집한다. 영재교육은 무엇이고,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직접 3가 초등학교 4학년 영재반 영어 수업을 참관해 보고, 주요 관련 내용을 정리했다.
교사추천·IQ·표준고사 등 지적능력·성취도 기준 선발
자발적 학습 창의성 극대화
■ 영재교육이란
영재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암기위주의 교육에서 철저히 탈피하는 것이다.
영재교육은 ▲학생들이 배우는 속도가 빠르고 ▲교육과정에 깊이(depth)와 복잡성(complexity)이 있고 ▲창의적 사고능력 발달을 위해 새로움(novelty)을 중시하는 심화학습 커리큘럼으로 이해하면 된다.
■ 어떻게 선발하나
미국의 영재교육은 학생들의 능력에 맞춰 심화된 내용을 가르치고 세부적인 면에서는 정교화와 창조성(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능력)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활동을 관찰하고 조언해 주며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재학생들의 학습능력과 의욕을 최대한 살려주면서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대체로 영재학생들은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학습에 몰입하는 특성을 보인다.
LA 통합교육구(LAUSD)의 경우 크게 지적 능력(intellectual ability), 높은 성취도(high achievement), 특별한 학업 능력(specific academic ability), 예술 능력(ability in the performing or visual arts) 등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영재를 선발한다.
일반적인 선발기준을 보면 ▲교사의 추천 ▲학교 심리학자에 의한 IQ(지능지수) 테스트 결과 ▲캘리포니아주 표준학력고사(CST) 점수(영어 425점 이상, 수학 450점 이상) ▲작문(writing) 샘플검사 등이 자주 사용된다.
3가 초등학교의 경우 재학생 800명 중 25%에 해당하는 200명이 영재교육을 받고 있다.
수지 오 교장은 “보통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각종 평가를 통해 영재학생을 선발하며 3학년 1학기 때부터 정식으로 영재교육을 받는다”며 “영재교육은 차별화된 심화학습이 핵심으로 요즘은 리더십과 창의성을 길러주기 위한 토론수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쉬지 않고 질문·토론 활기 넘쳐
배운내용 응용 스토리북까지 만들어
지난 12월13일 오전 9시께. 3가 초등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교사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낸시 폴라첵 교사가 가르치는 4학년 교실.
이 클래스는 학생 28명 중 3분의2가 영재로 기자가 도착했을 당시 에세이 작성 요령에 대한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교실 한복판에 설치된 프로젝터를 켜놓고 복문(complex sentence)의 개념에 대해 가르치는 폴라첵 교사의 얼굴엔 교육자로서의 열정이 묻어났고 강의를 열심히 듣는 학생들의 모습에선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엿볼 수 있었다.
“복문 안에 들어가는 종속절(dependent clause)은 무엇으로 시작하는지 아는 사람 손 들어봐요” 폴라첵 교사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학생 중 절반이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든다.
몇 개의 오답을 거친 후 한 학생이 “종속 접속사”(subordinating conjunction)라고 정답을 맞히자 폴라첵 교사는 “바로 그거에요. 아주 잘 했어요 라고 칭찬해 준다.
칭찬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폴라첵 교사는 교실 뒤쪽으로 이동하며 다른 질문을 던진다.
“종속 접속사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누가 예를 들어봐요” 한꺼번에 여러 학생의 손이 올라간다. 몇몇 학생이 정답을 맞히지 못하자 폴라첵 교사의 다소 긴 설명이 시작된다.
“…처럼(as), 마치 …인 것처럼(as if), …하는 한(as long as), …하자마자(as soon as), … 때문에(because), …면(if), …부터(since), …이긴 하지만(although) 등의 표현들이 종속접속사가 되겠죠. 복문의 경우 이 같은 종속접속사가 항상 등장하죠. 오늘 종속접속사가 무엇인지 배웠으니 문장을 쓸 때 사용해 보도록 하세요”
폴라첵 교사는 “수업시간에는 절대로 책상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교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며 “학생들에게 쉬지 않고 ‘생각’(think)하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음 토픽은 에세이의 서론(introduction), 본론(body), 결론(conclusion)에 관한 것이었다.
폴라첵 교사는 에세이 안에서 서론과 본론, 결론의 구조를 학생들에게 설명한 뒤 학생들이 강의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거침없는 질문을 토해낸다.
“주제문(topic sentence)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나요?” “에세이의 본론을 통해 증명(prove)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죠?” “자신의 주장(thesis)을 뒷받침 할 때는 어떤 부호를 사용해야 합니까?”
4학년 학생들에게는 어려워 보이는 토픽인데도 학생들은 질문에 대한 정답을 쏟아냈다.
“주제문은 읽는 사람의 시선을 잡기 위한 시작글로 에세이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요약하는 문장입니다” “본론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 것은 서론에 들어가는 자기주장입니다” “주장을 뒷받침할 때 사용되는 것은 인용부호(quotation mark) 입니다”
학생들의 대답에 폴라첵 교사는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폴라첵 교사가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생각하는 힘’(thinking power)을 길러주는 것이다. 폴라첵 교사는 “영재학생들의 경우 에세이를 쓸 때 보통학생보다 2배 정도 많은 7~10개의 참고문헌(bibliography)을 달아야 한다”며 “활발한 토론 참여와 도전적인 질문을 통해 자발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비판적 사고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영재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을 응용해서 학생들은 자신의 ‘스토리 북’(storybook)을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교사를 포함, 주위 어른들이 깜짝 놀랄만한 걸작(?)들이 제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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