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동부 앨라배마주의 한 소도시에서 연금기금이 고갈돼 퇴직자들에게 연금을 주지 않는 바람에 노인들이 생활고를 겪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지자체들은 이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연금재정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이 사태를 남의 일 같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앨라배마주 모빌시 외곽의 프리차드라는 소도시에서 지난해부터 연금재정이 바닥나 퇴직자 150명에게 연금지급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앨라배마 주법은 퇴직자들에게 약속된 연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수년전부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던 시로서는 돈을 줄래야 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후 연금에 의존해 살던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난관에 봉착했다.
경찰.소방차량 배치 일을 하던 네티 뱅크스(68)씨는 최근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으며 소방대장 출신의 알프레드 아널드(66)씨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쇼핑몰의 경비원으로 다시 취직을 해야했다.
경찰 간부였던 에디 레그랜드(59)는 강도한테 총을 맞은 뒤 부상이 심해 더 이상 지역 공항에서 일하지 못하게 됐지만 연금이 끊겨 자선바자회 등에서 걷히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가장 비극적인 일은 지난 6월 발생했다. 소방대장 출신의 한 퇴직자가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것이다.
그의 동료였던 데이비드 앤더스(58)씨는 "그가 발견됐을 때 그의 집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수도도 끊긴 상태였다"면서 "그는 자존심이 강해 남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프리차드 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지만 가끔은 생각도 못할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지자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시나 일리노이주 같은 경우 실제로 연금재정 상황이 아주 안좋아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곧 바닥이 날 처지다. 프리차드 시에서 보듯 비극과 혼란이 발생할 운명인 것이다.
연금재정이 바닥나면 연금생활자들만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시 당국이 법을 준수하기 위해 운영비에서 자금을 조달해 연금을 지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금인상이 뒤따르게 되고 지자체가 시행하는 복지혜택은 대폭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프리차드에서는 연금수령이 불가능할 경우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 노인들은 퇴직을 늦추기도 한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소도시가 주목받고 있다,
파산변호사나 노동계 지도자, 시 재정분석가, 지역 공무원 등이 프리차드 시의 재정상황과 향후 전개과정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재정난에 몰린 시 당국이 연금지급을 중단하거나 삭감할 수 있는지, 할수 있다면 어떻게 하는지 등이 모두 미국 역사상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샌 디에이고 시 변호사로, 시로 하여금 파산을 선포하고 연금지급 의무를 재조정하게 했던 마이클 어과이어씨는 "프리차드는 우리의 미래다. 우리는 지금 같은 컨베이어벨트에 놓어져 있으며 프리차드시가 좀 더 앞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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