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하원인수위 운영규칙 쇄신 착수
개회 주3일→5회로, 위원회예산 삭감
"조그만 일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sweat the small stuff).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의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국민이 의회를 어떻게 인식하는가입니다."
지난 11.2 미국 중간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야당 공화당의 하원 인수위원회(HTC) 위원장을 맡은 그레그 월든 의원(53.오리건)이 9일 HTC 조찬모임에서 인수위원들에게 한 말이다.
월든 위원장은 성서의 황금률(golden rule)을 인용해 "당신이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들을 대하세요(Treat others the way you want to be treated). 의회를 지구상 최고의 심의체로 만들려면 신뢰 회복이 중요합니다. 정당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건설적 방법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그들(민주당 의원들)은 지혜를 갖고 여기(의회)에 왔습니다.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문전박대(門前薄待)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라고도 했다.
내년 1월 새로 개원하는 제112대 의회에서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이 자만에 도취하지 말 것을 경계하면서 소수당으로 전락한 여당 민주당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미 주요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22인으로 구성된 인수위는 지난 8일 밤부터 다음날 이른 새벽까지 6시간여 동안 1차 회의를 열어 여소야대가 된 하원(상원 다수당은 민주당)의 운영규칙·절차와 의사일정, 일자리 창출과 정부지출 삭감 등 공화당의 선거공약 실천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월든 위원장은 운영관행 개선 등을 ‘조그만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하원의 운영관행 쇄신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 대표적 사례로는 의원들이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사실상 주 3일제)까지만 의사당으로 출근함으로써 워싱턴을 비우는 시간이 많고, 표결은 통상 오후 3시 이후에 이뤄져 아침 시간을 놀리게 된다는 것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공화당 일각에서는 매달 3주 개회.1주 휴회 일정과 주 5일 근무제를 통해 청문회 개최와 법안 심의 등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6년간 의정활동을 한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대부분 의원들이 매주 목요일 밤 귀가했다가 다음 주 화요일 아침 귀경한다"며 "의원들이 워싱턴에서 시간을 덜 보내면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들에 덜 대처하게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월든 위원장은 조찬회동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위 목적은 하원을 더 개방하고, 투명하게 만들어 국민에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또 국민에 대한 책임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위원회 예산 삭감 등 하원 운영비 삭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지출 삭감은 공화당의 주요 선거공약 중 하나다.
월든 위원장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는 것이 인수위 책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인수위원들의 참여 열기도 뜨겁다.
마사 로비 위원(앨라배마)은 "(의회의 국민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가 지금 시점에서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고, 팀 스콧 위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국가발전에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수당을 적극 포용할 것임을 시사했다.
제이슨 차페츠 위원(유타)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자신이 한 번도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했던 점을 예로 들며 "새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공화당이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의회업무 처리방식을 바꾸기 바란다. 현상유지는 더 이상 용납이 안 된다. 우리에겐 개방성과 투명성, 그리고 법안을 읽어본 뒤 표결하는 것과 같은 작은 일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수위는 수주 간에 걸쳐 토론과 검토 작업을 마무리한 뒤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다수당 시절인 2006년과 2008년에도 주 5일제 등을 약속했으나 얼만 안 돼 흐지부지됐고, 운영세칙이 지난 40년간 바뀌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공화당 인수위 구상이 얼마나 실현될지 의문을 표했다.
또 공화당 후보 예비경선(프라이머리)에서 영향력을 과시한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단체 ‘티파티’의 지지를 받아 승리한 후보 4명이 인수위에 포진해 있고, 공화당 내 초선 당선인만 총 80명에 달하는 점도 인수위로서는 부담이 될 것으로도 관측됐다.
월든을 인수위원장에 임명한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차기 하원의장)는 인수위가 의원들과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일할 수 있게 재량권을 부여해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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