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후보 지원유세 적극적…평가 엇갈려
미국에서 지금 유권자들과 언론의 관심을 끄는 거물(big gun) 정치인 2명을 꼽는 데 버락 오바마(49) 대통령과 빌 클린턴(64) 전 대통령을 대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바마는 현직 대통령이니까 그렇다손 치자. 클린턴은 백악관을 나온 지가 10년이 다 돼 간다. 그런데도 두 전현직 대통령을 비교하는 보도들이 중간선거(총선)가 20여일 앞으로 임박하면서 자주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둘이 가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하원 의원 및 주지사 선거 판세를 보면 여당 민주당이 공화당에 뒤지고 있다.
까닥하다간 하원과 지방정부(주지사.시장)는 물론 상원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 공화당이 잘 해서라기보다는 오바마 행정부, 즉 경기침체와 고실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덕분’이라는 게 주류 언론의 일반적 분석이다.
막판 뒤집기를 노려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표심을 달래고 끌어모을 수 있는 인물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런 역할의 최적임자로 오바마와 클린턴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이야말로 내로라하는 선거운동가이고 연설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일 뉴욕 교외의 한 사업가 저택에서 열린 민주당 선거모금행사에 참석해 인상적인 연설을 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했다.
"민주당의 강점 중 하나는 발을 맞춰 행진하지(획일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내부 논쟁을 좋아하고 자기비판적이며 아직 유리컵에 물이 반밖에(half empty) 차지 않았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를 더 발전시킨다. 그러나 강점(내부 논쟁)은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약점이기도 하다.(중략) 9.5%, 9.6%에 달하는 실업률이 정권을 잡지 않은 사람들(공화당)에 엄청난 이득을 주고 있다.
그들은 원인을 따지지 않고 현상(sratus quo)만 지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중략)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긴 게임(long game)에 집중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우리는 2년 아니 4년간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민주당 후보들이 당 이념과 공약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눈 앞의 승리에만 집착하지 말고 좀 더 원대한 목표를 갖고 멀리 보고 뛰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날 만찬에는 부유한 인사들 50명만 참석했는데 약 1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 때 자신을 적극 지지했던 젊은층과 중산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 위스콘신, 아이오와, 버지니아주 등 4개주를 순회한 데 이어 이달에도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등지에서 지원 유세를 펼칠 예정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바보야, 문제는 바로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조지 H.W. 부시 현직 대통령을 꺾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대통령으로서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지난 3일 메인주 사우스 포틀랜드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 유세장에는 1천500여명이 클린턴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가 보도했다. 클린턴은 이날 하루에만 3개주를 순회하며 3명의 후보를 지원했다. 올해 들어 총 60번째 지원유세에 해당한다.
클린턴은 경제에 불만이 많은 유권자들에게 "화가 났을 때 결정을 하면 80%는 실수를 하게 된다. 분노로 여러분의 판단을 흐리게 하지 말고 명확히 (투표)하자"며 11월 선거 때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의 인기는 최근 월 스트리트 저널(WSJ)과 NBC 방송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클린턴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55%로 오바마 대통령(47%)보다 높았다.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재임시 탄핵 직전까지 갔던 성추행 사건의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봤다.
그렇다면 오바마와 클린턴 중 누가 더 인기가 있을까?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메리 앤 마시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에는 일가견이 있는 두 사람이 모두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나 오바마의 국정지지율(45% 내외)이 낮기 때문에 클린턴이 민주당의 경제회복 계획을 홍보하는 데는 최고 적임자라고 평했다.
클린턴과 오바마의 가장 큰 차이는 클린턴이 (경제회복 등) 소임을 끝낸 반면 오바마는 소임을 완수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마시는 부언했다.
이 점은 오마마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주민들과의 대화에서 "(클린턴이 집권하던) 1990년대 당시 우리 경제는 2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소득과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호시절을 구가했다"고 말했다.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오바마가 군중과 선거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지만 클린턴도 많은 장소에서 오바마 못지 않은 능력을 보이거나 더 많이 모으고 있다며 `동점(draw)’을 줬다.
폭스뉴스는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동기와 열의가 높기 때문에 오바마와 클린턴 중 누가 더 민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나오게 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공화당 여론조사가인 프랭크 런츠는 "클린턴이 단 한표도 추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그의 영향력을 절하했고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이미 한물간 인물로 `오바마는 클린턴을 무시해야 한다(ignore)’고 조언했다.
그러나 클린턴이 퇴임 후 지구촌의 기근과 질병, 환경 문제 해결에 노력한 공로로 오는 8일 올해의 노벨평화상을 받기라도 하고 경제난이 부시 전임행정부의 유산이라는 오바마의 주장이 유권자들에게 먹힌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