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은 뉴욕의 9.11 테러가 올해로 9주년을 맞았지만 미국민들의 가슴에 남긴 깊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는 무너지기 전 건물보다 더 높은 새 랜드마크가 건립되고 있지만 이곳에 대한 미국민의 아픈 기억은 좀처럼 잊히지 않고 있다.
수많은 희생 ‘테러와의 전쟁’ 끊나지 않아
종교간 화해 노력에도 ‘반 이슬람’ 확산
전세계 경제의 심장부 뉴욕 월드 트레이드센터 건물 2곳에 2대의 여객기가 잇달아 충돌한데 이어 건물 전체가 붕괴되던 그 날의 기억은 충격을 넘어 허탈과 악몽으로 9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국인들 가슴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테러조직 ‘알카에다’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이어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전쟁의 끝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있다.
강산이 변할 정도의 세월이 흘렀고, 이슬람 신도들도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이슬람에 대한 인식을 어느 정도 개선한 것으로 자평할 정도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저녁 6시께 뉴욕 맨해턴에서는 미국민들의 반 이슬람 정서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24번가 모퉁이에서 택시를 탄 마이클 앤라이트(21)라는 청년은 기사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기사 아흐메드 샤리프(44)는 자신의 종교를 밝힌 뒤 앤라이트에게 아랍어로 인사를 건네고 몇 마디 대화도 나눴지만 이어 그가 라마단 의식을 비웃기 시작하자 대화를 중단했다.
택시가 달리는 동안 앤라이트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샤리프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칼을 꺼내 휘둘렀고 이로 인해 샤리프는 중상을 입었다.
극단적인 성향의 젊은이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긴 하지만, 9.11테러로 촉발된 반 이슬람 감정이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테러가 발생한 지 9년이나 지났지만, 미국은 여전히 탈레반과의 전쟁을 하고 있고 그라운드 제로의 재건공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과거 금융과 무역의 상징이었던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지금은 테러와 희생, 추모의 장소로 미국민들에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불과 두 블락 떨어진 지점에 이슬람 모스크(예배당) 건립하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잊혀 가던 미국민들의 상처도 도지기 시작했다.
뉴욕시 랜드마크위원회(기념건축물보존위원회)가 그라운드 제로 인근의 낡은 건물을 헐고 15층짜리 이슬람 사원인 `코르도바 하우스’를 건립하도록 승인해 준 이후 예상보다 심한 반대의견이 나타난 것이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이 건물을 맨해턴의 YMCA나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를 모델로 한 이슬람 커뮤니티 센터로 지을 생각이라면서 이 모스크가 종교 간 `화해’의 상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민의 반응은 이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이 장소에 이슬람 사원을 짓는 것은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이 이슬람 극단주의로 인해 겪은 슬픔과 고통을 돌아보지 않는 잔인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맨해턴 개발과 종교적 화해를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국이 종교적 자유를 지지한다는 헌법적 명분에 입각, 지지 입장을 표명했지만 일반 국민의 정서는 그처럼 이상적이지 못했다.
건립 현장 인근에서는 연일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선거 이슈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퀴니팩 대학 여론조사 연구소가 지난달 말 뉴욕 주민 1,497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짓는 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53%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더구나 응답자의 71%는 그라운드 제로의 상징성과 유가족의 상처 등을 감안해 그라운드 제로 인근이 아닌 다른 지역에 모스크를 지어야 한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다른 장소에 모스크를 지어야 한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20%가량은 이슬람교도들에 대한 적개심이 있다고 인정했고, 33%는 미국민 중 이슬람교도들이 다른 종파보다 더 테러리스트들에게 호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라운드 제로’ 복구 한창
105층 규모 프리덤 타워
내년 완공 앞 공사 착착
9.11테러 9주년을 앞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복구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WTC) 잔해로부터 인양된 두개의 삼지창 모양 세갈래로 된 철기둥 중 하나가 이날 마지막으로 그라운드 제로로 돌아왔다.
70피트(약 21.3m) 높이의 이 철기둥들은 각각의 무게가 50t으로, WTC 북쪽 타워 잔해에서 발견된 것들로 2012년 완공예정으로 그라운드 제로에 건설중인 9.11박물관의 입구로 설치된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9.11테러 이후 세계가 변화한 방식으로 볼 때 이렇게 정치적으로 복잡하고 재정적으로도 복잡한 일이 이루어지는데 9년이 걸렸다는 것은 지나친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05층 규모의 ‘프리덤 타워’는 매주 1층씩 새로 건설되고 있어 이제 36층까지 올라갔다. 미국 최대의 인공 폭포 공사는 80%가 진행됐다.
◆9.11테러 시간대별 일지 및 대응
▲오전 8:45 92명을 태운 보스턴발 LA행 아메리칸 항공 소속 AA11편 항공기가
세계무역선터 건물 하나에 충돌.
▲오전 9:03 65명을 태운 뉴저지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항공 UA175편
항공기가 세계무역선터 두번째 건물에 충돌.
▲오전 9:17 연방항공국은 모든 뉴욕 주변 공항 폐쇄
▲오전 9:30 부시 대통령은 ‘명백한 테러공격’ 선언
▲오전 9:40 연방항공국 미국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운항 전면금지
▲오전 9:43 64명 태운 아메리칸 항공 AA77편 항공기 펜타곤에 출동
▲오전 9:45 백악관 긴급 대피령
▲오전 9:57 부시 대통령 플로리다에서 출발
▲오전 10:05 세계무역센터 남쪽 건물 무너짐
▲오전 10:10 펜타곤 일부 붕괴
▲오전 10:10 44명 태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기 펜실베니아주
파츠버그시 남동부에 추락
▲오전 10:24 연방항공국은 미국행 모든 항공기 진로를 캐나다로 변경
▲오전 10:28 세계무역선터 건물 북쪽 건물 무너짐
▲오전 10:45 워싱턴의 모든 연방건물 대피명령
▲오전 10:53 이날 예정되었던 뉴욕시 선거 연기
▲오후 1:04 백스데일 공군기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군사력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안보수단을 총동원해 경계태세 선포. 보복 선언
5,000여명의 무고한 생명이 한줌의 재로 변해 버렸던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센터 테러 현장. 지난 7일 기념관 건설계획이 한창인 그라운드 제로를 남쪽에서 내려다본 전경이다. (AP)
◆9.11테러 희생자수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실종 4,972명, 사망 152명
-아메리칸 항공 AA11편 탑승객: 사망 92명
-유나이티드 항공 UA175편 탑승객: 사망 65명
◇워싱턴 DC
-미국 국방부 청사: 사망 또는 실종 125명
-아메리칸 항공 AA77편 탑승객:사망 64명
◇펜실베니아주
-유나이티드 항공 UA93편 탑승객: 사망 4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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