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전략적 선택’ 주목
미국이 한국의 적극적인 이란제재 동참을 요청하면서 이란제재 문제가 한미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란제재 문제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 고위층이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어느때보다 긴밀해 진 것으로 평가받아 온 한미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 국내적으로는 이란 제재 동참시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에 마냥 눈 감을 수 없고 그렇다고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한미관계 등에 미칠 정치적 부담과 함께 미국의 이란제재법에 따른 제3자 제재 대상에 한국 기업이 선정됨으로써 입을 경제적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한국의 제재 참여에 목을 매는 이유로는 몇가지가 꼽힌다.
미국은 우선 이란의 핵포기를 유도할 이란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적극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929호 결의 이후 미국이 독자적인 이란제재법을 만들었고, 유럽연합(EU)과 호주, 캐나다 등이 제재 동참을 선언한 상태에서 남아있는 아시아 국가의 제재 참여를 통해 제재그물망을 완성하려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촘촘해진 제재그물망으로 이란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소위 `풍선효과’의 우려를 없애겠다는 계산도 미국의 강한 드라이브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맹국인 한국의 동참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으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인게 사실이다.
또 미국 국내적으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정책의 주요과제인 비확산 문제의 척도가 되는 이란 문제에 대해 뚜렷한 진전을 거두지 못할 경우 입게될 오바마 대통령의 부담도 적지 않다.
결국 한국의 이란제재 적극 동참 여부는 미국에는 이란제재의 실효성 여부를 담보할 아킬레스건인 셈이다. 역으로 이란에도 그만큼 한국의 제재 동참여부는 중요한 문제다.
미국은 이란의 핵 자금줄로 지목하고 있는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폐쇄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아시아 전체에서 허브(hub) 역할을 한다고 보고 이 문제를 한국의 이란 제재 동참여부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지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제재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이 미국에 `실망’을 안겨줄 경우 한미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고위당국자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이란 제재 이행을 건성으로 할 경우 미국과의 경제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앞두고 미 의회의 지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미 의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이란 제재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받을 부정적 영향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미 미 의회 내에서는 이란 제재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섞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미룰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의 이란제재법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오를 수 있는 점도 우리 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제재법은 제재대상이 된 이란의 단체.기업.개인과 거래한 외국 기업에 대해 미국의 금융시스템 등에서 배제하는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미국은 이달 내에 1차 제재대상 외국기업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시기를 놓칠 경우 한국 정부가 불가피하게 조치를 취하면서도 미국의 조야로부터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이란 제재 결정을 미루다가 한국 기업이 자칫 제재를 받게될 경우 한미관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경제적 이익이냐, 종합적 이익이냐 두 측면에서 한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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