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로 소비자들 지출 줄이면서도
아이들 위해서는 여전히 지갑 열어
아동용품 파는 것이 경기 극복의 지혜
마이클 로젠버그(58), 버한 오큐안(52), 요세프 심론(52)은 모두 맨해턴에서 자영업으로 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로젠버그는 의류, 오큐안은 표구, 심론은 컴퓨터 조립으로 분야가 제각각 이고 서로 알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이웃의 많은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불경기에 살아남는 비법을 발견한 것이다. 비법이란 바로 어린이 대상 장사다. 경제가 나빠져 어른들이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쓰지 않아도 아이들을 위해서는 여전히 돈을 쓴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경기가 나빠진 이후 로젠버그는 옷의 품목을 바꾸었다. 60%가 여성의류였던 것이 지금은 신생아와 어린이옷이 80%를 차지한다. 현대 작가들의 판화와 유화를 주로 표구했던 오큐안은 이제 서너 살짜리 화가들의 냉장고 그림을 주로 표구하고 있다. 심론의 가게 창문에는 어린이들에게 컴퓨터 조립을 가르치는 개인지도 선전문구가 크게 붙어있다.
이들 모두 불경기로 인한 타격이 크다. 로젠버그는 매상이 20% 줄었고, 오큐안은 15%. 심론은 거의 50%나 떨어졌다. 그래도 다른 업주들에 비하면 운이 좋다. 로젠버그의 가게가 있는 거리 에는 20개 상점이 비어있다. 오큐안이 가게 창문으로 내다보면 화원, 비타민가게, 서점, 식당, 여성의류점이 모두 문을 닫았다.
로젠버그는 ‘그래니 메이드’라는 옷가게를 25년 전에 열었다. ‘할머니 솜씨’라고 번역될 가게 이름답게 손으로 뜬 스웨터들을 전문으로 한다. 여성의류를 주로 팔면서 남성용과 어린이용을 조금씩 곁들여 팔았었다.
가격은 보통 수준(기계편직 여성 스웨터는 60달러로부터 시작)이지만 몇 년 전 호황일 때는 영국산 손으로 뜬 여성 스웨터들을 800달러에 팔기도 했다.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라고 그는 말한다. 여성 정장, 스포츠웨어, 양면 스커트 등을 많이 팔았는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전멸’ 이다.
과거 그는 노동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단골 여성들에게 전화를 해서 가을 신상품들을 보러 오라고 권했었다. 하지만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가 무너진 후부터는 전화를 하지 않는다. 단골들 중 누가 피해를 입고, 누가 괜찮은지 알 수가 없으니 전화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매출이 계속 줄고, 몇 가게 옆의 여성의류점이 문을 닫는 상황을 지켜보던 그는 한가지 사실을 주목했다. 어린이 용품의 매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항상 손님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습니다. 그런데 엄마나 할머니들이 하는 말이 ‘아기에게는 돈을 안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아기 싸개담요, 갓난아기 장난감, 옷들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주 찾아서 최근에는 어린이 세례복도 들여 놓았다. 가격이 106달러에서 192달러 선이지만 사람들은 산다.
가장 잘 팔리는 것은 6개월에서 8세까지의 여아 드레스들. 취향이 까다로운 10대 의류는 취급하지 않는다.
작가이자 홍보전문가인 리 앤 맥도널드(64)는 요즘 자신을 위해서는 별로 샤핑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자소녀들을 위해서는 여전히 그래니 메이드를 찾는다. 손녀의 생일, 트럭이라면 껌뻑 넘어가는 손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옷가게가 어린이옷에 치중하는 것은 전국적인 추세다. 지난 2년 동안 어른 옷 판매는 8.9%가 줄었지만 어린이 옷 판매는 7.5% 하락했다. 연방 노동통계국 보고에 의하면 불경기 시작 이후 남성 의류점의 고용은 25%가 하락하고, 여성의류점의 경우는 1.5% 하락한 반면 어린이 의류점의 경우는 오히려 약간 늘었다.
사람들이 자녀들에 대해서는 불경기로부터 보호막을 세워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전국 소매연맹의 대변인인 엘렌 데이비스는 말한다. 모든 명절 샤핑 시즌에 지출이 줄어도 개학기인 백투 스쿨 시즌에는 매상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큐안은 표구전문점, 메트로 프램아트를 20년 동안 운영해왔다. 경제가 나빠지자 그는 50달러짜리 선물권을 건축사무실, 실내장식 회사, 회당, 교회, 학교 등지에 뿌렸다. 찾아오는 발걸음이라도 좀 늘려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나타난 것은 학교뿐이었다. 학교 기금모금 행사에 경매로 나온 선물권을 들고 학부모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200달러짜리 액자를 하면서 50달러짜리 선물권을 쓰는 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불경기 이전에는 5%에 불과했던 어린이 그림 표구가 25%로 뛰어올랐다. 표구점 벽에는 현대 작가들의 미술품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다. 팔리지가 않으니 벽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오큐안은 지금 생후 21개월의 화가, 아바 자코비의 손가락 페인팅 세 점을 표구 중이다. 꼬마 화가의 엄마 미셸 자코비(34)는 이를 위해 1,082달러64센트를 지불한다.
“평생 나를 위해서는 이런 돈을 주고 액자를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남편의 법률 사무소에 걸러둘 선물로 액자를 주문했다. 곧 40세가 되는 남편이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뭔가 딸과 연관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이 예술에 관한 오큐안의 시야를 넓혔다. 이제 그는 “어린이들은 누구나 다 예술가”라는 생각이다.
20년 전 복사전문점을 열었던 심론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업 내용을 조금씩 바꿔서 지금은 컴퓨터 관련 서비스와 그래픽 디자인 서비스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심론의 데스크탑 USA의 지난해 수익은 떨어졌지만 어린이 관련 수입은 15%가 늘었다.
이전까지는 사업계획서 같은 것을 묶어서 책자로 만들어 달라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 그런 손님은 구경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시간당 50달러로 어린이 개인지도를 한다는 선전을 시작했다. “댁의 자녀가 학교에서 특출 나기를 바라십니까? 우리 팀이 자녀의 숙제를 돕겠습니다” 같은 선전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가게 창문에는 “귀하의 자녀가 스스로 컴퓨터를 조립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지요. 우리 같이 해봅시다”라는 선전문구가 붙어있다.
컴퓨터 지도와 부품 구입으로 부모들은 1,000달러를 쓰게 된다. 하지만 비즈니스 매니저로 일하는 미셸 프라체크(30)는 외동딸 마야 차베즈(11)를 위해 그만한 투자는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을 위해서는 씀씀이를 많이 줄였지만 아이가 컴퓨터 조립하는 법을 배운다면 학습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그는 생각한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