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부채, GDP의 78% 육박 파산 위험 불구 긴축 노력 전무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이 이뤄지면서 유럽 금융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규모의 구제 금융임에는 틀림없다. IMF 돈까지 합치면 그리스는 한 해 전체 GDP의 18%에 달하는 액수를 낮은 이자로 빌리게 된 것이다. 이는 그리스 국민 1인당 4,000유로에 해당하는 돈이다. 그러나 이런 거액에도 불구하고 이 돈은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번 구제로 유로 존은 향후 수년간 더 큰 위험에 놓이게 됐다. 다음 문제는 포르투갈이다. 그리스 때문에 가려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 나라 모두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2001년 아르헨티나가 국가 부도를 냈을 때보다 더 위험한 상태다.
포르투갈은 지난 수 년 간 흥청망청 쓰는 바람에 국가 부채가 2009년 말 현재 GDP의 78%로 치솟았다. 그리스는 114%, 국가 부도가 났을 때 아르헨티나는 62%였다.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포르투갈 부채의 대부분은 외국인이 꿔준 것이며 해마다 이자를 갚는 대신 재융자를 해 빚을 늘려가고 있다. 2012년이 되면 포르투갈 빚은 GDP의 108%로 올라간다. 언젠가 금융 시장은 이런 폰지 게임에 돈대주는 것을 중단할 것이다.
포르투갈은 그리스나 스페인, 아일랜드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을 해야 하는데 비현실적으로 높은 환율 적용을 받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연 5% 이자만 지불하려 해도 2012년까지 GDP의 5.4%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내야 한다. 올해 5.2%의 재정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10%의 긴축이 필요하다.
유로 존에 속해 있는 한 비현실적인 고환율 때문에 대대적인 실업 발생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이를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수년간 고실업과 정치적 저항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정치인 모두 그럴 준비가 돼 있지 않다. 그리스는 소규모 예산 삭감을 한 후 재정 지원을 하지 않으면 파산해 유럽 전체를 곤경에 빠뜨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아예 삭감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2010년 예산을 보면 적자 폭이 GDP의 8.3%에 달하는데 이는 2009년 9.4%와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그들은 경제가 성장해 이 곤경에서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지만 이는 세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이 두 나라가 머뭇거리고 있는 동안 유럽 연합은 장-클로드 트리셰가 이끄는 유럽 은행과 함께 돈을 대주고 있다. 정부는 채권을 발행하고 유럽 상업 은행들은 이를 사 유럽 중앙은행에 예금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찍어내고 있다. 은행이 유로 존의 방만한 지출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최근 유럽 중앙은행은 어떤 종류의 채권이 담보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관해 새 규칙을 발표함으로써 이런 잘못된 관행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규칙을 점진적으로 강화해 그리스 정부가 한꺼번에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막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은행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규칙을 완화해 그리스나 포르투갈과 같은 정부가 내년에도 얼마든지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쉽게 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한 신용 평가 회사만 국채가 정크가 아니라는 데 동의하면(이는 매우 쉬운 일이다) 유럽 중앙은행에서 융자를 해주도록 돼 있다. 분명한 위험과 막대한 부채에도 불구하고 3대 신용 평가 회사 중 어느 누구도 그리스 국채가 정크라는 정치적 부담이 큰 행위를 하려 하지 않고 있다. 포르투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정 긴축이 당장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포르투갈 정치인은 바보 취급을 당한다. 유럽 연합과 유럽 중앙은행, 그리스는 모두 아무 고통 없이 손만 벌리면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포르투갈 정치인들은 사태가 더 악화될 때까지 기다렸다 자기들도 구제 금융을 해달라고 조르는 수밖에는 없다.
이미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같이 ‘어리석게’ 긴축 정책을 실시한 나라들은 이를 적당히 해도 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현실은 아무 논리도 없는 것 같지만 이렇게 하면 논리적으로 분명한 결과가 나온다.
유럽은 결국 약한 나라를 구제하는데 싫증을 느낄 것이다. 독일이 제일 먼저 플럭을 뽑을 것이다. 재정이 정상화가 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유럽 중앙은행과 유럽 연합은 더 많은 빚을 떠안게 되고 상황은 더 위험해 질 것이다. 마침내 플럭이 뽑혔을 때 최소한 한 나라는 고통스런 파산을 선언할 것이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런 나라가 하나만이 아닐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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