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먼트 능력 있는데도 주택 포기하는 ‘전략적 차압’ 늘어
지난 2006년 벤저민 콜맨은 마이애미 비치의 콘도 하나를 샀다. 그의 현재 계산으로는 산 가격에 자신의 작은 콘도를 다시 팔려면 2025년이나 돼야 한다. 어쩌면 2040년일 수도 있다. “나 같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미련하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그냥 집을 포기하고 더 싼 가격에 좀 더 나은 곳을 렌트해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한다”고 콜맨은 말했다.
2008년에만 58만 건 추산
전국 510만 가구 주택가격
융자액 75% 밑으로 하락
부동산 폭락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으며, 은행에 대한 구제 금융 후 다시 수백만 달러 보너스가 뿌려지고, 오바마 행정부의 융자 재조정 계획이 기대치만 높이고 정작 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 간 것으로 드러난 지금 점점 더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서는 주택의 가치가 모기지 융자액의 75% 이하로 떨어지면 주택 소유주들은 페이먼트를 할 능력이 있어도 집을 포기하고 나가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대사에서 전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수백만의 미국인들이 고민스런 입장에 처해있다. 이들을 도울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돕느냐 하는 문제는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주택정책 마련에 골몰하는 오바마 행정부에 가장 큰 고민이 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광범위하게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한 브리핑을 통해 허버트 앨리슨 재무부 차관보는 말했다.
부동산이 폭락한 2006년 중반 이전에는 주택 가치보다 모기지 융자액이 더 많았던 미국인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2009년 3분기까지 무려 450만의 미국인들이 주택 가치가 모기지 융자액의 75% 이하인 상황으로 전락했다. 시장이 계속 정체되면서 이 수치는 오는 6월까지 510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모기지를 가지고 있는 미국인의 10%가 이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우리는 극도로 취약한 지점에 도달했다”고 이 조사를 실시한 ‘퍼스트 아메리카 코어로직’의 수석 경제학자인 샘 카터는 말했다. 그는 “집에 대한 사람들이 감정적 연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맨해튼의 1만1,000유닛 주거용 단지의 수많은 소유주들이 주저함이나 수치스러움을 느끼지 않은 채 물밑에 빠진 자신의 집을 던지고 나온다.
애리조나 스카츠데일의 모기지 브로커인 스티브 월시는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60명에게 집을 던지고 나오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희망을 잃었다. 이들은 재조정 자격이 안 된다. 너무 낡아 가치 없는 주택에 햄스터처럼 계속해 페이먼트를 해 온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월시 자신도 최근 소유하고 있던 렌탈 부동산을 던져 버렸다. 그는 “내일은 또 다시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돈이 없어 집을 던지는 것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날로 더 많은 소유주들이 ‘가택연금’ 상태에서 살지 않겠다며 집을 포기하는 것으로 여러 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리버 와이먼 사의 컨설턴트들은 크레딧 뷰로 자료들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소유주들이 곧바로 포기 과정에 들어가는지 계산했다. 이들은 또 주택 외의 다른 페이먼트 지불에 어려움을 겪는 소유주들을 제외했다. 그렇게 계산해 보니 2008년 차압을 당한 소유주의 17%, 즉 58만8,000명이 전략적 계산에서 차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을 던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이사를 싫어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도 문제다. 부채를 회피했다는 사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연방준비위 관계자들은 지난 1991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됐을 때 부동산을 던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매사추세츠 주 자료를 인용하기도 한다.
연방정부의 견해도 여기에 속한다. 연방재무부의 금융기관 담당 마이클 바 차관보는 “네거티브 에퀴티를 가진 부동산 소유주들도 페이먼트를 계속 한다”고 말했다. 시세가 모기지 액수 한참 밑으로 떨어진 물에 잠긴 부동산들을 균등점까지 끌어 올리려면 2008년 구제금융 액수인 7,450억달러보다 좀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만약 연방 정부가 이렇게 한다면 많은 납세자들이 불공평하다고 불평할 것이라고 바 차관보는 말했다. 그러나 그냥 방치할 경우 능력이 되는데도 부동산을 던지는 사람들이 늘어나 가뜩이나 취약한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바 차관보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능력이 되는데도 집을 포기하고 나가는 것(주택 소유주들이 열쇠를 은행에 메일한다는 뜻에서 ‘징글 메일’이라고도 불리는)은 1980년대 남서부지역 원유가 폭락 사태 당시부터 시작됐다. 현재의 부동산 폭락 사태 속에서 대출기관들은 부동산 가격이 10% 정도 떨어진 시점부터 이상한 변화를 감지했다. 미국에서 가장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기관이었던 와코비아 은행의 한 중역은 지난 2008년 1월 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자기 은행이 페이먼트 능력이 되는데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고객들 때문에 당황해 하고 있다고 말한바 있다.(와코비아 은행은 9개월 후 웰스파고에 인수 합병됐다.)
부동산 가격이 30% 이상 폭락한 현재, 물에 잠긴 부동산을 소유주한 사람들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집을 오래 소유했지만 이것을 현금 빼먹는 기계로 이용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단지 주택 가격이 정점에 올랐을 때 사는 한 가지 실수를 범한 사람들이다. 지난 2006년 4월 당시 23세였던 콜맨이 콘도를 산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법칙이 지배하던 때였다. 성격적으로 돈을 운용하는데 조심스러운 콜맨은 작고 단순한 1베드룸 아파트를 20% 다운페이 해 21만5,000달러에 샀다. 당시 콜맨의 능력보다 낮춰 산 것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그의 아파트 단지 다른 차압매물들은 9만 달러에 팔리고 있다. “금전적으로 보면 계속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콜맨은 말했다. 그가 페이먼트와 세금, 보험을 위해 매달 내는 1,500달러로 그는 운동시설과 시큐리티, 발레 파킹 등을 갖춘 해안가의 더 좋은 집을 렌트할 수 있다.
물론 집을 던지면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다. 크레딧 점수가 나빠질 것이며 대학원 진학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취직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윤리적인 문제가 그를 괴롭힌다. “나는 가격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 집을 사면서 융자를 얻었다. 내가 한 실수를 은행에 떠넘기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것은 월스트릿이 환영하는 태도다. 한 투자회사의 수석경제학자는 융자를 받은 사람들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글을 썼다. “그들은 계약서에 서명했다. 성인으로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월스트릿 자신이 항상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 업계의 큰손인 티시맨 스페이어가 이끄는 투자그룹은 맨해튼의 2개의 대형 아파트 단지 개발계획을 위해 받았던 44억달러의 융자금을 갚지 않고 나자빠졌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벤저민 콜맨은 가격이 너무 떨어진 자신의 콘도를 포기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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