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지사 외도·윌슨의원 망언 등 잇단 정치인 스캔들로 이미지 추락
요즘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민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딕 하프틀리안에게 물어보라. 최근 그는 부인과 함께 페루 쿠스토에서 마추피추로 가는 열차 안에 앉아 있었다. 앞에 앉아 있던 다른 커플과 대화가 시작됐다. 그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리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곤 “그러면 당신은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라고 대답하자 상대 커플은 이렇게 소리쳤다. “마크 샌포드! 아르헨티나!”
의회와 주지사 싸움에 민생실종
비즈니스들 떠나거나 이전 꺼려
그날 밤 하프틀리안은 호텔로 돌아와 TV를 켰다. 알아들을 수 없는 스페인어 방송가운데 두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조 윌슨”이 그것이었다. 조 윌슨은 오마마 연설 중 “거짓말쟁이”라고 소리친 의원이다. “집에서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서 경험한 황당한 일이었다”고 한숨을 섞어 말했다. 하프틀리안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민주당 위원장을 지낸 저명한 변호사이다. 샌포드와 윌슨은 공화당이다. 이런 황당함은 하프틀리안만 경험하는 게 아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클렘슨 칼리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공화당 자문가 데이빗 우다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전국적 주목을 거의 끌지 못하는 작은 주”라며 “하원의원이 대통령에게 소리치고 주지사는 아르헨티나 정부 치마폭에서 놀아나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다면 이것이 주민들이 원하는 일이겠느냐”고 반문한다.
주 재무관이 코케인 소지죄로 감옥에 간 사실은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주 농무위원이 투계 조직에 연루된 혐의로 감옥에 가고 주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가명으로 인터넷에서 에로 소설을 내려 보다가 적발돼 사임한 것도 마찬가지다.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몇 년이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역사가인 잭 배스는 “만약 당신이 은퇴를 생각하고 있고 쉬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면 이곳으로 와라. 이곳 생활을 무척 즐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격렬한 역사를 갖고 있는 주이다. 이곳에서 남북전쟁이 시작됐다. 또 역사상 가장 지저분한 선거전과 관련한 평판도 갖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자란 리 앳워터는 1988년 조지 H.W. 부시 캠페인의 매니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초토화 전략을 도입했다. 12년 후 조지 W. 부시는 공화당 후보 지명을 받는데 당시 공화당 공작원들은 부시의 상대였던 존 매케인이 딸로 입양한 방글라데시 소녀에 대해 그가 혼외관계에서 얻은 딸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주였다. 플란테이션 경제 덕이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 오만하고 떠들썩한 태도가 형성됐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윌슨이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하지만 2005년에 불법 투계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전 농업위원 찰스 샤프의 경우를 보자. 이 케이스에 대해 묻다 보면 아마도 스캔들에 연루된 다른 인물들, 가령 뉴욕 주의 엘리엇 스피처, 뉴저지의 짐 맥그리베이, 루이지애나의 에드윈 에드워즈 등에 대해서도 듣게 될 것이다. 찰스턴의 민주당 전략가인 필 노블은 “이런 스캔들은 미국에 새롭거나 사우스 캐롤라이나에만 독특한 무엇이 아니라 규칙이 자신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정치인들의 일반적인 오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화당 자문인 우다드는 “주민들이 정치인들이나 그들의 가족, 그리고 어느 교회에 다니는지를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고 느낄 만큼 작은 주”라고 지적하고 “샌포드 스캔들은 이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가 마지막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슈는 2000년에 있었던 컨페더릿 국기 케이스였다. (타협에 의해 이 국기는 일단 주의사당에서 내려졌다.)
지금의 이슈는 물론 샌포드이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광고 및 홍보회사를 운영하는 리 버셀은 최근 아칸소 리틀락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가 주말 내내 “마크(샌포드의 이름)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에 시달려야 했다. 버셀은 “수세적이 되지 않으려면 웃음으로 넘길 줄 알아야 한다”며 “이런 일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민들의 주류를 대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나의 자부심이 손상되지는 않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와 사라졌다가 나타나 눈물로 사과한지 4개월이 지난 지금 샌포드는 주 각지를 돌면서 참회연설을 한다.(그는 자기가 로터리 클럽 등에서 하는 연설이 경제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샌포드는 부인과 별거중이며 주 윤리위원회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샌포드의 외도는 문제의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윤리위원회는 현재 샌포드가 주정부 항공기를 개인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는 혐의와 여객기 비즈니스 클래스의 부적절한 이용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주의원은 특별회기가 열리는 이번 주에 샌포드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원들은 윤리위 조사가 끝난 때까지 기다렸다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샌포드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사법기관들이 아닌 기관에는 유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요청을 주대법원에 제출해 놓고 있다. 그는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패한 사람보다 참회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자신이 더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소수의 견해일 뿐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주민들이 샌포드의 사임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주민은 “주지사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그를 별것 아닌 존재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주의회 양당의원들은 그의 사임을 촉구하고 있으며 공화당 역시 그렇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상공회의소는 최근 의원들에게 탄핵을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현재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현 상태로 다음 회기로 넘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공회의소 오티스 라울 회장의 입장이다.
대부분 주들처럼 사우스 캐롤라이나 역시 심각한 재정문제를 겪고 있다. 실업률은 일부 지역의 경우 20%를 넘어 서는 등 동부에서 가장 높다. 이런 가운데 샌포드는 연방정부 경기부양자금 7억달러 수령을 거부해 위회와 지루한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으로 의회 회기가 거의 소진됐다.
그리고는 수주일 후 그는 아르헨티나를 여행했다. 이후로 주의회는 마비됐으며 관심은 온통 윤리위원회와 전문직들이 입주해 있는 3층짜리 유리 건물에 집중돼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가인 카니 크랜포드는 “마치 늪지대의 역류현상 같다.
아무것도 순환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다. 움직이는 것은 모기들 뿐”이라고 비유했다.
이런 상황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전국적 평판에 타격이 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 컨페더릿 국기 사건이 전국의 기업 중역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NAACP)의 불매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떠나는 비즈니스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는 컨페더릿 국기 분쟁을 들어 마틀비치에서 열 예정이던 3개의 챔피언십 야구 토너먼트를 취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보도들이 상황을 악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퇴자들이 이곳을 멀리 하고 학생들이 지원을 꺼리며 가장 심각한 것은 비즈니스들이 확장이나 이전을 꺼리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라울 상공회의소장은 “샌포드나 국기 때문에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꺼린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는 현재 3,000명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보잉사의 찰스턴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