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흑인 노예 소녀의 5대손인 것으로 뿌리가 확인됐다.
미셸 여사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흑인사회의 가장 상징적 사건이 되고 있으나 조상에 대해서는 혼혈이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 정확한 족보를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고조 할아버지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노예였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족보학자인 메건 스몰렌야크와 뉴욕 타임스가 미셸 여사의 족보에 대해 공동 조사한 결과 그의 조상이 1850년 사우스 캐롤라이나에서 백인 주인으로부터 농기구와 가축 등 당시 475달러 상당의 유산을 물려받은 멜비니아라는 6세 흑인 소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노예 소녀는 1852년 주인이 사망한 뒤 새로운 소유주인 주인 딸 부부를 따라 조지아주로 이주했으며, 거기서 누군가 백인 남자와의 사이에 훗날 백악관 영부인의 고조 할아버지가 되는 첫 아들을 낳았다.
그러나 노예 소녀 멜비니아의 부모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1938년 그의 사망증명서 부모란에는 ‘모른다(don’t konw)’로 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낳은 아들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딸 부부와 함께 애틀랜타 인근의 렉스로 이주한 뒤 15세이던 1859년 장남인 돌프스 실즈를 낳았다는 점이다. 당시 40대 후반인 주인이나 20세 전후였던 그의 아들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아버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3명의 자녀를 더 낳은 멜비니아는 자녀들에게 모두 주인인 헨리 실즈의 성을 따 실즈를 붙였으나 이것이 아버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단순히 주인의 성을 따던 습관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예 해방 후 그는 어린 시절 같이 노예 생활을 했던 친구들과 앨라배마주 근처의 바토에서 뭉쳐 살았다. 거기서 장남 돌프스가 노예 동료의 딸인 앨리스 이슬리와 결혼했다. 미셸 여사의 고조 할머니가 된다.
장남인 돌프스 부부는 철강산업과 철도의 중심지로 급성장하던 버밍햄으로 이주, 목수로 일하며 1900년에는 내 집도 장만했다. 백인으로 착각할 만큼 피부색이 연했던 그는 글을 읽고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 민권운동에 앞장섰던 퍼스트 에버너저 침례교와 트리티니 침례교의 공동 창시자이기도 한 돌프스는 일부러 흑인 슬럼가로 이주해 살면서 집안에서는 금연은 물론 껌과 욕설, 립스틱 등을 금지하는 등 철저하게 기독교적인 삶을 살았다.
그의 첫 아내인 앨리스 이슬리는 이혼 후 침모와 식모로 살았으며, 아들 2명도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미셸 여사의 증조 할아버지가 되는 로버트 리 실즈는 1906년 애니 로슨과 결혼, 막노동꾼과 철도 짐꾼으로 일하다 32세 무렵까지는 기록상 종적을 감췄다.
돌프스는 흑인들이 극도의 차별을 받던 시절, 백인 구역에 목공소를 차리는 등 백인들과도 잘 어울리며 교류를 가졌으나 정작 자신의 조상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젠가는 인종차별이 사라지고 하나가 될 것을 굳게 믿었다는 돌프스는 1950년 91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당시 그의 부고 기사는 흑인 신문인 ‘버밍햄 월드’의 머리를 장식할 정도였다.
그의 손자이자, 미셸 여사의 조부인 퍼넬 실즈는 화가로 기회의 땅인 시카고로 이주했다. 그러나 후손들은 앞만 보고 사는 동안 조상에 대한 과거는 잊혀져 갔다.
미셸 영부인의 고조부인 돌프스 실즈는 잡초만 무성하고 비석 등이 쓰러져 있는 흑인 공동묘지에 쓸쓸히 방치돼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8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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