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갈라진 남북에 상생의 오작교를 놓으신 분이 가셨습니다. 아직 분단의 아픔이 남아 있지만 그분의 유지를 기리며 통일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가겠습니다.”
한국에서 김대중 전 15대 대통령의 장례가 국장으로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 동포들은 22일 수도장로교회에서 추모제를 열어 워싱턴 한인사회와 특별한 관계를 갖고 있는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3개 한인회 대표자들은 물론 주요 한인단체장들과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범 재미동포 김대중대통령 추모위원회’의 이름으로 열린 추모제는 시종 엄숙한 분위기였으나 남을 배려하며 화해와 통합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애썼던 김 전 대통령의 삶을 추모 했다.
추모위원장을 맡은 김영천 한인연합회장, 황원균 북버지니아한인회장, 신근교 수도권메릴랜드한인회장이 두드리는 북소리와 함께 시작된 추모제는 고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개하는 동영상 상영에 이르자 더욱 숙연해졌다.
추모사를 맡은 김영천 한인연합회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는 큰 손실이지만 한인동포들에게 자부심과 기쁨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고인의 뜻을 받들어 통일과 대국민 통합을 위해 함께 나서자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미국에 망명했을 당시 가까이서 보필했던 이근팔 씨는 “그 분이 도와달라 부탁 했을 때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고 회상하고 병환 중일 때 한 번 찾아뵙지 못한 게 한인 된다며 목이 메였다.
황원균 북버지니아한인회장은 이날 한인사회에 바라는 호소문을 통해 고인이 남긴 가르침과 뜻이 계속 이어지길 당부했다. 황 회장은 “성, 계층, 연령, 지역, 종교를 초월해 한마음 한뜻으로 오늘 모였다”면서 “한평생 그 분이 일궈오신 민주주의와 남북 화해 및 평화실천을 위해,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실천하는 한인이 되자”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추모제는 김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 머물 당시 인연을 맺었던 지인들과 고인을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동포들이 다수 나서 편지를 낭독하며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김응태 전 민주회복국민회의 전국부의장은 김 전 대통령 앞에서 고인의 말투를 흉내 내려다 진땀을 뺏던 일담을 소개해 좌중을 웃겼고 김치환 한국민주평화연구소 사무총장은 그가 평소 좋아했던 성경 구절들을 낭독했다. 또 그레이스 김(그레이스 부동산 대표) 씨는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평소에 부인에게 존댓말을 쓰고 문패를 나란히 함께 거는 등 김 전 대통령의 자상한 면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애쉬번에 사는 한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윤진 씨는 “아이를 행동하는 양심이 있는 일꾼으로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했고 김동민 어린이는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몸을 바친 김대중 대통령을 존경한다”며 어른스럽게 글을 읽어내려갔다.
도한진 한인연합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서는 이밖에 신근교 회장의 고인 약력 소개, 테너 채혁·심용석 씨의 추모 노래, 신대식 목사(한반도경제비전연구소 소장)의 김 전대통령의 마지막 연설 낭독, 안정원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전 총무의 이희호 여사 편지 낭독, 김인호 목사(워싱턴한인교회협 회장)의 기도, 조명철 목사(수도장로교회)의 인사 등의 순서가 있었으며 참석자들은 헌화를 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