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개선 수치로 뚜렷이 나타나
호우 처리와 지열 냉각에도 효과적
뉴욕주 용커스 올 가을 공사 첫 삽
<서울> 군데군데 무너져 내린 어두운 콘크리트 터널이 이 혼잡한 도시를 가로 지르는 잔잔한 물줄기를 반세기 이상 덮어왔다. 이 수로는 조선왕조가 600년 전 이곳에 도읍을 정한 이후 서울의 중심이 돼 왔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이 물줄기는 도로로 덮였으며 서울 인구가 1,000만명으로 팽창하는 가운데 높이 솟아 오른 고가도로 밑에서 잊혀져 왔다.
하지만 3억8,400만달러의 복원 공사 후 청계천으로 불리는 이 하천은 축축한 덮개에서 해방됐다. 소풍객들은 이곳의 깨끗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잔잔한 물속에서는 잉어들이 헤엄친다. 청계천 복원은 전 세계 대도시들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강과 하천을 어둠에서 끌어내는 환경 노력의 일환이다. 상권을 활성화 하고 교통량을 소화하기 위해 수십년 전 하천 위에 만들었던 포장도로들을 걷어 내 하천들을 복개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 주의 경우 금년 가울 첫 삽을 뜨게 될 용커스 시 다운타운 중심부 재개발 계획의 하나로 1,900피트의 소우 밀 강을 복개하는 사업이 들어 있다. 이 강은 현재 1920년대 이 도시 도로 밑에 만들어진 초대형 인공수로를 통해 흐르고 있다. 싱가폴에서부터 샌앤토니오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시들이 강과 하천을 복원하고 있다.
LA에서는 주민 단체들과 일부 공직자들이 서울의 성공에서 영감을 받아 땅 아래 묻히거나 콘크리트 수로를 따라 흐르는 강을 귀찮은 존재가 아닌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복개된 하천을 따라 그린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도시들은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주민들을 끌어 들이려 한다. 이들은 도심 속의 자연 환경에 끌린 사람들이다.
환경론자들은 다른 이점들을 지적한다. 복개천은 땅속에 묻힌 하수로 보다 홍수 강우를 훨씬 효과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호우가 잦아지고 있는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또 수로는 태양열로 달궈진 아스팔트 냉각 효과가 크고 사람뿐 아니라 야생 생태계를 끌어 들이는 녹색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 당시 일부 정치적인 반대자들은 청계천 물을 7마일 길이의 수도관을 통해 한강에서 끌어 온다며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관계자들은 환경적인 성과들이 숫자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데이타들은 청계천을 따라 환경시스템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곳의 어종은 4개종에서 25개종으로 늘었으며 새들도 6개종에서 36개종으로 늘었다. 곤충류도 15개종에서 무려 192개종으로 늘어났다.
3마일의 고가도로를 철거한 복원 작업 후 차량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기온도 크게 줄었다. 청계천 지역 미세먼지 오염은 큐빅 피트 당 74 마이크로그램에서 48마이크로그램으로 떨어졌으며 여름철 기온은 인근 지역보다 5도 가량 낮다.
또 청계천 복원으로 차선이 줄었지만 버스 전용차선 확대와 차량운행 규제, 높은 주차료 등의 이유로 교통 소통은 더 원활해졌다. 이인근 서울시 부시장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차량 지향적인 도시를 인간 지향적 도시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 부시장은 LA 같은 도시들에 초청돼 프로젝트를 설명한 바 있다. 청계천을 찾는 보행자는 하루 평균 9만 명. UC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고가도로가 보행 가능한 지역으로 바뀌면서 이 지역 주택가격에 프리미엄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도심의 하천을 복개하는 노력은 적지 않은 도전을 받는다. 기존의 도심 풍경이 익숙한 상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린 환경이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 된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일이 힘들다. 요즘 청계천 방문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 사업을 극력 반대했던 인근지역 상인들이다. 얼마 전 어느 날 저녁 이곳에 산책 나온 인근 평화시장의 한 스포츠 의류 판매상인은 수십년 간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해 왔다며 고객들 주차가 어려워졌지만 그 덕분에 공기는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청계천을 매일 거닌다며 “과거에는 이곳에서의 운동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현대건설 경영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치적 소득을 안겨줬다. 청계천 복원을 내 걸고 서울시장에 당선됐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대통령까지 됐다.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들조차 그가 청계천 복원을 위해 주민 및 상인들과 2년에 걸쳐 수백 번 만난 것을 높이 평가한다. 대통령을 비판한 한 신문의 최근 칼럼은 이 대통령이 당시 얻었던 별명에 빗대 “청계천 이명박이여, 돌아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고 있다.
뿌리 깊은 빈곤으로 재개발에 어려움을 겪어 온 인구 20만 용커스 시 필립 아미콘 시장은 강 복개 사업을 추가하면서 재개발에 대한 지지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용커스 시는 강 복개 사업과 관련해 뉴욕 주로부터 3,400만달러를 받았으며 환경 단체들의 지지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총 4,2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며 전체 예산 15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의 하나이다.
이 사업의 오랜 지원자는 존 파타키 전 뉴욕 주지사. 그는 임기 마지막 해에 주 예산을 배정해 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아미콘 시장은 “파타키 주지사는 이곳을 방문할 때 마다 강을 복개해야 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용커스 시는 재개발 계획으로 세워지는 마이너리그 야구 구장까지 연결되는 수로를 만드는 한편 습지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토목 전문가 출신인 아미콘 시장은 “서울의 성공이 지지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장 시절 용커스를 방문해 아미콘 시장에게 수로계획에 대한 조언을 해 준 바 있다 아미콘 시장은 “인구 수백만의 도시든 20만 도시든 개념은 같다. 이 하천들은 더 이상 하수구가 아니라 발전을 촉진시키는 아름다운 자산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