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늬만 보험’인 ‘제한적 베니핏 플랜’ 구입했다 낭패
의료보험은 의학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보호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의료적인 문제 때문에 개인파산을 한 미국인들 가운데 4분의3 정도는 아프거나 다쳤을 당시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커버리지 규정 모호해 가입자 오도
업계의 사기성 판매 방식도 도마에
“새 의료개혁안 기본 커버 보장해야”
워싱턴 정가에서 수천만 명의 무보험자에게 의료보험을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가운데 의료보험 전문가들은 단순히 보험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원치 않은 커버리지의 보험을 가지고 있다가 의료적인 위기로 재정파탄에 이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올 64세의 컴퓨터 보안전문가인 로렌스 여딘이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그의 애트나 보험 약관은 1년에 15만 달러까지 치료비를 부담해 준다고 되어 있는 것 같지만 깨알 글씨의 규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텍사스 어스틴의 병원에서 받았던 치료 대부분을 커버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와 아내는 미지급 치료비가 20만 달러에 육박한 지난해 12월 파산을 신청했다.
연방상원과 하원은 의료보험의 최소 커버리지 기준과 개인 부담금 상한선을 논의하고 있다. 고비용 때문에 일부 미국인들에 대해 커버리지가 종합적이지 못한 보험이 제공되는 결과가 초래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자 권익 단체들은 여딘 같은 환자들이 재정파탄으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최종안이 기본적인 수준의 커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부 보험회사들이 별 가치 없는 보험들을 팔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는 각 주들의 규정을 시정하는 연방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의료파산을 연구하는 하버드 법대의 엘리자베스 워런 교수는 “커버가 충분치 못한 보험은 미국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숨겨진 위험”이라며 “사람들은 진단 하나로 자신들이 재정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시그나 보험의 전직 임원인 웬델 포터는 상원청문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사기인 보험을 구입함으로써 무보험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진술했다. 여딘은 큰 대가를 치르고 이것을 깨달았다.
지난 해 그가 두 차례 심장수술을 받았던 어스틴의 세인트 데이비즈 병원에서 병원 입원 담당자는 그의 보험약관을 살펴본 본 후 애트나와 통화했다. 그리고는 환자의 부담금이 수술 당 수천 달러 정도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나중에 환자와 병원은 병원 커버리지 15만 달러는 기본적으로 입원실 사용료이고 ‘다른 병원 서비스들’에 대해서는 커버리지가 1만 달러로 제한돼 있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수술비용, 약값 등 대부분의 통상적인 병원 비용들은 ‘다른 서비스들’에 들어 있었다. 달리 말하면 애트나는 환자가 수술도 받지 않고 약도 먹지 않으면서 수개월 동안 입원실에만 누워 있었다면 이 비용은 다 지불했을 것이란 얘기다.
애트나는 환자와 병원에 제한 규정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이 제한 규정은 업계에서 ‘제한적인 베니핏 플랜’이라 부른다. 애트나는 이 보험이 수술의사 비용이나 중환자실 입원비 등을 지급해 주고 전체적인 병원비의 상당 부분에 대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제한적 베니핏 플랜이 나이가 많고 심장 부정맥 증상을 가지고 있던 여딘 같은 환자에게는 적합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애트나의 대변인은 “제한적인 베니핏 플랜이 모든 이에게 적합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의료개혁안 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연방상원 금융위원회의 찰스 그래슬리 의원은 의회가 ‘의미있는’ 보험 커버리지를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일이 실현될 때 까지 제한적인 베니핏 플랜은 가입자를 오도함이 없이 완전히 직설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트나 같은 보험사들은 제한적인 베니핏 플랜을 결함투성이의 의료시스템이 낳은 부산물로 본다.
용역을 받아 일했던 여딘은 그 일을 떠나면서 그나마 애트나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게 됐다. 그가 택할 수 있었던 단 한 가지 옵션은 비싼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위해 텍사스 주정부가 제공하는 스페셜 플랜뿐이었다. 애트나 보험에 월 250달러를 냈던 그는 주정부 스페셜 플랜에 1,000달러 이상을 지불해 왔다. 그러다 지난주에 미래의 보험 문제 대부분이 해결됐다. 65세가 되면서 메디케어 수혜자가 된 것이다.
보험사들은 의료개혁안에 따라 제한적 베니핏 플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유나이티드헬스사는 지난 해 노인들을 위한 권익단체인 AARP를 통해 지극히 제한적인 베니핏의 플랜을 판매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이런 플랜 중 하나는 수술 당 지급액을 5,000달러로 제한하고 있는데 통상적인 의료 치료비는 이것의 수배에 달하고 있다. 그래슬리 상원의원이 판매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이 회사는 이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데 합의했다.
여딘 부부는 총 4차례의 수술을 받는 동안 두 번째 수술을 받을 때 까지 환자 부담액이 수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미지급 병원비 전부 혹은 대부분을 병원이 떠안는 자선 치료를 신청하라고 권유했지만 부부는 변호사의 권고를 받아 들여 개인 파산을 택했다.
역시 상원 금융위 소속인 웨스트버지니아 출신 민주당 존 록펠러 의원은 보험사들에 대해 무엇을 커버하고 무엇을 커버하지 않는지 더 분명하게 밝히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광범한 의료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규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뉴아메리카 재단의 의료경제학자인 렌 니콜스도 그 중 하나이다. 그는 “개념적으로 말하자면 보험은 보통 사람들이 심각한 의료문제 때문에 파산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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