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이 최근 미국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얼굴 이식수술을 한 카니 컬프(47)와 영국 아마추어 노래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수잔 보일(48)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눈만 빼고 얼굴의 대부분이 날아가 버린 그녀는 병원에서 막 숨을 거둔 어느 여인의 얼굴을 이식받아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그 새 얼굴도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괴물 같았다. 얼굴 이식은 22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으며 의사와 간호사 30명이 동원되었다.
카니 컬프의 얼굴이 왜 뭉개졌느냐. 남편이 부부싸움 끝에 샷건을 들고 나와 그녀의 얼굴을 쏜 것이다. 그녀는 원래 빼어난 미모의 여성이었다. 남편은 살인미수로 7년형을 받고 지금 오클랜드 감옥에서 복역 중이다. 그런데 이 여성이 ABC-TV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에 나와 얼굴이 괴물로 변한 후 자신이 세상에서 겪은 고통을 털어 놓았다.
“남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그를 용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남편을 증오했으나 결국 용서만이 자신이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미녀에서 추녀로 변한 이 여성은 “사람을 인격이 아닌 생김새로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인지를 뒤늦게 깨달았다”며 얼굴로 사람을 저울질하지 말 것을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얼굴로 사람을 저울질 하지 말라” - 카니 컬프의 호소가 있은 다음 주일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프로에 48세 된 못생긴 얼굴을 가진 시골여성이 등장했다. 심사위원이 “희망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니까 이 여성은 “일레인 페이지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일레인 페이지는 ‘캣츠’의 ‘메모리’ 등을 부른 영국 뮤지컬계의 전설이다.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순간 “웃기고 있구먼”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수잔 보일이라는 이 못생긴 시골 아줌마가 노래를 끝냈을 때 청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로 열광했다. 그것은 얼굴로 사람을 판단한데 대한 미안한 마음의 보상이기도 했다.
가창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이날 부른 노래의 가사가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린 데서 관중이 더 감격했던 것 같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딸의 약값을 대기위해 금니와 머리카락을 팔다가 나중에는 창녀가 된 팡틴이라는 여인이 부르는 ‘I dreamed a dream’이라는 솔로다. 가사는 이렇다.
“나는 꿈이 많았었네. 그 남자는 여름에 왔다가 가을에 떠나버렸지. 이때 나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네. 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젊은 날 내가 꿈꾸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구나.”
주인공 코제트(후일 장발장의 양녀가 됨)의 생모인 팡틴이 거리에서 몸을 팔며 부르는 이 노래는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겪는 기구한 팔자를 한탄하는 내용이다. 그것은 48세가 되도록 시집도 못가고 남자와 키스도 못해 봤다는 수잔 보일의 외로운 인생과 잘 어울리는 솔로였다.
수잔 보일은 결승전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오프라 윈프리의 쇼에 출연하고 CNN의 래리 킹 인터뷰 프로에도 등장하는 등 하루아침에 수퍼스타가 되었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 초청으로 오는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백악관 디너에 참석하며 그녀의 노래를 듣고 울었다는 영화배우 데미 무어의 생일파티에도 초청 받았다.
현대사회 미인의 기준은 너무 외모에 쏠려 성형수술이 붐을 이루고 있다. TV 연속극을 보면 모두 비슷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여성의 매력은 개성에 있고 개성이 있어야 향기가 있는 법이다. 생화와 조화의 차이는 향기다. 수잔 보일이 이번에 그 장벽을 깨트렸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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